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테크 이야기

에어컨의 역사

인쇄소의 젖은 종이를 위해 만든 기계가 도시의 여름을 다시 쓰기까지

  • 읽는 데 약 26분
  • 1750 – 2024
  • 챕터 9개
  • 그림 4장
  • 출처 46건

8월 오후, 베란다 밖 실외기가 웅웅거려요. 그 앞에 손을 대 보면 뜨거운 바람이 나와요. 방 안이 시원해진 만큼, 정확히는 그보다 조금 더, 바깥은 더워지고 있는 거예요. 에어컨은 시원함을 만들어내는 기계가 아니라 열을 퍼서 옮기는 펌프거든요.

이제 한국의 전력 피크는 겨울 저녁이 아니라 여름 오후에 찍혀요. 2024년 8월 20일, 전국이 한꺼번에 끌어 쓴 전기가 97.1GW로 역대 최고 기록이 됐어요. 공장과 사무실까지 다 합친 숫자라 이걸 에어컨 몫으로 읽으면 안 돼요. 다만 피크가 걸린 날 냉방과 난방이 함께 차지하는 몫이 약 19.6~33.6%로 추산되니, 그 여름 오후의 최고 기록을 밀어 올리는 쪽에 거실 한구석의 이 기계가 서 있는 건 분명해요.

그런데 이 기계를 처음 만든 사람이 풀려던 문제는 더위가 아니었어요. 사람도 아니었고요. 첫 손님은 종이였어요.

한눈에 보는 연표

얼음의 시대

  1. 1750 이란 야즈드에 33.8m 바드기르, 기계 없는 냉방의 정점
  2. 1806 튜더, 뉴잉글랜드 얼음을 배에 실어 카리브해로
  3. 1851 존 고리, 미국 최초의 인공 제빙기 특허

기계의 탄생

  1. 1902 캐리어, 브루클린 인쇄소의 습도를 잡을 도면에 서명
  2. 1906 크레이머가 'air conditioning'이라는 말을 처음 쓰다

냉방이 퍼지다

  1. 1925 뉴욕 리볼리 극장, 냉방으로 여름 장사를 열다
  2. 1928 밀람 빌딩, 처음부터 냉방을 넣고 지은 고층 사무실
  3. 1953 미국 룸에어컨 연간 판매 100만 대 돌파
  4. 1968 금성사 GA-111, 한국에서 만든 첫 에어컨

오존과 세계화

  1. 1974 몰리나·롤런드, CFC가 오존을 부순다고 보고
  2. 1987 몬트리올 의정서 서명, 냉매가 국제 조약의 대상이 되다

더워지는 세계

  1. 2016 키갈리 개정, 같은 조약이 HFC를 온실가스로 규제
  2. 2024 한국 최대전력 97.1GW, 여름 오후에 찍힌 역대 1위

에어컨은 열을 없애지 않고 밖으로 옮겨요

실외기 앞의 뜨거운 바람부터 이야기를 시작할게요. 에어컨은 방 안의 열을 냉매라는 물질에 실어 바깥으로 퍼 나르는 기계예요. 냉매는 방 안에서 기체가 되며 열을 빨아들이고, 실외기에서 다시 액체가 되며 그 열을 뱉어요. 열을 없애는 게 아니라 자리를 옮기는 거예요. 그래서 방이 시원해질수록 실외기 앞은 뜨거워져요.

게다가 그 열을 나르느라 쓴 전기도 결국은 열이 되어 함께 나가요. 바깥으로 버려지는 열은 방에서 뺀 열보다 항상 많아요. 이 단순한 사실이 이야기의 마지막 장까지 따라와요. 도시가 통째로 에어컨을 켜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가 거기 걸려 있거든요.

이름도 한번 짚고 갈게요. 이 기술의 원래 이름은 냉방이 아니라 공기조화, 영어로 air conditioning이에요. 온도만 다루는 게 아니라 습도와 청정도, 그리고 공기의 흐름까지 함께 손질한다는 뜻이에요. 냉방은 그중 하나일 뿐이에요.

