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둘 이상의 약이나 특정 음식을 함께 먹었을 때 성분끼리 서로 영향을 주어 약효가 지나치게 커지거나 줄어들거나,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이 나타나는 현상이에요. 약이 몸에 흡수되는 과정이 가로막히거나 간에서 약을 분해하는 속도가 달라지면서 혈액 속 약물 농도가 변하거나, 같은 표적에서 작용이 겹치기도 해요.
소화관 입구에서 서로 엉겨 붙는 길목 차단
좁은 골목길에 트럭 두 대가 마주 보고 서서 서로의 길을 꽉 막아버리는 장면을 떠올려 보세요. 우리 몸속에서도 서로 다른 성분이 좁은 길목에서 마주쳐 오도 가도 못하는 일이 종종 벌어져요.
테트라사이클린 같은 일부 항생제가 좋은 예예요. 우유 속 칼슘이나 제산제 속 마그네슘·알루미늄 같은 금속 이온이 이 약 분자와 단단히 엉겨 붙어요.
이렇게 둘이 엉겨 붙은 결합체는 물에 잘 녹지 않고 장벽을 잘 통과하지 못하는 형태가 돼요. 그러면 먹은 약이 피 속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빠져나가 핏속 약 농도가 낮아지는 일이 생겨요. 철분이나 칼슘 보충제도 같은 식으로 일부 약과 엉겨 붙을 수 있어서, 영양제와 약 사이에서도 이 갈래의 상호작용이 일어나요.
약을 치우는 청소부를 멈추게 하는 자몽
자몽은 약물 상호작용을 설명할 때 가장 자주 나오는 과일이에요. 자몽에 든 몇몇 성분이 장벽에서 약을 분해하는 효소(CYP3A4)의 손을 묶기 때문이에요.
원래 우리 몸은 약이 들어오면 간과 소장에 있는 분해 효소가 약을 적당한 속도로 부수어 몸 밖으로 내보내요. 그런데 자몽 성분이 이 분해 효소를 억누르면, 같은 양을 먹어도 분해되지 않고 핏속으로 들어가는 몫이 커져요. 이 효소가 분해하는 일부 혈압약이나 콜레스테롤약에서 이런 일이 확인됐어요.
그 결과 정해진 양만 먹었는데도 핏속 약 농도가 몇 배로 올라갈 수 있고, 약의 작용이 지나치게 나타날 수 있어요. 반대로 효소의 일을 재촉하는 성분도 있어요. 허브 원료인 세인트존스워트는 이 분해 효소를 늘린다고 알려져 있어서, 함께 들어온 일부 약이 너무 빨리 분해돼 핏속 농도가 낮아질 수 있어요.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몸이 약에 반응하는 곳에서도 충돌해요
약물 상호작용은 약이 몸속에 머무는 양이 바뀌는 일에만 그치지 않아요. 약이 실제로 가닿아 일하는 자리, 즉 세포의 표적에서 부딪히는 경우도 있어요.
예를 들어 졸음을 부르는 일부 알레르기약과 수면제, 술은 모두 뇌의 활동을 가라앉히는 쪽으로 작용해요. 각각 핏속 농도는 그대로여도 같은 방향의 작용이 겹치면서 억제가 지나치게 커질 수 있어요.
반대로 서로 반대 방향으로 작용하는 두 약은 서로의 작용을 깎아 먹기도 해요. 이렇게 약물 상호작용은 대표적으로 장에서의 흡수, 간과 장의 분해 효소, 그리고 세포의 표적이라는 세 자리에서 일어나요. 이 밖에 콩팥으로 약이 빠져나가는 단계 등에서도 생길 수 있어요. 앞의 둘은 몸속 약의 양을, 마지막 하나는 같은 양이 내는 작용을 바꿔요.
흔한 오해
약은 물 대신 주스나 우유와 함께 먹어도 삼키기만 편하면 괜찮다.
음료에 따라 약의 흡수와 분해가 달라질 수 있어요. 우유 속 칼슘은 일부 약과 엉겨 붙어 흡수를 막고, 자몽 주스는 일부 약을 분해하는 효소를 억눌러 핏속 농도를 높여요.
약물 상호작용은 병원 처방약을 여러 개 동시에 먹을 때만 발생한다.
병원 처방약뿐만 아니라 건강기능식품, 비타민, 한약, 심지어 일상적인 과일이나 차와 약 사이에서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어요.
일상에서 만나요
우유 속 칼슘 성분이 테트라사이클린 계열 항생제와 결합해 흡수를 방해해요.
자몽 주스가 장벽의 분해 효소를 억눌러, 그 효소가 분해하는 일부 혈압약의 핏속 농도를 끌어올리는 경우.
수면제와 술이 둘 다 뇌의 활동을 가라앉히는 쪽으로 작용해, 같은 방향의 억제가 겹치는 경우.
그러니까 한마디로
약물 상호작용은 함께 들어온 다른 약이나 음식, 영양제가 흡수를 막거나 분해 효소를 바꾸거나 같은 표적에서 겹쳐, 약의 양이나 작용이 달라지는 현상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