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도편추방제는 고대 그리스 아테네에서 시민들이 깨진 도자기 조각(도편)에 독재자가 될 위험이 있는 정치가의 이름을 적어 투표하고, 가장 많은 표를 받은 사람을 10년 동안 도시 밖으로 내쫓던 민주주의 제도예요.
깨진 그릇 조각으로 던진 민주주의 투표
학교나 회사에서 투표할 때 종이 투표용지를 쓰는 것처럼, 고대 아테네 사람들은 주변에 흔히 굴러다니던 깨진 도자기 조각을 투표용지로 썼어요. 그리스어로 도자기 조각을 '오스트라콘'이라고 불렀기 때문에 이 제도를 영어로 '오스트라시즘(Ostracism)'이라고 불러요.
당시 아테네는 왕이나 독재자 한 명이 마음대로 다스리는 사회에서 벗어나 시민 모두가 참여하는 민주주의를 갓 시작한 참이었어요. 하지만 언제든 힘과 인기가 지나치게 많은 영웅이 나타나 권력을 독점하고 왕처럼 군림할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죠.
그래서 시민들은 해마다 민회에서 올해 도편추방 투표를 할지부터 정했어요. 하기로 하면 두 달쯤 뒤 광장에 모여 독재자가 될 위험이 큰 인물을 도자기 조각에 새겼어요. 전체 투표수가 6,000표를 넘으면 가장 많은 지목을 받은 사람이 도시를 떠났다는 기록이 널리 받아들여지지만, 한 사람이 6,000표를 받아야 했다는 기록도 있어 여러 견해가 있어요.
죄인을 벌주는 감옥이 아니라 '민주주의 예방주사'
축구 경기에서 거친 파울을 한 선수에게 레드카드를 주는 것과 달리, 도편추방제는 실제로 범죄를 저질렀기 때문에 내리는 처벌이 아니었어요. 오히려 능력이 너무 뛰어나거나 인기가 너무 많아서 다른 시민들을 압도할까 봐 내리는 사전 예방 조치에 가까웠어요.
쫓겨난 사람의 재산은 빼앗기지 않았고 가족들도 아테네에 그대로 머물 수 있었어요. 도시에 남겨진 재산에서 나오는 수입도 정상적으로 전달받았죠. 10년의 추방 기한이 끝나면 아무런 불이익 없이 도시로 돌아와 다시 시민의 권리를 누릴 수 있었어요.
결국 한 사람이 너무 거대해져서 평등한 시민 사회의 균형을 깨뜨리지 못하도록, 잠시 도시의 열기를 식히고 숨을 고르게 만드는 안전장치였던 셈이에요.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라이벌을 쫓아내는 정치 무기
독재 예방이라는 본래 목적과 달리, 이 제도는 비교적 이른 시기부터 위험한 부작용을 낳았어요. 정치가들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정치적 라이벌을 합법적으로 밀어내기 위해 시민들의 표심을 조작하고 선동하는 도구로도 썼기 때문이에요.
실제로 발굴된 도자기 조각들을 살펴보면 테미스토클레스의 이름이 적힌 조각 190여 개가 우물 한곳에서 한꺼번에 나오기도 했어요. 미리 이름을 적어 두었다가 시민들에게 나눠 주려 했던 흔적으로 보는 해석이 많아요.
페르시아 전쟁을 승리로 이끈 위대한 장군 테미스토클레스조차 정적들의 모함으로 쫓겨났어요. 기원전 417년 무렵에는 서로 경쟁하던 알키비아데스와 니키아스가 손잡고 표를 몰아, 투표를 주도하던 히페르볼로스를 거꾸로 쫓아내는 일까지 벌어졌어요. 이런 악용이 가장 노골적으로 드러난 이 일을 끝으로 도편추방은 더 이상 쓰이지 않게 되었어요.
흔한 오해
도편추방제는 법을 어기거나 나라를 배반한 흉악범을 처벌하는 재판이었다.
범죄자를 벌주는 형벌이 아니라, 독재자가 될 가능성이 있는 유력 정치인을 시민 투표로 미리 떼어놓는 예방 정치 제도였어요. 재산 몰수나 신분 박탈이 없었고 10년 뒤에는 명예롭게 복귀할 수 있었어요.
일상에서 만나요
살라미스 해전에서 나라를 구한 영웅 테미스토클레스가 권력이 커질 것을 두려워한 라이벌들의 선동으로 추방당했어요.
청렴결백하기로 유명했던 정치인 아리스티데스도 추방되었는데, '그가 의인이라 불리는 게 지겹다'며 표를 던진 시민이 있었다는 일화가 전해져요.
그러니까 한마디로
도편추방제는 독재자의 등장을 막기 위해 깨진 도자기 조각에 이름을 적어 유력자를 10년간 추방하던 고대 아테네의 민주주의 방어 제도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