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우주가 태어난 바로 뒤, 눈에 보이지도 않을 만큼 작던 공간이 찰나의 순간에 어마어마하게 부풀었다고 보는 이론이에요. 이 짧은 급팽창 덕분에 지금 우주가 어느 쪽을 봐도 비슷하고 평평해 보인다고 설명해요.
쭈글쭈글한 풍선을 한 번에 훅 불면
바람이 빠진 풍선에 매직으로 점 몇 개를 찍어 봐요. 고무가 쭈글쭈글해서 점들이 서로 바짝 붙어 있어요. 이제 숨을 크게 들이쉬고 한 번에 훅 불어 봐요. 주름이 순식간에 펴지고 점들은 저 멀리 떨어져요.
우주 인플레이션은 우주가 태어난 직후에 이런 일이 있었다고 말해요. 눈에 보이지도 않을 만큼 작던 공간이, 1초를 아주 잘게 쪼갠 짧은 시간 동안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커졌다는 이야기예요.
이 부풀기는 조금씩 더해지는 방식이 아니었어요. 크기가 두 배가 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늘 같아서, 두 배가 거듭 쌓이며 눈덩이처럼 불어났어요. 이렇게 커지는 방식을 기하급수적인 팽창이라고 불러요.
한 번에 훅 분 다음에는 천천히 숨을 조금씩 불어넣듯, 우주도 이 짧은 급팽창이 끝난 뒤에는 훨씬 느긋한 속도로 계속 커지고 있어요.
하늘의 양쪽 끝은 왜 온도가 같을까요
주름진 풍선 표면으로 잠깐 돌아가 볼게요. 점들이 서로 붙어 있을 때는 열을 주고받으며 온도를 맞출 수 있어요. 하지만 멀리 떨어지고 나면 서로 소식을 전할 방법이 없어요.
실제로 밤하늘의 정반대 방향에서 오는 가장 오래된 빛을 재 보면 온도가 거의 같아요. 그런데 급팽창 없이 우주가 지금처럼 느긋하게만 커져 왔다면, 그 두 곳은 우주가 시작한 뒤로 서로 빛을 주고받을 시간이 없었을 거예요.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두 사람이 같은 옷을 입고 나타난 셈이에요.
급팽창은 이 수수께끼에 답을 내놓아요. 지금은 하늘 양쪽 끝에 있는 두 곳이 처음에는 바짝 붙어 있었다고 보는 거예요. 붙어 있을 때 온도를 맞춘 뒤 급팽창에 실려 멀리 흩어졌다는 설명이에요.
우주가 평평해 보이는 점도 같은 방식으로 풀려요. 풍선을 크게 불수록 표면의 작은 조각은 점점 평평하게 느껴지죠. 우리가 보는 우주도 그렇게 커진 표면의 한 조각일 수 있어요.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풍선 위의 점 이야기로 다시 와 볼게요. 점들이 서로 멀어질 때, 점이 고무 위를 달려간 것은 아니에요. 점은 제자리에 있고 고무 자체가 늘어났을 뿐이에요.
우주도 이 점들과 같은 처지예요. 급팽창이 빛보다 빠르다고 말할 때, 무엇인가가 공간을 가로질러 달렸다는 뜻이 아니에요. 공간 자체가 늘어나는 정도를 말하는 것이라 빛의 속도 제한과는 다른 이야기예요.
하나 더 짚어 둘 것이 있어요. 급팽창은 우주의 시작 그 자체를 가리키는 말이 아니에요. 우주가 태어난 바로 뒤에 지나간 아주 짧은 한 장면을 가리켜요.
이 설명은 지금까지 쌓인 관측과 잘 맞아서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어요. 다만 무엇이 급팽창을 일으켰고 어떻게 멈췄는지는 아직 여러 후보가 겨루는 중이에요.
흔한 오해
우주가 빛보다 빠르게 커졌다면 상대성이론을 어긴 것이다.
속도 제한은 공간 안을 지나다니는 물체와 빛에 걸리는 규칙이에요. 급팽창은 공간 자체가 늘어난 일이라 그 규칙이 적용되는 상황과 달라요.
우주 인플레이션은 빅뱅을 부르는 다른 이름이다.
우주가 뜨겁고 빽빽한 상태를 거쳐 지금처럼 커졌다는 큰 그림(빅뱅 이론)과, 아주 이른 시기에 짧게 지나간 급팽창은 서로 다른 이야기예요. 급팽창은 그 큰 그림의 맨 앞쪽에 덧붙은 한 장면이고, 급팽창이 끝나면서 우주가 뜨거운 상태가 되었다고 보는 설명이 많아요.
일상에서 만나요
밤하늘 정반대 방향에서 오는 가장 오래된 빛의 온도가 거의 같게 측정되는 일이에요.
우리가 관측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우주의 모양이 휘지 않고 평평하게 나타나는 결과예요.
그러니까 한마디로
우주가 태어난 직후 찰나에 공간 자체가 폭발적으로 늘어나, 지금의 고르고 평평한 우주가 만들어졌다고 보는 이론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