정의
전원이 켜져 있는 동안에만 데이터를 붙잡아 두는 컴퓨터의 작업용 메모리예요. 아주 작은 칸마다 전기를 조금씩 담아서 0과 1을 기억해요. 그런데 이 전기가 저절로 새어 나가기 때문에, 내용이 흐려지기 전에 계속 다시 채워 주는 방식으로 움직여요.
물이 새는 종이컵으로 글자를 적는다면
책상 위에 작은 종이컵을 줄 세워 놓고 규칙을 하나 정해 볼게요. 물이 담긴 컵은 1, 빈 컵은 0이에요. 컵을 죽 훑어보기만 하면 내가 적어 둔 내용을 그대로 다시 읽어 낼 수 있어요.
그런데 이 컵에는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작은 구멍이 나 있어요. 물을 가득 채워 두어도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새어 나가요. 한참 뒤에 다시 보면 이 컵이 1이었는지 0이었는지 헷갈리게 돼요.
D램이 바로 이런 컵을 손톱만 한 판 위에 수십억 개 넘게 늘어놓은 부품이에요. 컵 하나가 0 또는 1을 담는 칸 하나이고, 컵에 담긴 것은 물이 아니라 아주 적은 양의 전기예요.
컵 하나에 담기는 것은 0 아니면 1 딱 하나뿐이에요. 글자 한 자를 적는 데도 컵이 여러 개 필요하고, 사진 한 장이면 셀 수 없이 많은 컵이 필요해요. 메모리 용량이 크다는 말은 이 컵을 그만큼 많이 깔아 두었다는 뜻이에요.
새는 컵을 왜 굳이 쓸까요?
새는 컵은 얼핏 불편해 보여요. 하지만 이 컵은 만듦새가 아주 단순해서 작게 만들 수 있어요. 같은 넓이의 책상에 훨씬 많은 컵을 촘촘히 올려놓을 수 있는 셈이에요.
덕분에 값이 싸면서도 담아 둘 수 있는 양이 커요. 그래서 컴퓨터는 D램을 '지금 하는 일을 펼쳐 놓는 작업 책상'으로 써요. 게임을 켜거나 사진을 손볼 때 필요한 자료가 이 책상 위로 올라와요.
책상 위에 있는 자료는 꺼내 보기도 빨라요. 칸마다 주소가 매겨져 있어 원하는 자리를 곧바로 짚을 수 있어요. 게다가 기계가 움직이거나 오래 걸리는 쓰기 과정 없이 전기 신호로 곧바로 읽고 쓰고, 컴퓨터의 두뇌인 CPU와 가까이 연결되어 있어서 서랍(저장장치)을 뒤지는 것보다 훨씬 빨라요.
책상이 좁으면 자료를 서랍에서 꺼냈다 넣었다 하느라 자꾸 기다리게 돼요. 서랍을 자주 여닫던 상황이라면 메모리 용량을 늘렸을 때 컴퓨터가 눈에 띄게 빨라져요. 책상을 넓혀 준 것과 같은 효과예요.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그럼 새는 컵의 내용은 어떻게 지켜질까요? 컴퓨터는 물이 다 새기 전에 컵을 순서대로 훑으며 내용을 읽고, 읽은 그대로 다시 채워 넣어요. 이 되채우기를 리프레시라고 불러요.
눈 깜빡할 사이에도 이 되채우기가 쉼 없이 되풀이돼요. D램의 이름에 들어간 '동적'이라는 말도 이렇게 가만히 두면 내용이 유지되지 않는다는 뜻이에요.
그래서 전원을 뽑으면 컵의 물은 곧 사라져요. 저장해 둔 사진이 컴퓨터를 껐다 켜도 남아 있는 이유는, 그 사진이 D램이 아니라 저장장치에 적혀 있기 때문이에요. 작업 책상과 서랍은 역할이 다른 자리예요.
흔한 오해
메모리 용량이 크면 사진이나 파일을 그만큼 더 많이 보관할 수 있다.
D램은 전원이 꺼지면 내용이 사라지는 작업 공간이에요. 사진과 문서를 오래 보관하는 자리는 저장장치라서, 두 부품은 용량을 늘리는 목적이 서로 달라요.
메모리에 올라간 데이터는 전원만 켜져 있으면 가만히 있어도 그대로 남는다.
칸마다 담긴 전기가 조금씩 새어 나가기 때문에, 쉼 없이 다시 채워 주어야 내용이 유지돼요. 이 되채우기가 멈추면 전원이 켜져 있어도 내용이 흐려져요.
일상에서 만나요
게임을 켜면 지도와 캐릭터 자료가 D램 위로 올라와서 화면이 끊기지 않고 이어져요.
문서를 쓰다가 갑자기 전원이 나가면 저장하지 않은 부분이 사라지는 것은 그 내용이 D램에만 있었기 때문이에요.
그러니까 한마디로
전기를 담은 수십억 개가 넘는 새는 컵을 쉼 없이 다시 채우면서, 컴퓨터가 지금 하는 일을 펼쳐 놓는 작업 책상 역할을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