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같은 종의 미생물이라도 겉에 달린 단백질이나 당류의 생김새가 달라서 갈리는 세부 유형이에요. 피에서 세포를 걸러낸 맑은 액체인 혈청 속 항체와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보고 나눈 것이라 이 이름이 붙었어요.
겉옷만 갈아입은 같은 침입자
같은 학교 학생이라도 학년이나 반에 따라 서로 다른 색깔의 체육복을 입고 있으면 멀리서도 금방 구별할 수 있어요. 세균이나 바이러스 같은 미생물의 세계에서도 정확히 이런 일이 벌어져요. 생물학적인 족보로 따지면 분명히 같은 종에 속하는 세균이지만, 세포 바깥 껍질에 달고 있는 당류나 단백질 분자의 형태가 제각각 달라요.
우리 몸의 항체는 침입자가 들어왔을 때 유전자 신분증을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겉면에 튀어나온 항원의 겉모양을 직접 만져보고 적인지 판단해요. 마치 손으로 더듬어 옷의 옷감과 단추 모양을 식별하는 것과 같죠. 그래서 겉면 장식이 조금만 달라도 몸은 둘을 다른 것으로 대해요. 그 차이를 사람이 실험실에서 항체로 확인해 무리를 나눈 것이 혈청형이에요. 나누는 일은 실험실에서 하고, 몸이 둘을 다르게 대한다는 사실이 그 나눔에 뜻을 줘요.
예를 들어 폐렴을 일으키는 폐렴구균은 겉을 감싼 캡슐의 구조에 따라, 대장균은 표면과 편모에 달린 항원의 종류에 따라 갈려요. 무엇을 보고 가르는지는 균마다 다르고, 그렇게 갈린 무리가 한 균 이름 아래 수십에서 수백 가지에 이르기도 해요. 겉옷 무늬가 다르다 보니 하나의 세균 이름 아래에도 전혀 다른 성격을 띤 수많은 혈청형 형제들이 존재하는 셈이에요.
한 번 앓았는데 왜 또 걸릴까요?
우리는 보통 특정 감염병을 한 번 호되게 앓고 나면, 몸속에 튼튼한 방어 무기인 항체가 생겨 다시는 같은 병에 걸리지 않을 것이라 믿기 쉬워요. 실제로 홍역처럼 평생 면역 상태가 잘 유지되는 질환도 있지만, 어떤 감염병은 완치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또다시 찾아와 우리를 괴롭혀요.
면역이 시간이 지나며 약해지는 등 여러 이유가 있지만, 중요한 이유 하나는 혈청형의 다양성이에요. 몸속 순찰대인 항체는 자신이 싸워서 이겼던 침입자의 옷 무늬만을 아주 정교하게 기억해요. 만약 예전에 빨간 줄무늬 옷을 입은 혈청형과 싸워 이겼더라도, 다음번에 파란 점박이 옷을 입은 혈청형이 침투하면 면역계는 이를 낯선 침입자로 취급해 방어를 서두르지 못해요. 겉모습이 얼마나 닮았느냐에 따라 조금은 통하기도 하지만, 앓았던 그 혈청형만큼 잘 듣지는 않아요.
그래서 병원균에 대항하는 백신을 만들 때도 이런 혈청형의 차이를 반드시 계산에 넣어야 해요. 폐렴구균 백신 이름 뒤에 '13가'나 '15가' 같은 숫자가 붙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어요. 하나의 균만 방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람에게 병을 자주 일으키는 대표적인 혈청형 13종류나 15종류의 옷 무늬를 한꺼번에 우리 몸에 가르쳐주기 위해 여러 성분을 함께 담았다는 뜻이에요.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피(혈청)로 알아내는 이름표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이 이름에 '혈청'이라는 단어가 붙은 이유는 실험실에서 병원체의 겉모습을 확인하던 전통적인 검사 방식에서 유래했어요. 혈청은 피에서 혈액 세포들을 분리해 내고 남은 맑은 액체인데, 여기에는 병원체와 특이하게 결합하는 항체가 듬뿍 녹아 있어요.
정체를 알 수 없는 균을 배양한 뒤, 이미 정답을 알고 있는 특정 항체 시약을 한 방울 떨어뜨려 서로 엉겨 붙는지 관찰해요. 열쇠와 자물쇠처럼 꼭 맞는 항체와 만났을 때만 하얗게 덩어리가 지기 때문에, 이 반응을 보고 균의 표면 모양을 콕 집어 알아낼 수 있어요. 이처럼 혈청 속 항체와의 반응을 토대로 미생물을 나눈 면역학적 분류 기준이 바로 혈청형이에요.
현대 의학에서는 유전자 서열을 직접 분석해 병원체를 분류하는 정밀한 방법도 널리 쓰여요. 전파 경로를 추적할 때는 유전자 분석이 점점 더 많이 쓰이지만, 백신을 개발할 때는 여전히 면역계가 직접 손을 맞대는 표면 항원의 생김새, 즉 혈청형 정보가 예방책을 세우는 중요한 열쇠가 돼요.
흔한 오해
같은 이름을 가진 세균에 한 번 감염되어 항체가 생기면, 그 세균의 모든 종류에 평생 면역이 생긴다.
세균의 종이 같아도 혈청형(표면 항원 구조)이 다르면 기존 항체가 잘 알아보지 못하므로, 다른 혈청형을 가진 균에 얼마든지 다시 감염될 수 있어요.
일상에서 만나요
폐렴구균에 맞서는 백신이 '13가', '15가'처럼 인간에게 흔한 여러 혈청형을 묶어서 제조되는 경우예요.
살모넬라균 무리 안에도 표면 항원(O 항원·편모 H 항원) 차이에 따라 2,500가지가 넘는 혈청형이 존재하는 경우예요.
뎅기열 바이러스는 4가지 혈청형이 있어서, 한 번 앓고 난 뒤 다른 혈청형에 걸리면 면역계의 혼선으로 증상이 심해지기도 해요.
그러니까 한마디로
혈청형은 미생물 표면 항원의 생김새에 따라 갈리는 세부 유형이고, 혈청 속 항체와의 반응으로 가려요. 하나를 막아도 다른 혈청형은 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