그러니 '에어컨을 발명했다'보다 '공기조화를 발명했다'가 이 이야기에 더 맞는 말이에요. 냉방기라는 물건이 먼저 있고 거기에 습도 기능이 붙은 게 아니라, 공기를 손질하는 기술이 먼저 있었고 그중 냉방이 나중에 팔리는 상품이 된 거예요.

순서도 우리 상식과 반대예요. 이 기술이 처음 풀려던 것은 온도가 아니라 습도였어요. 공기가 품을 수 있는 물기의 양은 온도에 따라 달라져요. 그래서 공기를 차가운 표면에 닿게 해 충분히 식히면, 더는 품고 있을 수 없게 된 물기가 물방울로 맺혀 떨어져요. 물기를 빼려고 온도를 낮춘 거예요. 목표와 수단이 우리가 아는 것과 뒤집혀 있었어요.

앞으로 나올 순서는 이래요. 인쇄기를 위해 태어난 기계가 극장으로, 사무실로, 집으로 옮겨 가요. 그러는 사이 안에서 도는 액체가 두 번이나 국제 조약의 대상이 돼요. 그리고 마지막에는 이 기계가 도시의 여름 전력 피크와 사람이 견딜 수 있는 더위의 한계를 다시 그려요.

첫 장면은 얼음이에요. 기계가 나오기 전, 시원함은 캐거나 실어 오는 물건이었어요.

여기서 기억할 것 열을 옮기는 기계라는 사실과, 목표가 온도가 아니라 습도였다는 사실 — 뒤의 모든 반전이 이 두 가지 위에 서 있어요.

시원함을 배에 실어 나르던 시절

기계가 없던 시절에도 사람들은 더위를 다뤘어요. 다만 기계가 아니라 건물로 다뤘어요. 이란 사막 도시의 집에는 바드기르라는 바람잡이 탑이 서 있었어요. 높은 탑으로 바람을 붙잡아 지하 물웅덩이나 물길 위로 흘려보내면, 물이 증발하면서 공기가 식은 채로 방에 들어왔어요.

야즈드의 도울라트 아바드 정원에는 높이 33.8m짜리 바드기르가 있어요. 1750년경에 선 것으로 알려져 있고, 지금 남아 있는 역사적 바드기르 가운데 가장 높아요. 안뜰, 두꺼운 흙벽, 물 항아리를 얹은 격자 목창까지 더해서, 전기를 한 방울도 쓰지 않고 실내를 낮추는 기술이 적어도 수백 년 동안 쌓여 있었어요.

다른 길은 얼음이었어요. 1806년 보스턴의 프레더릭 튜더가 뉴잉글랜드 호수에서 자른 얼음을 배에 싣고 카리브해로 보냈어요. 첫 항해는 약 4,500달러 손실로 끝났어요. 그래도 그는 물러서지 않고 얼음을 팔 수 있는 상품으로 만들어 냈어요.

1833년 5월에는 브릭 터스카니호가 얼음 180톤을 싣고 보스턴을 떠나 9월에 인도 캘커타에 닿았어요. 도착했을 때 남은 얼음이 100톤이었어요. 넉 달을 항해하고도 절반 이상이 살아남은 거예요. 톱밥으로 감싸는 단열과 얼음 절단기 같은 기술이 붙으면서, 얼음 무역은 이 항로에서 40년 가까이 이어졌어요.

같은 1833년, 의사 존 고리가 플로리다의 목화 항구 아팔라치콜라에 부임했어요. 1841년 황열이 돌자 그는 천장에 얼음 대야를 매달아 찬 공기가 환자 위로 내려오게 했어요. 여기서 중요한 건 그의 동기예요. 그는 더위를 식히려던 게 아니라 병을 치료하려던 거였어요. 나쁜 공기가 병을 옮긴다고 믿었고, 공기를 식히고 말리면 병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고리는 1844년 기계로 얼음을 만드는 데 성공했고, 1850년경에는 벽돌 크기 얼음을 일상적으로 찍어냈어요. 1851년에는 미국 최초의 인공 제빙기 특허를 받았어요. 하지만 뉴잉글랜드 얼음 상인들의 조롱과 자금난에 부딪혀 사업에는 실패했고, 1855년 52세로 죽었어요.

