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전기 불꽃의 열로 노에 넣은 쇠붙이를 녹여 강철을 만드는 노예요. 뚜껑으로 굵은 흑연 막대를 내려 그 쇠붙이 가까이 댄 뒤 전기를 흘리면 그 사이에 번개 같은 불꽃이 튀어요. 이 불꽃을 아크라고 부르고, 그 열이 노 안의 쇠붙이를 녹여요. 지금 이 노에 들어가는 것은 대부분 쓰고 버린 강철이나 가공하다 남은 쇠 부스러기, 곧 고철이에요.
원료가 광산이 아니라 폐차장에서 와요
수명을 다한 자동차는 눌려서 네모난 덩어리가 돼요. 철거된 건물에서는 철근이 뜯겨 나오고요. 공장에서 강철을 자르고 다듬다 남은 부스러기도 모여요. 이렇게 모인 것이 고철이에요.
전기로가 하는 일은 넣은 것을 녹이는 일이에요. 뚜껑을 열어 원료를 쏟아 넣고, 굵은 흑연 막대를 내려 그 가까이 댄 뒤 전기를 흘려요. 그 사이에 튀는 불꽃이 몹시 뜨거워서 쇠를 국물처럼 녹여 버려요. 다 녹으면 성분을 맞춘 뒤 쇳물을 부어요. 지금 이 노에 가장 많이 들어가는 원료가 고철이에요.
여기서 헷갈리기 쉬운 것이 하나 있어요. 전기로는 넣은 것을 녹이는 노 하나를 가리키는 말이고, 고철 재활용은 그 고철을 모으고 골라 노 앞까지 보내는 일이에요. 층이 다른 이야기라, 둘을 같은 말로 쓰면 원료 이야기와 설비 이야기가 뒤엉켜요.
고철이 쌓인 곳에서 자란 길
고철은 하늘에서 떨어지지 않아요. 수명을 다해 돌아오는 몫은 예전에 만든 강철이 낡아야 생겨요. 그래서 강철을 오래 써 온 곳에는 고철이 쌓여 있고, 이제 막 짓기 시작한 곳에는 쌓일 시간이 없었어요.
강철을 만드는 길은 크게 둘이에요. 고로-전로 길은 철광석에서 시작하고, 전기로 길은 고철에서 시작해요. 고철이 모자란 곳에서는 광석에서 시작하는 길을 골랐고, 고철이 쌓인 곳에서는 그 고철을 녹이는 길이 자랐어요.
그 결과가 나라별 비율에 뚜렷하게 보여요. 세계철강협회 집계를 보면 미국은 강철의 대부분을 전기로에서 만들고, 중국은 대부분을 고로-전로 길에서 만들어요. 여기에 전기값, 이미 지어 둔 설비, 정책 같은 조건도 함께 작용해요. 같은 제품을 두고 두 나라의 공정 구성이 정반대인 셈이에요.
이걸 기술 세대의 차이로 읽으면 틀려요. 전기로는 요즘 나온 물건이 아니에요. 미국에서 전기로가 돌기 시작한 것은 20세기 초예요. 두 길을 가르는 것은 기술의 새것과 헌것이 아니라 원료예요.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두 길은 원료가 달라요
고철에는 다른 금속이 섞여 들어와요. 구리처럼 한번 섞이면 빼기 어려운 것도 있어요. 그래서 오랫동안 전기로는 철근처럼 요구 조건이 느슨한 제품을 맡았어요. 쇳물을 얇게 뽑아 곧바로 눌러 펴는 방법이 나오면서 넓은 강판까지 넓어졌지만, 원료에서 오는 이 제약은 남아 있어요.
양에도 한계가 있어요. 수명을 다해 돌아오는 고철의 양은 그 사회가 예전에 쓴 만큼이라, 세계가 한 해에 쓰는 강철을 다 대지는 못해요. 그래서 두 길은 서로 바꿔 끼울 수 있는 물건이 아니에요. 원료가 다르면 고를 수 있는 길도 달라져요.
다만 전기로에 고철만 들어가는 것은 아니에요. 광석을 가스나 수소로 환원해 고체 상태의 철로 만들어 두고, 그것을 전기로에서 녹이는 길도 있어요. 원료는 광석인데 녹이는 노는 전기로인 셈이에요. 고철이 쌓이지 않은 곳에서 전기로 비중이 높은 자리는 대개 이 길이에요.
배출은 뚜렷하게 갈려요. 세계철강협회 집계로는 강철 1톤을 만들 때 나오는 이산화탄소가 고로-전로 길이 고철을 녹이는 전기로 길의 세 배 남짓이에요. 다만 전기로 쪽 값은 쓰는 전기가 어떻게 만들어지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져요. 또 이 값은 회원사가 자발적으로 낸 자료를 모은 것이라 세계 전체를 다 담지는 않아요.
전기로에는 대신 다른 조건이 붙어요. 큰 전기를 한꺼번에 끌어 써야 해서, 전기값이 싼 곳일수록 유리해요.
흔한 오해
전기로는 최근에 나온 새로운 기술이다.
탄소 감축 때문에 고로를 전기로로 바꾸려는 움직임은 실제로 늘고 있지만, 전기로 자체는 20세기 초부터 있던 노예요. 두 길을 가르는 것은 기술의 세대가 아니라, 그 나라에 고철이 얼마나 쌓여 있고 전기가 얼마나 싼가예요.
고철만 모아 오면 강철은 얼마든지 다시 만들 수 있다.
수명을 다해 돌아오는 고철은 그 사회가 예전에 쓴 강철이 낡아야 나와요. 그 몫이 과거에 쓴 양에 묶여 있어서, 세계가 쓰는 강철을 다 대지는 못해요.
일상에서 만나요
폐차장에서 눌려 네모난 덩어리가 된 자동차가 제철소로 실려 가 새 철근이 되어 나와요.
건물을 철거하고 나온 철근과 철골이 다시 전기로에 들어가 쇳물이 돼요.
그러니까 한마디로
전기 불꽃의 열로 넣은 것을 녹여 강철을 만드는 노이고, 지금 그 원료는 대부분 고철이라 고철이 쌓인 곳에서 자란 길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