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서로 잘 섞여 있는 여러 액체 혼합물을 끓는점(액체가 기체로 변하는 온도) 차이를 이용해 순서대로 나누어 담는 분리 방법이에요. 한 번만 끓여서 나누기 어려운 물질들을 높은 기둥 안에서 증발과 응결을 수없이 반복하게 만들어 정밀하게 뽑아내요.
냄비 뚜껑에 맺히는 물방울의 비밀
국을 끓일 때 냄비 뚜껑 안쪽에 맺히는 맑은 물방울을 본 적이 있을 거예요. 짠 국물은 냄비에 남고, 순수한 물만 먼저 수증기로 날아올라 뚜껑에 닿아 다시 물방울이 된 것이죠. 이처럼 액체를 끓여서 기체로 만든 뒤, 다시 식혀서 순수한 액체로 모으는 과정을 증류라고 불러요.
하지만 물과 알코올처럼 서로 완전히 섞여 있고 둘 다 쉽게 증발하는 액체들은 냄비 하나로 깔끔하게 가르기 어려워요. 물은 100도에서 끓지만 알코올은 약 78도에서 끓기 시작해요. 두 물질이 섞인 액체를 끓이면 혼합물은 두 끓는점 사이의 한 온도에서 함께 끓어요. 이때 나오는 기체에는 알코올이 더 많이 들어 있지만, 물도 상당히 섞여서 함께 올라오거든요.
이때 한 번만 끓여서 모으면 여전히 물이 섞인 불완전한 상태가 돼요. 그래서 기체들이 위로 올라가는 길을 아주 길게 만들고 장애물을 채워 넣는 방식을 떠올렸어요. 이것이 바로 여러 단계로 나누어 증류하는 분별 증류의 시작이에요.
올라가면서 스스로 걸러지는 마법의 탑
분별 증류 장치에는 위로 길게 뻗은 '분류관'이나 거대한 '증류탑'이 붙어 있어요. 바닥에서 혼합물을 끓이면 기체가 위로 올라가기 시작해요. 탑의 아래쪽은 여전히 뜨겁지만, 위로 올라갈수록 온도가 점점 낮아져요.
끓는점이 높은 물질은 탑을 조금 올라가다가 차가운 기운을 만나 금방 다시 액체로 변해 아래로 주르륵 떨어져요. 반면에 끓는점이 낮은 물질은 온도가 낮아져도 여전히 기체 상태를 유지하며 탑 꼭대기까지 꿋꿋하게 올라가죠.
탑 내부에서는 기체가 올라가다 식어서 떨어지고, 다시 아래의 뜨거운 열기를 만나 기체로 날아오르는 과정이 수없이 되풀이돼요. 이 과정 덕분에 위쪽으로 갈수록 끓는점이 낮은 순수한 기체만 남게 되고, 꼭대기에서 차갑게 식혀서 따로 뽑아낼 수 있어요.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석유와 우리 일상
우리 일상에서 쓰는 플라스틱의 원료, 가솔린, 등유는 모두 이 기술로 원유를 나누는 데서 출발해요. 땅속에서 갓 뽑아 올린 까만 원유(정제되지 않은 석유)는 셀 수 없이 많은 탄화수소 등이 섞인 복잡한 반죽 같아요. 이 원유를 거대한 증류탑에 넣고 끓이면 끓는점에 따라 층층이 나누어져요.
가장 가볍고 끓는점이 낮은 액화석유가스(LPG)는 꼭대기에서 나오고, 그 아래에서 휘발유, 등유, 경유, 중유가 차례대로 분리돼요. 맨 밑바닥에는 끓지 않고 남은 찌꺼기인 아스팔트가 남죠. 한 번의 가열로 수많은 유용한 기름을 층별로 수확하는 셈이에요.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끓는점 차이가 거의 나지 않거나 특정한 비율로 섞여서 같은 온도에 함께 끓어버리는 '공비 혼합물'은 분별 증류만으로 100% 분리하기 어려워요. 예를 들어 물과 에탄올은 분별 증류를 아무리 반복해도 에탄올 순도를 질량 기준 약 95.6%까지만 올릴 수 있답니다.
흔한 오해
액체를 끓이면 끓는점이 낮은 물질만 100% 먼저 기체로 날아간다.
혼합물이 끓을 때 나오는 기체에는 끓는점이 낮은 성분이 더 많이 들어 있을 뿐, 끓는점이 높은 성분도 함께 섞여 나와요. 그래서 한 번의 증류로는 완벽히 나뉘지 않고, 증발과 응결을 수없이 반복하는 분별 증류가 필요해요.
분별 증류를 계속 반복하면 어떤 액체 혼합물이든 100% 순수하게 분리할 수 있다.
물과 에탄올처럼 특정 비율에서 같은 온도에 함께 끓어오르는 혼합물(공비 혼합물)은 일반적인 분별 증류만으로 완전히 분리할 수 없어요.
일상에서 만나요
원유를 가열하여 석유가스, 휘발유, 등유, 경유, 아스팔트 등으로 층층이 나누는 정유 공정이에요.
물과 에탄올 혼합 용액을 분별 증류관을 통해 높은 순도의 에탄올로 분리해 내요.
영하 200도 가까이 냉각해 액체로 만든 공기를 서서히 데우며 질소, 아르곤, 산소를 분리해요.
그러니까 한마디로
분별 증류는 끓는점이 다른 물질들이 섞여 있을 때, 탑 안에서 증발과 응결을 반복시켜 각 성분을 깨끗하게 나누는 기술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