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라니냐는 동태평양 적도 부근의 바닷물 온도가 평소보다 0.5도 이상 낮은 상태로 수개월 넘게 지속되는 기후 현상이에요. 적도 부근의 동풍인 무역풍이 평소보다 훨씬 거세지면서, 바다 표층 아래의 차가운 물이 위로 솟구쳐 올라와 바다 표면을 차갑게 식히며 발생해요.
왜 동태평양 바다가 유독 차가워질까요?
뜨거운 코코아 표면을 입으로 세게 '후-' 하고 불면 표면의 따뜻한 액체가 반대편으로 밀려나고, 아래쪽에 있던 음료가 위로 솟아오르는 모습을 볼 수 있어요. 바다에서도 똑같은 일이 일어나요. 적도 태평양에는 동쪽에서 서쪽으로 부는 '무역풍'이라는 거대한 바람이 항상 불고 있어요.
평소에도 이 바람 때문에 따뜻한 바닷물이 서쪽(동남아시아)으로 밀려가지만, 라니냐 시기에는 이 바람이 평소보다 훨씬 사납게 불어요. 그 결과 동태평양 표면의 따뜻한 물이 서쪽으로 강하게 휩쓸려가고, 동쪽 바다에서는 표층 아래(수심 수십~수백 m)에 있던 차가운 물이 위로 올라와 빈자리를 채워요. 이를 아래쪽 찬물이 위로 올라오는 용승이라고 불러요.
올라온 찬물이 바다 표면을 뒤덮으면서 동태평양(남미 페루 앞바다)의 수온은 평상시보다 뚝 떨어져요. 바다 표면의 온도가 고작 0.5도에서 1~2도만 낮아져도 대기 전체의 흐름을 송두리째 바꿀 만큼 거대한 파장을 몰고 와요.
한쪽엔 물난리가, 다른 쪽엔 가뭄이 찾아와요
바닷물의 온도가 달라지면 그 위에 머무는 공기의 성질도 완전히 바뀌어요. 서태평양(인도네시아, 필리핀, 호주)에는 따뜻한 물이 두껍게 쌓이면서 바다가 평소보다 조금 더 따뜻해져요. 원래 수온이 높은 곳이라 작은 상승에도 주변 공기가 데워져 위로 밀려 올라가고, 이 과정에서 거대한 비구름 떼가 만들어져요. 그 결과 이들 지역에는 폭우와 홍수가 잦아지는 경향이 있어요. 호주 주변에서는 열대저기압이 늘어나기 쉽고, 북서태평양 태풍은 아시아 대륙 가까이에서 발생하는 경향이 있어요.
반대로 차가운 바닷물이 점령한 동태평양 적도 부근은 정반대 상황을 겪어요. 차가운 바다 위에서는 공기가 위로 솟구치지 못하고 아래로 가라앉기 때문에 구름이 잘 생기지 않아요. 한편 미국 남부는 특히 겨울철에 대기 흐름(제트기류)이 평소보다 북쪽으로 밀려나면서 비를 몰고 오는 저기압이 덜 지나가 건조해지기 쉬워요. 이렇게 비가 오랫동안 내리지 않으면 가뭄이 이어지고, 메마른 대지 때문에 대형 산불이 번지기도 해요.
바다와 하늘은 하나로 이어져 있어서, 태평양 한가운데에서 일어난 작은 온도 변화가 전 세계 날씨를 뒤흔드는 거대한 도미노 효과를 일으키는 것이에요.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엘니뇨와의 차이와 지구 기온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라니냐는 스페인어로 '여자아이'를 뜻하며, '남자아이(아기 예수)'를 뜻하는 엘니뇨와 짝을 이루는 현상이에요. 엘니뇨가 무역풍이 약해져 동태평양 수온이 올라가는 현상이라면, 라니냐는 무역풍이 너무 강해져 수온이 지나치게 내려가는 정반대의 상태예요.
엘니뇨가 지구 전체에 열을 뿜어내는 거대한 난로라면, 라니냐는 차가운 바닷물이 열을 빨아들여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잠시 늦추는 냉각 장치 역할을 해요. 그래서 라니냐가 지속되는 해에는 전 지구의 평균 기온 상승세가 잠시 주춤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해요.
그렇다고 해서 지구온난화가 멈췄다는 뜻은 아니에요. 바닷속 깊은 곳에는 여전히 열이 쌓이고 있으며, 지역마다 기상이변의 형태만 다르게 나타날 뿐이에요. 예를 들어 한국 등 동아시아에서는 겨울철 시베리아 고기압이 강해져 평년보다 추워지는 경향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다른 요인의 영향도 커서 해마다 다를 수 있어요.
흔한 오해
라니냐가 발생하면 지구 전체가 시원해져서 기후변화 문제가 해결된다.
차가운 바닷물이 열을 흡수해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이 일시적으로 둔화될 뿐이에요. 지구 전체의 열 에너지는 계속 쌓이고 있으며, 특정 지역에는 한파나 가뭄 같은 또 다른 기상이변을 불러올 수 있어요.
일상에서 만나요
호주 동부와 동남아시아 지역에 폭우가 잦아져 대규모 홍수가 발생하기 쉬워요.
아르헨티나·우루과이 등 남미 남동부, 그리고 겨울철을 중심으로 미국 남서부(남부 캘리포니아 포함)에 비가 줄어 가뭄과 산불 위험이 커지기 쉬워요.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아시아 지역에 겨울철 시베리아 고기압이 강해지며 평년보다 추운 겨울이 찾아오기도 해요. 다만 다른 요인의 영향도 커서 해마다 달라요.
그러니까 한마디로
무역풍이 강해져 동태평양 바다가 차가워지는 현상으로, 전 세계에 폭우와 가뭄 같은 기상이변을 도미노처럼 일으킬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