이 시대의 시원함이 얼마나 비쌌는지는 1881년 백악관이 보여 줘요. 총에 맞은 가필드 대통령이 죽어가는 동안 해군 기술자들이 관 크기 무쇠 상자에 무명천을 여러 겹 넣고 위에 얼음과 소금과 물을 채운 뒤 송풍기로 바깥 공기를 통과시켰어요. 널리 인용되는 기록에 따르면 실내는 화씨 80도, 약 27℃까지 내려갔고 58일 동안 들어간 얼음이 약 227톤이었어요. 대통령은 9월에 죽었어요.

여기서 기억할 것 기계 이전의 시원함은 건물이 만들거나 배로 실어 오는 것이었어요. 다음 장의 발명이 무엇을 대체했는지 알려 주는 자리예요.

브루클린 인쇄소에서 젖고 있던 것은 종이였어요

1901년 7월, 코넬대에서 기계공학 석사를 마친 스물다섯 살 윌리스 캐리어가 난방·송풍 장비 회사 버팔로 포지에 들어갔어요. 이듬해 이 회사에 브루클린의 새킷-윌헬름스 석판인쇄소가 문제를 들고 왔어요.

문제는 이런 것이었어요. 컬러 인쇄는 색을 한 번에 하나씩 겹쳐 찍어요. 그런데 습도가 오르내리면 종이가 물기를 먹었다 뱉었다 하면서 늘었다 줄었다 해요. 그러면 앞서 찍은 색과 나중에 찍은 색이 어긋나요. 가장자리가 물결치듯 우는 종이는 급지 장치까지 막았어요. 더위가 아니라 물기가 문제였어요.

1902년 7월 17일, 캐리어가 이 문제를 풀 기계 도면에 자기 이니셜을 적어 넣었어요. 오늘날 현대 공기조화의 생일로 불리는 날짜예요. 다만 이날 에어컨이 켜진 건 아니에요. 도면에 서명한 날이에요.

방식은 첫 장에서 본 그대로였어요. 차가운 물을 코일에 흘리고 그 위로 공기를 지나가게 해요. 공기가 코일 표면 온도까지 식으면 품고 있던 물기를 코일에 떨궈요. 캐리어사 기록으로 보면 설계 목표는 온도가 아니라 연중 상대습도 55%를 지키는 것이었어요. 냉방 능력은 하루에 얼음 약 10만 파운드, 45톤 남짓을 쓰는 것과 맞먹었어요. 20년 전 백악관이 58일 동안 녹인 얼음을 하루치로 환산해 보면, 이 기계는 그 열 배 남짓을 매일 해낸 셈이에요.

캐리어사의 회사 기록에 따르면, 그해 늦가을 안개 낀 피츠버그 기차역 승강장에서 그가 결정적인 착상을 얻었다고 해요. 공기를 물로 흠뻑 포화시킨 다음 그 온도를 조절하면, 원하는 만큼의 물기를 가진 공기를 마음대로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이었어요. 물을 뿌려서 공기를 말린다는, 언뜻 앞뒤가 안 맞는 발상이에요. 다만 이 일화는 회사 사사와 본인 회고에 기대고 있어서, 창업 신화 계열로 전해지는 이야기로 보는 편이 정확해요.

1906년 1월, 캐리어는 '공기 처리 장치'라는 이름으로 미국 특허 808,897호를 받았어요. 한겨울에 나온 냉방 특허였어요.

그러니 이 기계의 첫 손님은 사람이 아니었어요. 사람을 위한 냉방은 여기서 20년쯤 더 기다려야 해요.

여기서 기억할 것 이 이야기의 첫 반전 — 에어컨은 더위를 식히려고 만든 물건이 아니라 종이를 재우려고 만든 물건이었어요.

'에어컨'이라는 말은 목화 공장에서 태어났어요

특허가 나온 1906년, 노스캐롤라이나의 방직 기술자 스튜어트 크레이머가 애슈빌에서 열린 미국면방직협회 총회에서 연설을 했어요. 그 자리에서 그는 'air conditioning'이라는 말을 썼어요. 이 말을 만든 사람은 캐리어가 아니에요.

