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여 표현
이미 감자튀김이 들어 있는 세트 메뉴에 감자튀김을 한 봉지 더 얹어 놓은 것 같은 말의 겹치기예요.
정의 잉여 표현은 이미 단어 속에 포함되어 있는 의미를 불필요하게 겹쳐서 쓰는 언어 습관을 말해요. 서로 다른 언어가 섞이거나 단어의 본래 뜻을 잊어버리면서 무의식중에 같은 말을 두 번 반복하는 현상이에요.
처갓집과 역전앞의 비밀
일상에서 자주 마주치는 햄버거 세트 메뉴를 떠올려 보세요. 감자튀김이 기본 구성으로 이미 포함되어 있는데, 거기에 감자튀김 한 봉지를 실수로 또 추가한 상황과 아주 비슷해요.
우리가 일상에서 무심코 쓰는 '처갓집', '역전앞', '동해 바다' 같은 단어가 바로 그런 경우예요. 처가(妻家)의 '가'는 이미 집을 뜻하고, 역전(驛前)의 '전'은 앞을 뜻하죠. 한자의 본래 뜻을 고스란히 풀어보면 '아내의 집 집', '기차역 앞 앞', '동쪽 바다 바다'라는 우스꽝스러운 말이 돼요.
우리는 낱말을 접할 때 글자마다 담긴 뿌리를 일일이 쪼개기보다 전체 단어를 하나의 덩어리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어요. 그러다 보니 원래 단어에 이미 그 뜻이 들어있다는 사실을 깜빡 잊고, 입에 익숙한 우리말을 뒤에 습관적으로 덧붙이게 되는 거예요.
외국어가 들어올 때 생기는 겹말
이런 겹말 현상은 바다 건너 외국어와 외래어가 우리말과 만날 때 훨씬 더 자주 생겨나요.
세계적인 관광지인 '사하라 사막'이 대표적이에요. '사하라(Sahara)'는 아랍어로 원래 '사막'이라는 뜻이거든요. 그대로 읽으면 '사막 사막'이 되는 셈이에요. 프랑스와 이탈리아 국경에 있는 '몽블랑 산'의 '몽(Mont)' 역시 프랑스어로 산을 뜻하죠.
일상에서 쓰는 알파벳 줄임말에서도 흔하게 찾아볼 수 있어요. 은행에서 자주 보는 'ATM 기기'의 M은 이미 기계(Machine)를 뜻하고, 비밀번호를 뜻하는 'PIN 번호'의 N 역시 번호(Number)를 뜻해요. 모니터 종류인 'LCD 디스플레이'의 D도 화면 장치(Display)를 가리키죠. 단어의 원래 알파벳 약자나 어원을 모른 채 부르다 보니, 의미 전달을 돕기 위해 뒤에 말을 한 겹 더 포장하는 셈이에요.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틀린 말일까요, 언어의 변화일까요?
글을 깔끔하게 다듬거나 공적인 문서를 작성할 때는 잉여 표현을 걷어내어 문장을 간결하고 명확하게 만드는 것이 권장돼요. 불필요한 중복이 문장을 길고 늘어지게 만들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잉여 표현이 언제나 피해야 할 나쁜 언어 습관인 것만은 아니에요. 사람의 뇌는 듣는 상대방이 내 말을 한 번에 오해 없이 이해할 수 있도록 의미를 더 뚜렷하게 전달하려는 본능을 가지고 있어요. 정보를 한 번 더 짚어주어 대화의 효율을 높이려는 배려가 담겨 있기도 하죠.
실제로 '박수를 치다(손뼉을 치다)'나 '생일날(날이 두 번 겹침)', '모래사장(모래가 두 번 겹침)'처럼 처음에는 중복 표현이었지만, 오랜 세월 굳어지며 자연스러운 표준어로 인정받은 표현도 많아요. 언어가 대중의 쓰임에 맞춰 변화하고 자연스럽게 입에 익어가는 과정인 셈이에요.
🤔 흔한 오해
잉여 표현은 무조건 문법적으로 틀린 말이라 절대 쓰면 안 된다.
'박수치다', '생일날'처럼 언어 습관으로 굳어져 표준어로 인정된 말도 많아요. 강조나 소통의 명확성을 돕는 자연스러운 언어 현상이기도 해요.
🧺 일상에서 만나요
단어 속에 이미 들어 있는 뜻을 무의식중에 또 한 번 덧붙여 쓰는 언어 현상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