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어떤 물건의 일생 동안 나온 온실가스 가운데, 쓰는 동안 에너지를 써서 나오는 몫을 뺀 나머지를 그 물건 몫으로 셈한 양이에요. 원료를 캐고, 나르고, 가공하고, 조립하는 단계가 대부분이고, 쓰는 동안의 수리·교체와 나중의 철거·폐기도 들어가요. 쓰는 동안의 난방·냉방·조명처럼 에너지를 써서 나오는 배출은 운영 탄소로 따로 세요.
보일러를 켜기 전에 이미 나가 있었어요
새로 지은 건물에 입주하는 날을 떠올려 볼게요. 아직 난방도 조명도 켜지 않았어요. 그런데도 이 건물 몫의 배출은 이미 상당히 쌓여 있어요. 시멘트를 굽고 철근을 뽑고 유리를 만들고 현장까지 실어 오는 동안 나왔거든요.
전기차도 같은 자리에 있어요. 배터리를 만드는 단계에서 나오는 배출이 커서, 공장 문을 나서는 시점의 배출은 비슷한 크기의 내연기관차보다 앞서 있어요. 달리는 동안 그 차이를 되갚아 가는데, 되갚는 데 걸리는 거리는 그곳에서 전기를 어떻게 만드는지에 따라 크게 달라져요.
그래서 배출을 셀 때는 두 몫을 나눠 봐요. 운영 탄소는 다 지은 뒤 난방·냉방·조명처럼 에너지를 써서 나오는 몫이고, 내재 탄소는 그 밖의 몫이에요. 건물처럼 오래 쓰는 것은 재료를 만들고 나르는 동안 나온 배출에, 살면서 하는 수리·교체와 나중의 철거·폐기까지 더해 내재 탄소로 세는 것이 표준이에요.
둘을 나눠 두면 손댈 자리가 보여요. 운영 탄소는 다 짓고 나서도 줄일 여지가 있지만, 만드는 단계에서 나온 내재 탄소는 완성되는 순간 이미 확정돼 있어요.
왜 만드는 단계에 배출이 몰릴까요
강철이 좋은 예예요. 철광석 속의 철은 산소와 단단히 붙어 있어요. 그 산소를 떼어내려면 산소와 더 잘 붙는 물질이 필요한데, 지금까지 그 일을 석탄의 탄소가 맡아 왔어요. 이렇게 산소를 떼어내는 몫을 맡는 물질을 환원제라고 불러요.
환원제로 쓴 탄소는 이산화탄소가 되어 굴뚝으로 나가요. 이 탄소는 일부가 열을 내는 연료로도 타서, 효율을 높이면 그만큼은 줄일 수 있어요. 하지만 탄소로 산소를 떼어내는 한, 반응 자체에 꼭 필요한 몫이 있어요. 이 몫은 공정을 다듬어도 남아서, 줄이려면 수소처럼 환원제를 바꾸거나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붙잡아 저장해야 해요.
강철 1톤을 만들 때 나오는 이산화탄소의 양을 배출 원단위라고 불러요. 세계철강협회 집계로 2024년 활동 자료 기준, 광석에서 시작하는 고로-전로 경로가 2.34톤이고 고철을 녹이는 전기로 경로가 0.69톤이에요. 다만 이 값은 회원사가 자발적으로 낸 자료를 모은 것이고, 참여 기업의 생산량 합계는 세계 생산의 절반 남짓이에요.
어느 경로를 고르는지는 주로 고철이 얼마나 쌓여 있는가와 전기 값에 따라 갈려요. 불순물이 적어야 하는 고급 강재는 고철만으로 만들기 어려워서 품질 요구도 영향을 줘요. 광석을 직접환원철로 바꿔 전기로에 넣는 길도 있는데, 같은 집계로 1.47톤이에요. 어느 길이든 광석에서 철을 만드는 단계에 배출이 몰려 있어요.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이미 나간 것은 되돌아오지 않아요
가장 헷갈리는 이웃이 탄소발자국이에요. 탄소발자국은 사람이나 조직, 물건, 활동이 내놓는 온실가스를 통틀어 가리키는 넓은 말이에요. 내재 탄소는 그중 운영 에너지를 뺀 나머지, 그러니까 그 물건에 재료로서 붙은 몫만 떼어 낸 말이고요. 두 말을 바꿔 쓰면 어디까지 셌는지가 흐려져요.
배출 원단위와도 층이 달라요. 원단위는 한 단위를 만들 때 나오는 양이고, 내재 탄소는 실제로 그 물건에 붙은 총량이에요. 강철을 두 배로 쓴 건물은 원단위가 같아도 내재 탄소가 더 커요.
재활용은 어떨까요. 고철을 다시 녹여 만든 강철은 광석에서 만든 강철보다 배출이 낮아요. 그렇다고 이미 굴뚝으로 나간 몫이 재활용으로 되돌아오지는 않아요. 그리고 고철을 다시 강철로 만드는 데에도 에너지가 들어요. 고철을 녹이는 데 전기와 열이 필요하고, 모으고 나르고 골라내는 단계에서도 배출이 나와요.
그래서 재활용은 앞으로 만들 물건의 내재 탄소를 낮추는 쪽이에요. 이미 나간 몫을 지우는 일과는 다른 이야기예요.
흔한 오해
재활용한 재료로 만들면 그 물건의 내재 탄소는 0이 된다.
낮아지는 것이지 0이 되지는 않아요. 고철을 다시 녹이는 데에도 전기와 열이 들고, 모으고 나르는 단계에서도 배출이 나와요.
내재 탄소와 탄소발자국은 같은 말이다.
탄소발자국이 더 넓은 말이에요. 내재 탄소는 그중 재료 쪽 몫, 그러니까 만들고 고치고 나중에 헐어 낼 때 나오는 몫을 가리켜요.
일상에서 만나요
새로 지은 건물은 난방을 한 번도 켜지 않은 입주 첫날에도 시멘트와 철근을 만드는 동안 나온 배출을 이미 안고 있어요.
전기차는 공장 문을 나서는 시점에 배터리를 만드느라 나온 배출을 이미 안고 출발해요.
그러니까 한마디로
쓰는 동안 에너지를 써서 나오는 몫만 빼고, 만들고 고치고 나중에 헐어 내는 배출까지 그 물건 몫으로 셈한 값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