왜 방직 기술자였을까요. 목화 실은 너무 마르면 끊어져요. 그래서 크레이머는 1895년부터 공장 공기에 물기를 더하는 장치를 만들고 있었어요. 실에 미리 물을 먹이는 일을 당시 water conditioning이라고 불렀는데, 거기에 빗대어 공기를 손질한다는 뜻으로 붙인 이름이 air conditioning이었어요. 이 말은 '식힌다'가 아니라 '실 뽑기 좋게 공기를 손질한다'는 뜻으로 태어났어요. 그는 남부 목화 공장 150곳가량을 설계했고 습도 조절 관련 특허를 60건 넘게 가졌어요.

이름이 생기는 동안 학문도 생겼어요. 1911년 12월 캐리어가 미국기계학회 연차총회에서 합리적 습공기 계산식을 발표했어요. 습도와 온도, 그리고 물방울이 맺히기 시작하는 온도인 노점의 관계를 계산으로 다룰 수 있게 만든 논문이었어요. 업계에서는 이걸 습공기학의 마그나 카르타라고 불러요. 감으로 하던 일이 공학이 된 순간이에요.

집에도 한 번 들어가 봤어요. 1914년 미니애폴리스의 부호 찰스 게이츠 저택에 기계식 냉방이 설치됐어요. 미국 첫 가정용 공기조화로 꼽히는 사례예요. 그런데 게이츠는 그 집에 들어가 살아보지도 못하고 죽었어요. 1930년대까지도 가정용 설비는 최소 1,500달러여서 보통 사람의 물건이 아니었어요.

1915년 6월, 캐리어가 동료 기술자 여섯 명과 함께 자기 회사를 차렸어요. 자본금은 3만 2,600달러였어요. 그리고 1922년 5월, 회사는 원심식 냉동기를 내놨어요. 큰 건물을 통째로 식힐 수 있는 대형 기계였고, 위험한 암모니아 대신 덜 위험한 냉매를 쓸 수 있게 만든 장치이기도 했어요.

이 기계가 없었다면 다음 장면은 없었어요. 사람이 시원함을 돈 주고 사기 시작하는 장면 말이에요.

여기서 기억할 것 두 번째 반전 — 이 기계의 이름조차 사람이 아니라 실을 위해 붙여졌어요. 그리고 여기서 기술이 공학이 됩니다.

사람이 시원함을 처음 돈 주고 산 곳은 영화관이었어요

1924년 디트로이트의 J. L. 허드슨 백화점에 캐리어 설비가 들어갔어요. 냉방이 공장의 품질 관리에서 손님을 붙잡는 장사 도구로 넘어간 순간이에요.

그리고 1925년 메모리얼 데이 연휴, 뉴욕 타임스스퀘어의 리볼리 극장이 133냉동톤짜리 — 하루에 얼음 133톤을 녹이는 것과 맞먹는 — 캐리어 냉방기를 켜고 문을 열었어요. 막판 조정 때문에 가동이 늦어져서 관객이 들어올 때는 아직 더웠다는 이야기가 남아 있어요. 그날 객석에는 파라마운트의 아돌프 주커가 앉아 있었어요. 이후 5년 사이에 미국 극장 300여 곳에 냉방이 들어갔어요.

여기서 자주 나오는 오해 하나. '여름 블록버스터'라는 말이 이때 극장에서 나왔다는 이야기는 확인되지 않아요. 블록버스터는 1940년대 초 한 블록을 통째로 날리는 폭탄을 가리키던 말이고, 1943년 5월 영화 광고에 처음 쓰였어요. 여름이 최대 성수기가 된 것은 1975년과 1977년의 두 흥행작 이후예요. 극장 냉방이 여름에도 극장에 가는 습관을 만든 것은 맞지만, 그 말의 유래는 다른 데 있어요.

