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아주 가느다란 틈이나 관 속에서 액체가 중력을 거슬러 저절로 올라가는 현상이에요. 액체가 관의 벽에 달라붙으려는 힘과, 액체끼리 서로 뭉치려는 힘이 함께 작용해서 생겨요. 틈이 가늘수록 액체는 더 높이 올라가요.
휴지 끝만 담갔는데 물이 위로 번져요
컵에 물을 반쯤 담고, 휴지 한 장을 길게 접어 끝만 살짝 담가 볼게요. 잠시 뒤에 보면 젖은 자리가 물 위쪽으로 슬금슬금 올라와 있어요. 아무도 밀어 올리지 않았는데도요.
비밀은 물 분자가 가진 두 가지 성질에 있어요. 하나는 물끼리 서로 손을 잡으려는 성질이고, 다른 하나는 다른 물질에 달라붙으려는 성질이에요. 앞의 것을 응집력, 뒤의 것을 부착력이라고 불러요.
휴지는 가느다란 섬유가 얽혀 있어서 그 사이에 좁은 틈이 아주 많아요. 물이 이 틈의 벽에 달라붙어 조금 기어오르면, 손을 잡고 있던 뒤쪽 물이 딸려 올라와요. 기어오른 만큼 새로운 벽이 나타나니 이 일이 계속 이어져요.
이렇게 벽에 붙는 힘이 물끼리 뭉치는 힘과 손잡아 물기둥을 위로 끌어올려요. 물이 중력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끌어올리는 힘이 물기둥의 무게보다 큰 동안만 올라가요.
틈이 가늘수록 더 높이 올라가요
굵기가 다른 빨대 두 개를 물컵에 나란히 세워 보면 차이가 눈에 보여요. 가는 빨대 안의 물이 굵은 빨대 안의 물보다 더 높이 올라와 있어요.
끌어올리는 힘은 물이 벽과 맞닿은 둘레에서 생겨요. 반대로 끌어올려야 할 짐, 즉 물기둥의 무게는 관을 자른 단면의 넓이에 따라 늘어나요.
관의 지름을 절반으로 줄이면 맞닿는 둘레도 절반이 돼요. 그런데 단면의 넓이는 4분의 1로 줄어들어요. 붙는 힘은 절반으로 줄지만 들어야 할 짐은 4분의 1로 줄어드니, 결국 물이 두 배 높이까지 올라가요.
그래서 틈이 가늘수록 액체가 더 높이 올라가요. 휴지와 천, 흙 알갱이 사이, 식물 줄기 속의 가는 물관처럼 좁은 통로가 있는 곳이면 어디서나 이 일이 벌어져요.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모든 액체가 가는 관에서 위로 올라가지는 않아요. 수은은 유리 벽에 달라붙는 힘보다 자기들끼리 뭉치는 힘이 훨씬 커요. 그래서 가는 유리관에 담으면 바깥쪽 수면보다 오히려 낮게 내려가고, 표면도 볼록하게 솟아요.
두 힘 가운데 어느 쪽이 센지가 방향을 정하는 셈이에요. 물과 유리처럼 붙는 힘이 세면 올라가고, 수은과 유리처럼 뭉치는 힘이 세면 내려가요.
키 큰 나무가 꼭대기 잎까지 물을 올리는 일도 이 현상만으로는 설명되지 않아요. 잎에서 물이 공기 중으로 빠져나가면서 위에서 물기둥을 끌어당기는 힘이 함께 보태져요.
다시 휴지로 돌아와 볼게요. 휴지가 물을 빨아들이는 일은 특별한 힘이 숨어 있어서가 아니라, 벽에 붙는 힘과 물끼리 뭉치는 힘의 줄다리기 결과예요.
흔한 오해
모세관 현상은 물이 중력을 이겨 내는 특별한 힘 때문에 생긴다.
새로운 힘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에요. 벽에 달라붙는 힘과 물끼리 뭉치는 힘이 함께 작용한 결과이고, 그 힘이 물기둥의 무게와 균형을 이루는 높이에서 멈춰요.
가는 관에 담기만 하면 어떤 액체든 위로 올라간다.
액체와 관의 재질에 따라 달라요. 수은처럼 자기들끼리 뭉치는 힘이 벽에 붙는 힘보다 큰 액체는 가는 유리관 안에서 오히려 바깥 수면보다 낮아져요.
일상에서 만나요
엎지른 물 위에 키친타월을 올려 두면 물이 종이 위쪽까지 번지며 빨려 올라가요.
촛불의 심지가 아래에서 녹은 초를 불꽃이 있는 위쪽까지 끌어올려요.
그러니까 한마디로
가는 틈에서 벽에 달라붙는 힘과 액체끼리 뭉치는 힘이 함께 작용해, 액체가 저절로 위로 올라가는 현상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