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우리가 망원경으로 볼 수 있는 우주가 전부가 아니라, 독립된 다른 우주들이 셀 수 없이 많이 존재한다는 물리학 가설이에요. 공상 과학 영화의 상상력에서 출발한 것처럼 보이지만, 현대 우주론과 미시 세계를 다루는 양자물리학의 계산 속에서 자연스럽게 등장한 개념이에요.
거품 목욕물 속의 수많은 방울들
욕조에 거품 입욕제를 풀면 수면 위로 수많은 거품 방울이 퐁퐁 솟아오르는 모습을 볼 수 있어요. 일부 우주론 학자들은 우리 우주가 생겨난 과정도 이 거품 목욕과 아주 비슷했을 수 있다고 설명해요.
우주가 갓 태어났을 때 공간이 눈 깜짝할 사이에 빛보다 빠르게 커지는 급팽창(인플레이션)을 겪었어요. 그런데 이 팽창은 모든 곳에서 한꺼번에 멈춘 것이 아니라, 어떤 곳에서는 멈춰 별과 은하를 만들고 다른 곳에서는 계속 팽창을 이어갔어요.
그 결과 끝없이 부풀어 오르는 거대한 공간 속에 수많은 거품 우주(Bubble Universe) 가 독립적으로 생겨났어요. 우리가 속한 우주는 그 무한한 거품 바다 속에 떠 있는 작은 방울 하나일 뿐이에요. 끈 이론 같은 다른 가설과 결합한 일부 이론에 따르면, 다른 방울 속에서는 입자의 질량이나 힘의 세기 같은 물리 상수의 값이 우리와 다를 수도 있어요.
양자의 갈림길마다 갈라지는 세계
중요한 시험 날 아침, 버스를 탈지 지하철을 탈지 고민하다가 버스를 탔던 경험이 있을 거예요. 만약 지하철을 탄 또 다른 내가 어딘가에 존재한다면 어떨까요?
양자물리학에서는 아주 작은 원자 세계의 입자들이 관측되기 전까지 여러 장소에 동시에 존재할 수 있다고 말해요. 다세계 해석이라는 설명 방식에 따르면, 관측하는 순간 한 가지 결과만 남고 나머지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가능한 결과들이 각각 갈라진 세계에서 모두 실현돼요.
이를 일상에 빗대면 버스를 탄 나와 지하철을 탄 내가 각자 갈라진 우주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떠올릴 수 있어요. 다만 이 해석에서 우주가 갈라지는 계기는 사람의 결심이 아니라 끊임없이 일어나는 양자 수준의 사건이에요. 그런 사건마다 새로운 평행우주가 가지를 치며 뻗어나간다고 보는 거예요.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다중우주론은 마음대로 차원 문을 열고 다른 세계로 넘어가 또 다른 나를 만나는 마법 같은 이야기가 아니에요.
대부분의 이론에서 다른 거품 우주나 갈라져 나간 평행세계는 우리 우주와 물리적으로 차단되어 있어요. 우리가 그곳에 닿거나 신호를 보낼 방법은 없다고 봐요. 거품 우주끼리 부딪친 흔적이 우주배경복사에 남을 수 있다는 제안이 있어 찾아봤지만, 아직 그런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어요. 그래서 과학자들 사이에서는 직접 관측하거나 검증할 수 없다면 과학인가를 두고 깊은 토론이 벌어지고 있어요.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다중우주론은 아직 완전히 증명된 법칙이 아니라 우주의 탄생과 미시 세계의 기묘한 성질을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수학적으로 세운 가설이에요.
흔한 오해
다중우주론이 맞다면 기술이 발전했을 때 다른 우주로 여행을 갈 수 있다.
다중우주론에서 말하는 다른 우주는 대부분의 이론에서 우리 우주와 서로 영향을 주고받을 수 없게 단절되어 있다고 봐요. 그래서 기술이 발전해도 정보를 주고받거나 이동할 방법은 없다고 여겨져요.
일상에서 만나요
우주가 급팽창하면서 식빵의 공기구멍처럼 수많은 거품 우주가 생겨났고, 그 안의 물리 상수 값이 서로 다를 수도 있다고 보는 급팽창 다중우주
전자의 스핀을 측정했을 때 위쪽이 나온 세계와 아래쪽이 나온 세계가 각각 따로 뻗어나간다는 양자역학의 다세계 해석
그러니까 한마디로
우리가 관측하는 우주 외에도 수많은 독립된 우주가 존재할 수 있다는 물리학적 가설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