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몸에 넣은 약이나 영양소 가운데 온몸을 도는 피에 실제로 닿는 몫이에요. 입으로 먹은 것은 장에서 다 흡수되지 않고, 흡수된 뒤에도 장벽과 간을 지나며 일부가 바뀌거나 줄어요. 그렇게 줄어든 몫을 빼고 남은 비율을 가리켜요.
삼킨 약은 왜 전부 피로 가지 못할까요?
알약 한 알을 꿀꺽 삼키면 그 속에 든 성분이 전부 우리 몸 구석구석에 쓰일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아요. 약이 목적지인 아픈 부위에 닿으려면 먼저 혈관을 타고 온몸 구석구석을 돌아야 해요. 하지만 입으로 들어간 약은 핏속으로 온전히 들어가기까지 수많은 방해물을 넘어서야 해요.
먼저 위장에 도달한 알약은 강한 산성을 띤 위액과 여러 소화 효소의 공격을 받아요. 이 과정에서 어떤 약효 성분은 결합이 깨져 분해되고, 물에 잘 녹지 않는 성분은 장 속 물기에 녹아 나오지 못해, 흡수되기 전에 그대로 빠져나가기도 해요.
장벽 세포를 가까스로 뚫고 들어갔더라도 약물 입자는 세포 자체에 존재하는 분해 효소를 한 번 더 마주쳐요. 이처럼 소화관 안에서부터 흡수 직전까지 수많은 손실이 연속해서 발생해요.
약 성분이 온몸으로 흐르는 전신 순환 혈관에 진입하기 전까지는 아직 몸 안에서 진짜 일을 시작했다고 보기 어려워요. 우리 몸 안쪽으로 들어서려면 소화기관 바로 뒤편에 버티고 선 거대한 관문 하나를 더 넘어야만 해요.
흡수율과 생체이용률이 갈라지는 지점
많은 사람이 '장에서 흡수된 비율'과 '생체이용률'을 같은 개념으로 오해하곤 해요. 하지만 장벽을 뚫고 핏줄 속으로 들어왔다고 해서 곧바로 온몸의 장기와 조직으로 퍼져나가는 것은 아니에요.
소장에서 흡수된 물질은 대부분 온몸으로 뻗은 큰 핏줄로 곧장 가지 않고, '간문맥'이라는 혈관을 따라 먼저 간으로 가요. 몸 전체에 퍼지기 전에 정거장처럼 간을 먼저 들르는 셈이에요. 지방과 지용성 비타민은 예외적으로 림프관을 거쳐 이 정거장을 비켜 가요.
간에는 들어온 물질을 화학적으로 바꾸는 효소가 많아요. 이 효소들은 장에서 흡수되어 올라온 약물 성분을 화학적으로 분해하고 변형시켜요. 학계에서는 이를 간의 첫 통과 효과(초회통과효과)라고 불러요.
아무리 장에서 100퍼센트 흡수되었더라도, 간을 거치며 절반이 변형되어 사라지면 최종적으로 쓸 수 있는 성분은 절반뿐이에요. 즉, 장벽과 간의 대사를 거쳐 줄어든 몫을 빼고 마침내 온몸을 도는 혈액에 도달한 몫만이 진짜 생체이용률이 돼요.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몸에 닿는 통로의 차이
약물을 몸에 어떻게 투입하느냐에 따라 생체이용률 수치는 극적으로 달라져요. 핏줄을 찾아 약물을 바로 주입하는 정맥 주사의 생체이용률은 정의상 100퍼센트예요. 소화관의 효소나 간의 첫 관문을 아예 거치지 않고 혈관 전체로 곧장 약을 쏟아붓기 때문이에요.
반면 같은 유효 성분이라도 입으로 삼키는 알약 형태로 만들면 생체이용률이 낮아지는 경우가 많아요. 다만 어떤 약은 먹어도 거의 100퍼센트에 가깝게 피에 닿아요. 그래서 신약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약 성분이 간의 효소에 덜 분해되도록 분자 구조를 다듬거나, 위산과 소화 효소를 견디도록 겉에 보호막을 씌우는 기술을 개발해요.
어떤 약물은 위산에 망가지지 않도록, 위에서는 녹지 않고 소장에 이르러서야 녹는 장용성 제형으로 감싸기도 해요. 소화기관의 가혹한 환경을 버텨내고 가능한 한 많은 성분을 온전하게 보존해 장벽까지 안전하게 데려가려는 연구의 산물이에요.
혀 밑에 알약을 넣어 녹이는 설하정이나 코 점막에 분사하는 스프레이 제형도 이러한 원리를 활용해요. 점막 밑에 촘촘하게 퍼진 모세혈관으로 성분을 직접 스며들게 만들어, 간의 첫 통과 관문을 우회하여 혈액으로 약을 곧장 밀어 넣는 방식이에요.
영양소는 사정이 하나 더 있어요. 몸이 흡수량을 스스로 조절하기도 하거든요. 철은 몸에 저장된 양이 적을 때 더 많이 흡수돼요. 그래서 같은 미네랄이라도 형태와 함께 먹는 사람의 몸 상태가 생체이용률을 바꿔요.
흔한 오해
소장에서 흡수된 양의 비율이 곧 생체이용률이다.
소장에서 전부 흡수되었더라도, 간을 거치면서 상당량이 분해되거나 걸러질 수 있어요. 따라서 장에서 흡수된 비율과 전신 혈액에 도달하는 생체이용률은 엄연히 달라요.
약의 용량이 500밀리그램이면 우리 몸에서 500밀리그램 전체가 약효를 낸다.
입으로 먹는 알약은 소화기관과 간을 거치며 유효 성분의 일부가 사라지는 경우가 많아요. 온몸을 도는 피에 닿는 양은 먹은 양에 생체이용률을 곱한 만큼이에요.
일상에서 만나요
병원에서 맞는 정맥 주사는 위장과 간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생체이용률이 100%예요.
니트로글리세린처럼 혀 밑에 넣어 녹이는 약 — 점막의 핏줄로 곧장 들어가 간의 첫 관문을 비켜 가요.
물에 잘 녹지 않는 지용성 성분은 소화액인 담즙산과 지방 성분이 함께 존재할 때 장벽을 통과하기 쉬워져 생체이용률이 높아져요.
그러니까 한마디로
투여한 약이나 영양소가 소화기관과 간의 대사를 거쳐 실제로 온몸의 혈액에 도달하는 유효한 비율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