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새로 연결된 기기에 인터넷 주소를 자동으로 나눠 주는 약속이에요. DHCP는 이 자동 배정 방식을 부르는 영어 이름의 줄임말이에요. 기기가 주소를 하나 달라고 물으면, 집에서는 공유기가(회사·학교에서는 전용 서버가) 남아 있는 번호를 골라 정해진 기간 동안 빌려줘요. 그래서 우리는 복잡한 설정을 하지 않고도 곧바로 인터넷을 쓸 수 있어요.
학기 첫날 사물함 번호를 받아요
새 학기 첫날이면 교실 뒤 사물함 앞이 북적여요. 마음에 드는 칸을 먼저 차지하는 식이면 두 사람이 같은 칸을 쓰겠다고 다투게 돼요. 그래서 담당 선생님이 명단을 보고 비어 있는 번호를 한 명씩 불러 나눠 줘요.
인터넷에 연결하는 기기들도 사정이 비슷해요. 기기마다 자기만의 번호가 있어야 자료가 제자리로 찾아와요. 이 번호를 IP 주소라고 불러요.
번호가 겹치면 편지가 엉뚱한 사람에게 가듯 자료가 뒤섞여요. 그래서 누군가 명단을 들고 빈 번호를 나눠 주어야 해요. 집에서는 인터넷 공유기가 그 선생님 노릇을 맡아요.
카페 와이파이를 누르자마자 인터넷이 되는 것도 이 덕분이에요. 기기가 빈 번호를 하나 달라고 묻고, 공유기가 남아 있는 번호를 골라 건네주는 대화가 순식간에 오가요.
번호는 주는 게 아니라 빌려주는 거예요
사물함 번호는 내 것이 되는 게 아니라 학기 동안 빌리는 거예요. 인터넷 주소도 마찬가지로 빌려 쓰는 기간이 정해져 있어요.
기간이 끝나갈 무렵이면 기기가 계속 쓰겠다고 알려요. 그러면 같은 번호를 그대로 이어 쓸 수 있어요. 반대로 전원을 끄고 한참 자리를 비워 기간이 끝나면 번호가 회수되어, 다른 기기에 넘어갈 수도 있어요.
그래서 카페마다, 학교마다 내 기기의 번호가 달라져요. 집에서도 오랜만에 켜면 어제와 다른 번호를 받는 날이 있어요. 번호는 자리에 딸린 것이지 기기에 딸린 게 아니에요.
선생님이 번호만 알려 주고 끝내지는 않죠. 교실 문이 어디인지, 안내판이 어디 붙어 있는지도 함께 일러 줘요. 공유기도 주소와 같이 밖으로 나가는 문의 위치와, 사이트 이름을 주소로 바꿔 주는 안내소의 위치를 알려 줘요.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여기서 받은 번호는 그 건물 안에서만 통하는 사물함 번호예요. 옆 학교에도 같은 번호의 사물함이 있듯, 다른 집 공유기도 같은 번호를 나눠 주고 있어요. 그래도 뒤섞이지 않는 것은 밖으로 나갈 때 건물 대표 주소를 함께 쓰기 때문이에요.
늘 같은 번호가 필요한 기기도 있어요. 집에 둔 프린터가 켤 때마다 번호를 바꾸면 인쇄를 보낼 때마다 찾아 헤매게 되거든요. 이런 기기는 번호를 미리 찜해 두도록 공유기에 적어 둘 수 있어요.
그래도 대부분의 기기는 자동 배정에 맡기는 편이 편해요. 사람이 하나하나 번호를 적어 넣으면 실수로 겹치기 쉽고, 손님이 올 때마다 번호를 새로 정해 주어야 하니까요.
흔한 오해
DHCP는 공유기 안에 들어 있는 부품이나 프로그램의 이름이다.
부품이 아니라 주소를 자동으로 주고받기 위한 대화 규칙이에요. 공유기는 그 규칙에 따라 번호를 나눠 주는 역할을 맡고 있을 뿐이에요.
한 번 받은 IP 주소는 그 기기의 고유 번호라서 어디를 가든 따라다닌다.
주소는 연결한 곳에서 잠시 빌리는 번호예요. 집과 카페처럼 연결한 곳이 달라지면 받는 번호도 달라져요.
일상에서 만나요
카페 와이파이를 처음 눌렀는데 따로 설정하지 않아도 곧바로 인터넷이 되는 순간이에요.
손님이 놀러 와 집 와이파이에 연결해도 서로 번호가 겹치지 않는 것은 공유기가 명단을 관리하기 때문이에요.
그러니까 한마디로
새로 연결한 기기에 겹치지 않는 인터넷 주소를 골라 일정 기간 빌려주는 자동 배정 규칙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