1928년 1월에는 텍사스 샌안토니오의 밀람 빌딩이 문을 열었어요. 처음부터 냉방을 넣고 지은 세계 최초의 고층 사무 건물이에요. 캐리어는 '제조된 날씨'라는 이름으로 설비를 넣었고, 지하에는 얼음 덩어리를 함께 넣어 냉동기를 도왔어요. 그 냉동기는 1989년 10월까지 60년을 돌았어요. 이 건물이 중요한 이유는 따로 있어요. 냉방된 사무실이 임대료를 10~15% 더 받았다고 알려져 있거든요. 냉방이 설비에서 수익으로 바뀐 지점이에요.

같은 해 4월, 창문 하나 없는 미 하원 본회의장에 앉아 있던 의원들도 그해가 가기 전에 냉방을 누리게 됐어요. 5월에 발주해서 연내에 가동했어요. 재미있는 건 의원들이 이걸 받아들인 이유예요. 첫 석 달 동안 필터에 걸린 먼지가 약 227kg이었고, 그걸 눈으로 보고 나서 냉방을 건강 설비로 여기게 됐어요. 1938년 6월에는 의사당과 의원회관에 중앙 냉방 플랜트가 들어갔어요. 다만 냉방 이후에도 여름 휴회 관행은 사라지지 않았어요.

열대는 어땠을까요. 1930년 5월 싱가포르 캐피톨 극장에 기계식 냉방이 들어갔어요. 뉴욕에서 극장 냉방이 시작된 지 5년 만이에요. 캐리어는 1930년대 초 싱가포르에 아시아 지역본부를 뒀고, 1938년 7월에는 알함브라 극장이 말라야 최초의 현대식 냉방 영화관으로 다시 문을 열었어요.

왜 하필 극장이 먼저였는지는 값을 보면 알 수 있어요. 1937년 싱가포르에서 가정용 냉방 설치비가 약 600달러였는데, 그때 숙련 노동자의 하루 품삯이 약 1.40달러였어요. 열대에서도 시원함은 표를 끊고 몇 시간 빌려 쓰는 물건이었어요.

여기서 기억할 것 냉방이 처음으로 사람 쪽으로 넘어오는 자리예요. 다만 아직은 집이 아니라 표를 끊고 들어가는 공간의 것이었어요.

에어컨이 미국 남부를 만들었을까요

집으로 들어오기 전에 차부터 들렀어요. 1939년 패커드가 이듬해 모델에 자동차 냉방을 옵션으로 넣었어요. 세계 최초의 공장 장착 카에어컨이에요. 그런데 약 2,000대가 팔린 뒤 1941년 이후 사라졌어요. 트렁크를 다 잡아먹는 크기였고 스위치도 없어서, 끄려면 엔진을 세우고 벨트를 빼야 했다고 알려져 있어요.

집에 들어온 건 전쟁이 끝난 뒤예요. 1947년 헨리 갤슨이 값을 낮춘 소형 창문형 에어컨을 내놓아 그해 4만 3,000대 넘게 팔렸어요. 공장과 부품이 남아돌던 시기였어요.

여기서 흔히 오해하는 대목이 있어요. 1947년부터 지어진 레빗타운 같은 교외 대량 주택에 에어컨이 기본으로 딸려 있었다는 이야기예요. 사실이 아니에요. 1951년까지 롱아일랜드에만 17,447채가 올라갔는데, 초기 모델의 기본 사양은 냉방이 아니라 복사난방과 텔레비전이었어요. 미국 교외의 냉방은 집이 먼저 지어지고 나서 창문에 하나씩 얹히는 방식으로 퍼졌어요.

건물 쪽은 달랐어요. 1952년 뉴욕에 선 레버 하우스(Lever House)는 열리지 않는 유리 벽으로 뒤덮인 건물이었어요. 냉방 없이는 성립할 수 없는 형태였고, 이후 세계의 도시가 이 모양을 베꼈어요. 에어컨이 건물의 설비가 아니라 건물의 전제가 된 거예요. 정전이 나면 옛 건물은 창을 열지만 이런 건물에는 열 창이 없어요.

