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식물이 빛이 들어오는 방향을 감지하고 그쪽을 향해 스스로 줄기를 굽히며 자라는 성질을 말해요. 더 많은 햇빛을 받아 광합성을 잘하기 위해 진화한 식물의 생존 전략이에요.
창가 화분이 창문을 향해 인사하는 이유
햇빛이 잘 드는 창가에 화분을 며칠 동안 가만히 두면, 줄기와 잎이 온통 창문 쪽으로 기울어져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어요. 화분을 180도 돌려놓아도 며칠 뒤면 다시 방향을 바꾸어 창문을 향해 고개를 내밀어요.
식물은 동물처럼 다리가 있어서 햇볕이 잘 드는 명당으로 직접 걸어갈 수 없어요. 대신 식물에게 햇빛은 밥이자 에너지의 원천이에요. 잎에 닿는 빛의 양이 많을수록 영양분을 만드는 광합성을 훨씬 활발하게 할 수 있거든요.
그래서 식물은 조금이라도 더 많은 빛을 받기 위해 몸 자체의 모양을 바꾸는 방법을 택했어요. 이처럼 빛이라는 자극을 느끼고 빛이 비치는 방향으로 자라나는 방향을 바꾸는 현상을 굴광성이라고 불러요. 줄기 끝부분이 빛이 오는 방향을 알아채고 몸을 굽혀 해를 맞이하는 셈이에요.
그늘진 쪽을 더 길게 늘리는 옥신의 마술
식물이 몸을 굽히는 비결은 줄기 내부에서 일어나는 '불균형한 성장'에 있어요. 식물의 줄기 끝에는 세포를 쑥쑥 자라게 만들어 주는 '옥신'이라는 식물 생장 호르몬이 만들어져요.
옥신 자체가 빛을 느끼는 것은 아니에요. 줄기 한쪽에만 햇빛이 비치면, 빛을 감지하는 단백질(포토트로핀)이 신호를 보내고, 그에 따라 옥신이 빛의 반대편인 그늘진 쪽으로 옮겨져요. 그 결과 빛을 받지 못하는 뒤쪽 줄기에 옥신이 잔뜩 쌓이게 돼요.
옥신이 모인 뒤쪽 세포들은 물을 흡수하며 엄청난 속도로 길쭉하게 늘어나요. 반면 빛을 직접 받는 앞쪽 세포는 성장이 느려지거나 거의 멈춰요. 운동장 트랙을 돌 때 바깥쪽 주자가 더 멀리 달려야 곡선이 만들어지듯, 뒤쪽만 길어지니 줄기 전체가 자연스럽게 앞쪽(빛이 있는 쪽)으로 둥글게 휘어지는 거예요.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뿌리는 빛보다 중력을 따라가요
우리가 흔히 보는 줄기는 빛을 향해 다가가지만, 뿌리는 정반대로 행동해요. 뿌리에 빛을 비추면 빛이 오는 반대쪽으로 굽어 자라는데, 이를 음성 굴광성이라고 불러요.
뿌리가 빛을 피해 굽는 데에도 옥신이 관여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정확히 어떻게 작동하는지는 아직 연구 중이에요. 옥신이 어느 쪽에 더 쌓이는지를 두고도 연구마다 결과가 달라요. 또 뿌리는 줄기보다 옥신에 훨씬 민감해서, 줄기의 성장을 돕는 정도의 농도에서도 오히려 성장이 억제돼요.
다만 땅속 뿌리가 아래로 뻗는 주된 이유는 빛이 아니에요. 흙 속에는 애초에 빛이 거의 닿지 않거든요. 뿌리가 아래로 자라는 것은 중력을 감지해 그 방향으로 자라는 굴중성(중력굴성) 때문이에요. 그래서 줄기는 빛을 향해 위로, 뿌리는 중력을 따라 아래로 뻗으며 식물은 햇빛과 물·양분을 모두 얻어요.
흔한 오해
식물은 빛을 받는 쪽 세포가 햇빛을 좋아해서 더 빨리 자라기 때문에 빛 쪽으로 휜다.
실제로는 정반대예요. 빛 신호에 따라 옥신 호르몬이 그늘진 쪽으로 옮겨지기 때문에, 빛을 받지 않는 뒤쪽 세포가 더 길어져서 줄기가 앞으로 밀려 굽어지는 거예요.
일상에서 만나요
창가에 둔 몬스테라 화분의 줄기가 며칠 만에 창문 쪽으로 구부러져 자라는 모습이에요.
어두운 상자에 작은 구멍을 뚫고 콩나물이나 완두콩 싹을 키우면 구멍으로 들어오는 빛을 향해 꺾여 자라요.
그러니까 한마디로
식물 생장 호르몬인 옥신이 그늘진 쪽 세포를 더 길게 늘려, 식물이 햇빛을 향해 스스로 굽어 자라게 만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