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도로와 같은 공급 시설을 늘렸을 때, 이용 비용이나 시간이 줄어들면서 전에 없던 새로운 이용 수요가 생겨나는 경제 현상이에요. 공급을 늘린 만큼 새로운 수요가 채워지면 정체가 제자리로 돌아오기도 해요.
도로를 넓혀도 왜 출퇴근길은 여전히 막힐까요?
출퇴근 시간마다 꽉 막히는 4차선 도로를 8차선으로 두 배 시원하게 넓혔다고 상상해 볼게요. 공사가 끝난 첫 주에는 차들이 쌩쌩 달리고, 운전자들의 출퇴근 시간도 절반으로 뚝 떨어져요. 사람들은 드디어 교통 정체 지옥에서 벗어났다며 기뻐하죠.
하지만 몇 년에 걸쳐 시간이 흐르면 도로는 다시 자동차로 빽빽하게 들어차기도 해요. 출퇴근 시간도 기대만큼 줄지 않고 넓히기 전과 비슷해지기도 해요. 도로를 두 배로 넓혔는데 왜 정체가 다시 생긴 걸까요?
도로가 넓어지면서 이동에 드는 시간 비용이 줄어들자, 그동안 길 위에 없던 차량들이 조금씩 늘어났기 때문이에요. 이처럼 공급을 늘렸을 때 잠들어 있던 이용자가 이끌려 나오는 현상을 유발수요라고 불러요. 막히는 길을 뚫으려고 도로를 넓혔지만, 넓어진 도로 자체가 새로운 차들을 도로 위로 끌어들인 셈이에요.
쓰지 않던 수요가 어디서 갑자기 나타난 걸까요?
그렇다면 도로를 넓히기 전에는 보이지 않던 그 많은 차는 어디에 숨어 있었을까요? 유발수요는 마법처럼 갑자기 생겨난 차들이 아니에요. 도로가 좁고 막히던 시절에는 다른 선택을 했던 사람들의 숨은 발걸음이에요.
예전에는 길이 너무 막혀서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던 사람이 있었어요. 차가 덜 막히는 이른 새벽에 집을 나서거나 아예 약속을 잡지 않던 사람도 있었죠. 그런데 도로가 넓어져 통행 시간이 줄어들자 이들 중 일부가 자가용을 몰고 나오고, 원래 운전하던 사람도 더 자주·더 멀리 다니기 시작해요. 시간이 지나면 도로 주변에 새 주거지나 상가가 생기며 교통량이 더 늘기도 해요.
경제학에서는 이를 통행 시간이라는 보이지 않는 가격의 하락으로 설명해요. 출퇴근에 걸리는 시간이 짧아진 것은 운전이라는 행동의 비용이 일시적으로 할인된 것과 같아요. 비용이 싸지면 소비가 늘어나는 시장의 원리처럼, 이동 비용이 줄어들자 억눌려 있던 운전량이 늘어난 것이에요. 엄밀히 말하면 이는 수요곡선 위에서 움직이는 수요량 증가이고, 장기적으로 토지 이용이 바뀌면 수요 자체가 늘기도 해요.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공급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이유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유발수요는 도로 교통에만 나타나는 특별한 일이 아니에요. 컴퓨터의 하드디스크 용량을 큰 것으로 바꾸면 온갖 불필요한 파일이 금방 차오르고, 옷장을 더 큰 가구로 바꾸면 금세 새 옷들로 빈틈없이 채워지는 일상 경험도 비슷해 보여요. 다만 도로에서는 여럿이 함께 쓰는 길의 혼잡 자체가 비용이 되어 이용량을 다시 조절한다는 점이 달라요.
공급을 늘리는 것만으로 혼잡이 풀린다고 보기 어려운 까닭이 여기 있어요. 다만 언제나 이렇게 되는 것은 아니고, 얼마나 크게 나타나는지는 지역과 대체 수단에 따라 달라져요. 공급을 늘리면 잠깐은 여유가 생기지만, 장기적으로는 늘어난 교통량이 새 용량을 상당 부분 채우며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 혼잡 완화 효과가 기대보다 크게 줄어들 수 있어요. 다만 그만큼 더 많은 사람이 이동하게 된다는 점에서 효과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에요.
따라서 현대 경제학과 도시 계획에서는 단순히 차선을 늘리는 토목 공사를 정답으로 보지 않아요. 특정 시간에 도로를 이용할 때 혼잡 통행료를 매기거나, 지하철과 버스 같은 대중교통망을 더 촘촘히 연결하는 등 수요 자체를 영리하게 다스리는 정책을 함께 펼쳐요.
흔한 오해
도로를 넓히면 늘어난 차선만큼 차량 정체가 영구적으로 해결된다.
차선이 늘어나 통행 시간이 줄어들면 숨어 있던 잠재 수요가 유입되어 장기적으로 혼잡 완화 효과가 기대보다 크게 줄어들 수 있어요.
유발수요는 단순히 인구가 늘어나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교통량 증가다.
일반적인 인구 증가에 따른 교통량 증가와는 구별되는 개념으로, 통행 비용이 낮아져 생기는 추가 교통량이에요. 기존 운전자가 더 자주·더 멀리 다니고, 다른 시간대·경로·교통수단을 쓰던 사람이 옮겨 오고, 도로 주변으로 사람과 시설이 새로 들어오는 것 등이 모두 포함돼요.
일상에서 만나요
상습 정체 고속도로를 4차선에서 8차선으로 확장했으나 몇 년 뒤 다시 이전처럼 차가 막히는 경우
지하철 배차 간격을 줄여 기다리는 시간이 짧아지자 이전보다 이용객이 늘어나는 경우
통신망 속도를 높였더니 고화질 영상 이용이 늘어 데이터 사용량이 크게 증가하는 상황
그러니까 한마디로
공급 시설을 늘려 이용 비용이나 시간을 낮추면 숨어 있던 수요가 새로 들어와, 늘린 만큼 혼잡이 줄지 않는 경우가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