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아무도 면역이 없는 집단에서 환자 한 사람이 앓는 동안 평균 몇 명에게 병을 넘기는지 나타낸 값이에요. 기호로는 R₀ 라고 적고 알제로라고 읽어요. 이 값이 1보다 크면 환자 수가 불어나고, 1보다 작으면 사슬이 끊기며 잦아들어요.
1이라는 숫자가 가르는 유행의 갈림길
도미노를 줄지어 세워 두고 첫 번째 조각을 톡 쓰러뜨리는 장면을 떠올려 볼게요. 도미노 하나가 넘어지면서 최소한 다음 도미노 하나는 쓰러뜨려야 줄줄이 쓰러지는 행렬이 멈추지 않아요. 만약 조각 사이가 너무 멀어서 도미노 하나가 다음 조각을 치지 못하고 혼자 멈춰 선다면 도미노 쇼는 거기서 끝나버려요.
기초감염재생산수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선도 바로 숫자 1이에요. 값이 1보다 크다는 것은 감염자 한 사람이 병을 옮길 수 있는 기간 동안(앓는 동안) 평균 한 명 넘는 사람에게 병을 넘긴다는 뜻이에요. 환자 한 명이 두 명을 감염시키고, 그 두 명이 다시 네 명을 감염시키는 식으로 이어지면 감염자 수는 눈덩이처럼 불어나요.
반대로 이 값이 1보다 작으면 이야기가 달라져요. 환자가 두 명 나왔는데 이 둘이 합쳐서 한 명에게만 옮긴다면, 세대를 거칠수록 환자 수가 절반씩 줄어들게 돼요. 결국 감염병 유행이 계속 번져나갈지 아니면 저절로 사그라들지는 1이라는 기준선을 넘는지에 달려 있어요.
바이러스 혼자 정하는 숫자가 아니에요
흔히 이 숫자를 들으면 병원체 자체가 가진 고유한 위력이라고 생각하기 쉬워요. 하지만 같은 바이러스라도 인구 밀도가 높은 대도시의 만원 지하철에서 퍼질 때와, 집들이 멀찍이 떨어진 한적한 시골 마을에서 퍼질 때의 숫자는 완전히 달라져요.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병을 넘기려면 두 사람이 마주치는 횟수, 호흡기로 옮는 병이라면 침방울이 닿는 거리와 함께 머문 시간, 모기가 옮기는 병이라면 모기의 밀도 같은 환경 요소가 결정적인 역할을 해요. 환기되지 않는 빽빽한 실내에서 사람들이 모여 지내는 계절이나 지역에서는 전파 횟수가 크게 치솟게 돼요.
결국 기초감염재생산수는 병원체의 전파력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어떻게 부대끼며 살아가는지가 통째로 녹아 있는 숫자예요. 사는 방식과 환경이 다른 집단에서는 같은 병이라도 R₀가 다르게 나와요. 유행 중에 방역으로 달라지는 실제 전파 수준은 뒤에 나오는 유효재생산수로 따로 따져요.
여기서 든 상황과 숫자는 셈을 보여 주려고 가상으로 잡은 것이고, 어떤 실제 병의 값도 아니에요.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아무도 면역이 없다는 엄격한 전제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기초감염재생산수는 '세상 모든 사람이 그 병에 걸린 적도 없고 백신도 맞지 않은 상태'를 전제로 계산해요. 기호 아래에 붙은 작은 0은 방어막을 가진 사람이 한 명도 없는 시작점을 가리켜요.
만약 이미 병을 앓고 나았거나 예방접종을 통해 방어력을 갖춘 사람이 집단 안에 섞여 있다면 어떻게 될까요? 환자가 주변 사람과 접촉하더라도 이미 면역이 있는 사람을 만나면 전파의 불길이 그 자리에서 막히게 돼요. 이렇게 실제 현장에서 면역자까지 포함해 계산한 전파력은 그냥 '감염재생산수'나 '유효재생산수'라고 따로 구별해서 불러요.
백신은 면역을 가진 사람의 비율을 높이고, 방역 조치는 사람 사이의 접촉과 전파 기회를 줄여요. 둘 다 유효재생산수를 1 아래로 떨어뜨리려는 방법이에요. 특히 백신이나 완치로 면역을 가진 사람이 사슬 곳곳에 서서 전파가 이어지기 어려워진 집단 전체의 상태가 집단면역이에요. 병이 세상에서 없어졌다는 뜻은 아니에요. 사슬이 자꾸 끊겨 유행이 스스로 커지지 못하게 된 자리예요.
흔한 오해
기초감염재생산수는 바이러스 자체의 독성이나 유전적 성질만으로 정해지는 불변의 상수다.
병원체의 특성뿐만 아니라 인구 밀도, 마주치는 빈도, 실내 환기, 계절 등 사람들이 살아가는 환경에 따라 크게 달라져요.
어떤 질병의 기초감염재생산수가 3이라면 예방접종이 진행된 지금도 언제나 1명이 3명을 감염시킨다.
기초감염재생산수는 아무도 면역이 없는 초기 상태의 전제예요. 백신이나 완치로 면역을 가진 사람이 많아질수록 실제 전파되는 수(유효재생산수)는 3보다 낮아져요.
일상에서 만나요
아무도 면역을 갖추지 않은 외딴섬 마을에 새로운 감염병 환자가 처음 들어왔을 때 유행이 번질지, 세대마다 얼마나 불어날지를 가늠하는 경우
사회 전체에 유행이 번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국민의 몇 퍼센트가 예방접종을 받아야 하는지 기준선을 계산하는 경우
그러니까 한마디로
면역이 전혀 없는 집단에서 감염자 한 사람이 평균 몇 명에게 병을 옮기는지 나타낸 값으로, 1보다 크면 번지고 1보다 작으면 잦아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