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페로몬은 같은 종에 속한 생물끼리 소통하기 위해 몸 밖으로 뿜어내는 특별한 화학 물질이에요. 극히 적은 양으로도 냄새를 맡은 상대방의 행동을 곧바로 바꾸거나, 호르몬 분비 같은 생리적 변화를 서서히 이끌어낼 수 있어요.
개미가 한 줄로 걷는 비밀
개미들이 줄지어 걸어가는 모습을 보면 마치 보이지 않는 찻길이 깔려 있는 것 같아요. 실제로 개미는 맛있는 먹이를 발견하면 엉덩이 끝을 땅에 스치며 길잡이 신호를 남겨요. 다른 개미들은 더듬이로 이 화학 물질을 감지해 정확히 먹이가 있는 곳까지 찾아갈 수 있죠.
공기 중으로 퍼져나가는 신호의 위력은 상상을 뛰어넘어요. 누에나방 암컷이 분비하는 유혹 물질(봄비콜)은 화학 구조가 처음으로 밝혀진 페로몬이에요. 수컷은 공기 중에 흩어진 아주 적은 양의 분자만 감지하고도 날개를 퍼덕이며 암컷 쪽으로 다가갈 만큼 예민하게 반응해요. 매미나방처럼 먼 거리에서 수컷을 불러들이는 나방도 있어요.
이처럼 야생의 동물들은 눈으로 보거나 소리를 지르지 않고도 화학 분자를 이용해 먹이의 위치를 알리고, 짝을 찾으며, 천적이 나타났을 때 무리 전체에 도망치라는 경보를 울려요.
호르몬과 무엇이 다를까요?
이름이 비슷해서 몸속의 호르몬과 헷갈리기 쉽지만, 둘이 일하는 무대는 완전히 달라요. 호르몬은 내 몸속 혈액을 타고 돌며 내 몸의 세포들에게 신호를 보내는 물질이에요. 반면에 페로몬은 몸 밖으로 뿜어져 나와 같은 종의 다른 개체에게 메시지를 전달해요.
예를 들어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 호르몬은 내 몸 안에서만 조용히 일해요. 반대로 여왕벌이 뿜어내는 페로몬은 벌통 전체로 퍼져나가 일벌들이 스스로 알을 낳지 못하게 억제하고 벌집의 질서를 유지하게 만들어요.
이 차이 때문에 '페로몬'이라는 이름이 생기기 전에는 몸 밖에서 작용하는 호르몬이라는 뜻으로 '외호르몬(엑토호르몬)'이라고 부르자는 제안도 있었어요. 내 몸 안의 조절자가 호르몬이라면, 집단과 사회를 조절하는 화학적 언어가 바로 페로몬인 셈이에요.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사람에게도 페로몬이 통할까요?
시중에는 이성의 마음을 사로잡는다는 '페로몬 향수' 광고를 쉽게 볼 수 있어요. 하지만 현대 과학에서 인간에게 뚜렷하게 작용하는 페로몬의 존재는 아직 명확히 증명되지 않았어요. 후보로 꼽힌 물질들도 엄밀한 실험에서는 효과가 분명히 재현되지 않았거든요.
동물들은 코 안쪽에 '서골비기관(야콥슨 기관)'이라는 특별한 감각 기관을 가지고 있어서 공기 중의 미세한 화학 신호를 전담해서 읽어내요. 하지만 사람의 경우 진화 과정에서 이 기관의 신경 연결이 퇴화하여 거의 흔적만 남아 있는 상태예요.
물론 사람 사이에서도 땀 냄새나 체취를 통해 심리적인 친밀감이나 스트레스 상태를 어렴풋이 느낄 수는 있어요. 하지만 곤충처럼 특정 냄새 하나만으로 상대방의 마음을 조종하거나 사랑에 빠지게 만드는 마법 같은 페로몬은 존재하지 않아요.
흔한 오해
페로몬 향수를 뿌리면 누구든 나에게 무조건 반하게 만들 수 있다.
사람은 서골비기관이 거의 흔적만 남아 있고, 지금까지 사람에게 확실히 작용한다고 확인된 페로몬은 없어요. 시중의 페로몬 향수는 상업적 마케팅이며, 인간의 이성을 통제하는 페로몬은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았어요.
일상에서 만나요
개미가 먹이를 발견하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바닥에 길잡이 페로몬을 묻혀 동료들을 불러모아요.
꿀벌이 위험에 처했을 때 경보 페로몬을 뿜어 주변 벌들에게 침을 쏘며 함께 방어하자는 신호를 보내요.
그러니까 한마디로
페로몬은 생물이 몸 밖으로 분비해 같은 종끼리 대화하는 보이지 않는 화학 신호 물질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