웜홀

종이 양 끝에 점을 찍고 종이를 반으로 접어 연필로 푹 뚫었을 때 생기는 시공간의 지름길 구멍이에요.

정의 우주 시공간의 서로 다른 두 지점을 마치 터널처럼 연결해 주는 가상의 통로예요. 빛의 속도로 달려도 수만 년이 걸리는 아득히 먼 우주 공간을 순식간에 건너갈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이론적인 지름길이에요.

사과를 파먹은 벌레 구멍에서 나온 이름

사과 껍질 위에 앉아 있는 개미를 떠올려 보세요. 개미가 사과 반대편으로 가려면 둥근 표면을 따라 한참 동안 먼 길을 기어가야 해요. 하지만 사과 속에 벌레가 뚫어 놓은 구멍이 있다면 어떨까요? 표면을 돌아갈 필요 없이 그 구멍으로 쏙 들어가 단숨에 반대편으로 나올 수 있겠죠. 벌레가 파먹은 구멍이라는 뜻의 영단어에서 웜홀이라는 이름이 처음 붙었어요.

우리가 사는 우주 공간도 단단하게 굳은 상자가 아니라, 무거운 물체에 의해 휘어지고 늘어나는 유연한 천과 같아요.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두 우주 공간이 심하게 구부러진다면, 종이 양 끝이 맞닿듯 서로 가까워질 수 있답니다.

이때 맞닿은 두 시공간 사이에 터널을 뚫어 연결하면 우주의 초고속 지름길이 완성돼요. 먼 우주를 빛보다 빠르게 날아가는 것이 아니라, 공간 자체를 접어서 이동 거리를 극단적으로 줄여버리는 원리예요.

웜홀의 원리와 시공간 지름길 다이어그램 접힌 시공간 시공간 A (출발) 시공간 B (도착) 일반 경로 (먼 길) 시공간 지름길 (웜홀)

아인슈타인의 방정식 속에 숨어 있던 해답

웜홀은 영화 제작자들의 상상으로만 지어낸 이야기가 아니에요. 물리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중력 이론(일반 상대성 이론) 방정식을 수학적으로 계산했을 때 자연스럽게 유도되는 엄연한 물리적 해답 중 하나예요. 1930년대에 아인슈타인과 동료 학자 네이선 로젠이 함께 발표하여, 학술적으로는 아인슈타인-로젠 다리라고 불러요.

질량을 가진 모든 천체는 주변 시공간을 오목하게 짓눌러요. 질량이 극한으로 뭉친 블랙홀은 공간을 너무 깊게 짓눌러서 바닥이 뚫린 것 같은 깊은 깔때기를 만들어내죠.

만약 이 깔때기의 끝이 우주의 또 다른 장소와 이어진다면 하나의 통로가 만들어져요. 모든 것을 빨아들이고 부숴버리는 블랙홀과 달리, 웜홀은 안전하게 들어가 반대쪽으로 빠져나오는 통로를 가정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어요.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왜 아직 탈 수 없을까요?

수학 공식에 존재한다고 해서 사람이 탈 수 있는 우주 터널이 당장 우주에 널려 있는 것은 아니에요. 이론상 웜홀은 엄청난 중력 때문에 생겨나자마자 눈 깜짝할 사이에 스스로 찌그러져 닫혀버리는 불안정한 성질을 갖고 있거든요.

우주선이 무사히 통과하려면 터널 입구가 닫히지 않도록 벽을 바깥쪽으로 힘껏 밀어내며 지탱해 주어야 해요. 물리학자들은 이를 위해 중력과 반대로 밀어내는 힘을 가진 음의 에너지를 띤 물질이 필요하다고 설명해요.

하지만 이런 신비한 물질은 아직 현실에서 발견되거나 만들어지지 않았어요. 게다가 실제 우주에서 관측된 웜홀도 없기 때문에, 웜홀은 현재까지 현대 물리학이 풀어내고자 하는 가장 매력적인 이론적 가설로 남아 있답니다.

🤔 흔한 오해

✕ 오해

웜홀은 천문학자들이 우주 망원경으로 이미 발견하여 사진까지 찍은 천체이다.

✓ 사실

웜홀은 아인슈타인의 수학 방정식으로 예측된 이론적인 모델일 뿐이에요. 지금까지 우주에서 실제로 관측되거나 발견된 적은 한 번도 없어요.

🧺 일상에서 만나요

1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인류가 살 새 행성을 찾기 위해 토성 근처에 열린 웜홀 속으로 탐사선을 몰고 들어가요.
2 사과 표면을 삥 둘러 기어가는 대신 벌레가 파놓은 속 통로를 지나 반대편 껍질로 곧장 빠져나가는 상황이에요.
💡 그러니까 한마디로

웜홀은 구부러진 시공간의 두 지점을 터널처럼 연결해 아주 먼 거리를 단숨에 건너가게 해주는 가상의 지름길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