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내 기기 대신 웹사이트에 다녀와 주는 중간 컴퓨터예요. 내가 프록시 서버에 부탁하면, 프록시가 사이트에 가서 자료를 받아 나에게 건네줘요. 그래서 사이트 쪽에는 보통 내 주소 대신 프록시의 주소가 남아요. 중간에 서 있는 김에 접속을 걸러 주거나 자료를 미리 받아 두는 일도 함께 맡아요.
편의점 심부름을 친구에게 부탁했어요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을 사고 싶은데 밖에 나가기 귀찮은 날이 있어요. 그럴 때 마침 나가는 친구에게 돈을 주며 대신 사다 달라고 부탁하죠. 아이스크림은 내 손에 들어오지만, 편의점 점원이 본 얼굴은 친구예요.
인터넷에서도 비슷한 부탁이 가능해요. 내 컴퓨터가 사이트에 곧장 접속하는 대신, 중간에 있는 다른 컴퓨터에게 다녀와 달라고 맡기는 거예요. 이 심부름꾼 컴퓨터를 프록시 서버라고 불러요.
인터넷에 접속하면 상대 사이트에는 내 기기의 번호표가 남아요. 이 번호표를 IP 주소라고 불러요. 집 주소처럼 어느 지역에서 들어온 접속인지 짐작할 수 있는 단서예요.
프록시를 거치면 사이트에 직접 접속한 쪽은 내 주소가 아니라 심부름꾼의 주소예요. 다만 프록시에 따라 원래 부탁한 사람의 주소를 쪽지로 함께 적어 보내기도 해서, 늘 가려지는 것은 아니에요. 점원이 친구 얼굴만 기억하는 것과 같은 이치예요.
심부름꾼은 문지기 노릇도 해요
심부름을 부탁하면 좋은 점이 하나 더 있어요. 부탁을 받은 자리에서 그건 사 오면 안 된다고 걸러 줄 수 있다는 점이에요. 학교나 회사가 프록시를 두는 이유가 여기 있어요.
모든 접속을 심부름꾼 한 명에게 몰아 주면, 그 자리에서 위험한 사이트로 가는 발길을 막을 수 있어요. 누가 어디에 다녀왔는지 기록도 한곳에 모여요. 관리하는 쪽에서는 훨씬 편해요.
심부름을 자주 가다 보면 요령도 생겨요. 여러 사람이 같은 것을 부탁한다면 미리 사다 놓고 다음 사람에게 바로 건네주면 되죠. 이렇게 미리 받아 둔 사본을 캐시라고 불러요.
덕분에 같은 사진이나 파일을 여러 사람이 볼 때 기다리는 시간이 짧아져요. 심부름꾼이 편의점까지 다시 다녀올 필요가 없으니까요.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심부름을 맡기면 편하지만, 친구는 내가 무엇을 샀는지 전부 알게 돼요. 프록시도 마찬가지예요. 내가 어떤 사이트에 다녀왔는지가 심부름꾼 쪽에는 고스란히 남아요.
그래서 누가 운영하는지 모르는 프록시는 조심하는 편이 좋아요. 공짜라는 말만 믿고 낯선 곳에 연결하면, 감추려던 정보를 오히려 모르는 사람에게 건네는 셈이 될 수 있어요.
또 하나, 프록시는 보통 부탁받은 그 심부름만 맡아요. 인터넷 창 하나만 맡기고 다른 앱들은 예전처럼 직접 나가는 식이에요. 기기가 주고받는 통신을 통째로 감싸서 옮기고 싶다면 VPN 같은 다른 방식을 골라야 해요. 심부름꾼 하나로 모든 일이 해결되지는 않는 셈이에요.
흔한 오해
프록시를 거치면 내가 인터넷에서 한 일을 누구도 볼 수 없다.
사이트 쪽에는 내 주소가 가려지는 경우가 많지만(프록시에 따라 내 주소를 함께 전하기도 해요), 프록시를 운영하는 쪽에는 내가 어디에 다녀왔는지 그대로 남아요. 인터넷 회선을 대주는 곳에서도 프록시로 향한 접속 자체는 보여요.
프록시 서버와 VPN은 이름만 다른 같은 기술이다.
프록시는 대개 인터넷 창처럼 지정해 둔 통신만 대신 다녀와요. VPN은 기기가 주고받는 통신 전체를 감싸서 한꺼번에 옮겨 준다는 점이 달라요.
일상에서 만나요
학교나 회사 컴퓨터에서 특정 사이트가 열리지 않을 때, 프록시가 중간에서 걸러 내는 경우가 많아요. 방화벽이나 도메인 차단으로 막기도 해요.
여러 사람이 같은 파일을 내려받을 때, 프록시에 미리 받아 둔 사본 덕분에 두 번째 사람부터는 기다림이 짧아져요.
그러니까 한마디로
내 기기 대신 사이트에 다녀와 자료를 건네주는 중간 컴퓨터라서, 주소를 가려 주고 접속을 걸러 주며 속도까지 거들어 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