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국물'을 [궁물]로, '신라'를 [실라]로 읽는 것처럼 이웃한 두 자음이 서로 닮아 가는 소리 변화예요. 앞뒤 소리를 이어서 낼 때 혀와 입술이 움직이기 편한 쪽으로 자리를 잡기 때문에 일어나요. 글자는 원래 모양 그대로 두고 발음만 달라지는 것이 특징이에요.
왜 '국물'을 [궁물]로 읽을까요?
뜨끈한 국물 한 그릇을 떠올려 볼게요. 우리는 '국물'이라고 적지만, 소리 내어 읽을 때는 [궁물]이라고 말해요. 글자를 잘못 읽은 것이 아니라 우리 입이 알아서 소리를 바꾼 거예요.
'ㄱ'은 혀의 뒷부분을 입천장 안쪽(여린입천장)에 붙여 막았다가 떼는 소리예요. 반면 바로 뒤에 오는 'ㅁ'은 입을 다문 채 코로 공기를 내보내는 소리예요. 막는 소리를 낸 다음 곧바로 코로 내보내는 소리를 이으려면 입 안에서 동작을 급하게 바꿔야 해요.
그래서 앞소리가 뒤에 오는 소리를 닮아, 같은 자리에서 나되 코로 공기가 나가는 'ㅇ' 소리로 미리 바뀌어요. 이렇게 이웃한 자음이 서로 닮아 가는 변화를 자음동화라고 불러요.
발음이 게을러진 것이 아니라 입이 찾아낸 지름길에 가까워요. 국어를 쓰는 사람끼리 같은 지름길을 쓰다 보니 규칙처럼 자리를 잡았어요.
닮는 방향은 앞으로도, 뒤로도
닮아 가는 방향은 한 가지로 정해져 있지 않아요. '신라'는 [실라]로 소리 나요. 뒤에 오는 'ㄹ'이 앞의 'ㄴ'을 끌어당겨 자기와 같은 소리로 만든 거예요.
반대로 '칼날'은 [칼랄]로 소리 나요. 이번에는 앞에 있던 'ㄹ'이 뒤의 'ㄴ'을 자기 쪽으로 데려왔어요. 앞소리가 뒷소리를 바꾸기도 하고, 뒷소리가 앞소리를 바꾸기도 해요.
두 소리가 차례로 모두 바뀌는 경우도 있어요. '섭리'는 먼저 뒤의 'ㄹ'이 'ㄴ'으로 바뀌어 [섭니]가 되고, 이어서 앞의 'ㅂ'이 그 'ㄴ'을 닮아 'ㅁ'이 되면서 [섬니]로 소리 나요. 닮는 방향은 앞뒤 소리의 성질에 따라 갈려요.
그래서 어느 쪽이 바뀔지는 두 자음의 짝을 보고 판단해야 해요. 무엇이 무엇을 닮았는지 짚어 보면 발음 규칙이 훨씬 또렷하게 보여요.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소리가 바뀐다고 해서 글자까지 바꿔 적지는 않아요. 우리 맞춤법은 낱말의 뜻을 한눈에 알아보도록 원래 모양을 지키는 쪽을 택했어요. 그래서 [궁물]로 읽어도 적을 때는 '국물'이라고 써요.
또 입이 편한 대로 바뀐 소리가 곧바로 표준 발음이 되지는 않아요. '감기'를 [강기]로, '옷감'을 [옥깜]으로 내는 사람도 있지만 이런 발음은 표준 발음법이 받아들이지 않아요.
표준 발음으로 인정되는 것은 비음화와 유음화처럼 규칙이 뚜렷한 경우예요. 비음화는 코로 나가는 소리를 닮는 변화이고, 유음화는 'ㄹ' 소리를 닮는 변화를 가리켜요.
결국 입이 편한 쪽으로 흐르는 힘과 사회가 약속으로 정한 표준이 늘 겹치지는 않아요. 자음동화를 배울 때 이 둘을 나눠서 보면 헷갈릴 일이 줄어들어요.
흔한 오해
자음동화는 발음을 대충 하거나 사투리를 쓸 때 생기는 잘못된 습관이다.
표준 발음법에도 규정되어 있는 규칙적인 소리 변화예요. '국물'을 [궁물]로 읽는 것은 오히려 표준에 맞는 발음이에요.
두 자음이 이어지면 언제든 서로 닮은 소리로 바뀐다.
'감기'를 [강기]로 내는 것처럼 표준 발음으로 인정되지 않는 경우도 있어요. 비음화와 유음화처럼 규칙이 뚜렷한 변화만 표준으로 받아들여요.
일상에서 만나요
'밥물'을 [밤물]로, '앞날'을 [암날]로 소리 내는 것도 같은 변화예요.
'권력'을 [궐력]으로, '설날'을 [설랄]로 읽는 것도 자음동화에 해당해요.
그러니까 한마디로
이웃한 자음끼리 서로 닮아 소리가 바뀌는 현상이며, 글자는 원래 모양대로 두고 발음만 달라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