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적색편이

멀어지는 구급차의 사이렌이 낮게 들리는 것처럼, 멀어지는 별빛이 붉은 쪽으로 밀려나는 현상이에요.

  • 약 3분
  • 그림 2장
  • 2026-10-16 검증

정의

별이나 은하에서 온 빛의 파장이 늘어나 붉은 쪽으로 밀려 보이는 현상이에요. 빛을 내는 천체가 우리에게서 멀어질 때 이런 일이 일어나요. 먼 은하일수록 더 크게 밀려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중요한 근거가 되었어요.

구급차가 지나갈 때 소리가 달라지는 이유

길가에 서 있는데 구급차가 사이렌을 울리며 달려온다고 해 볼게요. 다가올 때는 소리가 높고 날카롭게 들려요. 그런데 내 앞을 지나쳐 멀어지는 순간, 같은 사이렌인데도 소리가 뚝 낮아져요.

소리는 물결처럼 퍼지는 파동이에요. 차가 다가오면 앞쪽으로 나가는 물결이 촘촘하게 눌려서 파장이 짧아지고, 우리 귀에는 높은 소리로 닿아요. 반대로 멀어지면 뒤쪽 물결이 늘어나 파장이 길어지고, 낮은 소리가 돼요.

빛도 파동이라서 같은 일이 일어나요. 우리에게서 멀어지는 별에서 온 빛은 파장이 길어진 채로 도착해요. 눈에 보이는 빛 중에서 파장이 긴 쪽은 빨간색이니, 빛 전체가 붉은 쪽으로 밀려나요.

이 밀림을 적색편이라고 불러요. 소리로 치면 사이렌이 낮아진 것과 같은 사연이에요.

얼마나 밀렸는지는 어떻게 잴까요?

사이렌이 낮아졌다는 걸 알아채려면 원래 소리를 알아야 해요. 사이렌이 원래 '도-미' 두 음을 오간다는 걸 알기에, 그보다 낮게 들리면 멀어지는 중이라고 짐작할 수 있죠.

별빛도 마찬가지예요. 별빛을 프리즘으로 펼치면 무지개 같은 띠가 생기는데, 이 띠를 스펙트럼이라고 불러요. 그 안에는 군데군데 어두운 줄무늬가 나타나요. 수소나 칼슘 같은 원소가 특정 파장의 빛을 삼키면서 남긴 자국이에요. 이 줄무늬가 나타나는 자리는 실험실에서 미리 알아 둘 수 있어요.

그런데 먼 은하의 빛을 펼쳐 보면 줄무늬 전체가 붉은 쪽으로 나란히 밀려 있어요. 사이렌의 두 음이 함께 낮아진 것과 같은 모습이죠. 밀려난 거리가 곧 멀어지는 빠르기를 알려 줘요.

먼 은하일수록 줄무늬가 더 많이 밀려 있다는 점도 확인됐어요. 멀리 있는 은하일수록 더 빨리 멀어진다는 뜻이에요.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여기서 사이렌 비유가 끊기는 자리가 있어요. 먼 은하의 붉어짐은 은하가 도로 위를 달려서 생기는 일이 아니에요. 은하와 우리 사이의 공간 자체가 늘어나면서, 그 사이를 지나오던 빛의 파장이 함께 늘어난 결과예요.

사이렌으로 비유하자면 구급차가 달아나는 게 아니라, 구급차와 나 사이의 도로가 쭉쭉 늘어나는 셈이에요. 그래서 이 붉어짐은 우주론적 적색편이라고 따로 불러요. 별이 실제로 우리에게서 달려 멀어져 생기는 도플러 적색편이와는 원인이 달라요.

모든 별빛이 붉어지는 것도 아니에요. 안드로메다은하처럼 가까이 있으면서 우리 쪽으로 다가오는 천체의 빛은 오히려 파란 쪽으로 밀려요. 이것은 청색편이라고 해요.

결국 줄무늬가 어느 쪽으로 밀렸는지를 보면, 그 천체가 다가오는지 멀어지는지를 읽어 낼 수 있어요.

흔한 오해

오해

적색편이가 일어나면 별빛이 실제로 빨간색으로 보인다.

사실

색이 통째로 빨갛게 변하는 게 아니에요. 빛의 파장이 길어지면서 스펙트럼의 줄무늬가 붉은 쪽으로 밀리는 것이고, 그 밀린 정도를 기계로 재서 알아내요. 아주 먼 은하에서는 밀림이 너무 커서 눈에 보이던 빛이 아예 적외선 쪽으로 넘어가기도 해요.

오해

먼 은하가 붉어 보이는 것은 은하들이 우주 공간 속을 빠르게 달아나기 때문이다.

사실

은하가 공간 속을 달리는 것이 아니라, 은하와 우리 사이의 공간이 늘어나면서 빛의 파장도 함께 늘어난 결과로 봐요.

일상에서 만나요

  1. 기차가 건널목을 지나칠 때 경적이 높다가 낮아지는 것도 파장이 눌렸다가 늘어나기 때문이에요.

  2. 천문학자들은 은하의 줄무늬가 밀린 정도를 재서 그 은하가 얼마나 멀리 있는지 어림해요.

그러니까 한마디로

멀어지는 천체의 빛은 파장이 길어져 붉은 쪽으로 밀리고, 그 밀린 정도가 우주 팽창을 알려 주는 단서가 돼요.

제작 2024-08-29 갱신 2026-10-16 검증 2026-1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