곡선이 꺾인 해는 1953년이에요. 미국 룸에어컨 연간 판매량이 1948년 7만 4,000대에서 1953년 104만 5,000대가 됐어요. 다섯 해 만에 열네 배예요. 사치에서 살림으로 넘어간 분기점이에요.

그리고 이 대목에서 가장 유명한 주장이 나와요. 에어컨이 미국 남부와 선벨트의 인구 폭증을 만들었다는 이야기예요. 남부가 커진 것은 분명해요. 전국 인구에서 남부가 차지하는 비중이 1950년 24%에서 2000년대 중반 30%가 됐어요. 애리조나 인구는 1940년부터 2020년까지 약 14.3배, 플로리다는 약 11.4배가 됐어요. 같은 기간 미국 전체는 약 2.5배였어요. 1984년 역사학자 레이먼드 아스노의 논문이 이 서사의 출발점이에요.

그런데 2007년 에드워드 글레이저와 크리스티나 토비오는 남부 성장의 원인을 생산성과 쾌적성, 주택 공급으로 나눠 계량한 뒤 다른 결론을 냈어요. 1980년 이전 성장의 주역은 생산성 향상이고, 그 뒤로는 집을 쉽게 지을 수 있게 해 준 제도 쪽이라는 거예요. 근거 하나는 값이에요. 같은 기간 남부의 평균 주택가격은 전국 대비 83%에서 91%로, 소득은 76%에서 94%로 올랐어요. 집값이 소득보다 느리게 올랐다는 것은 햇볕이라는 쾌적성에 사람들이 더 많은 돈을 내려 하지는 않았다는 뜻이라는 거죠. 항공·군수 산업, 냉전기 연방 투자, 짐 크로 체제의 종식, 노동권법, 모기 방제까지 경쟁하는 설명도 여럿이에요.

그럼 에어컨은 아무 일도 안 했을까요. 그건 아니에요. 다만 더 단단하게 말할 수 있는 쪽은 인구가 아니라 목숨이에요. 2016년에 나온 한 연구는 일평균 화씨 80도를 넘는 날이 미국의 사망률에 미치는 영향이 20세기 전반보다 후반에 약 75% 줄었다고 추정했어요. 저자들은 이 감소가 사실상 가정용 에어컨 보급으로 설명된다고 봤어요.

다만 이 값도 그대로 옮겨 쓰면 곤란해요. 이건 더위와 죽음 사이의 관계가 얼마나 약해졌는지를 잰 것이지, 사람들이 어디로 이사했는지를 잰 것이 아니거든요. 상관을 인과로 옮기지 않는 것이 이 대목의 요령이에요.

여기서 기억할 것 남부가 커진 것은 사실이고 원인은 논쟁 중이에요. 이 이야기에서 가장 자주 과장되는 자리라서 따로 떼어 놓았어요.

안 타지도 독하지도 않은 기체를 고른 대가

여기서 시간을 잠깐 되돌려야 해요. 기계 안을 도는 냉매 이야기를 처음부터 따라가야 뒤가 풀리거든요.

1920년대 냉장고와 냉방기는 암모니아, 이산화황, 염화메틸을 썼어요. 앞의 둘은 새면 냄새라도 났어요. 그런데 염화메틸은 냄새가 거의 없으면서 공기와 섞이면 폭발성을 띠었어요. 1929년 8월 시카고에서 사고가 잇따라 보도되자 사람들은 냉장고를 마당에 내놓고 잤어요.

같은 해에 벌어진 다른 사건 하나는 지금도 잘못 인용돼요. 1929년 5월 15일 클리블랜드 클리닉에서 123명이 죽은 참사예요. 이건 냉매 사고가 아니에요. 지하에 쌓아둔 질산셀룰로스 X선 필름이 백열등 열에 발화해 유독 가스를 뿜은 화재였어요. 같은 시기에 진짜 염화메틸 사고가 있었기 때문에 두 이야기가 섞인 거예요.

1930년 4월 애틀랜타의 미국화학회 총회에서 토머스 미즐리 주니어가 답을 내놨어요. 널리 전해지는 장면에 따르면, 그는 새 기체를 한 모금 들이마신 뒤 촛불에 대고 내뿜어 불을 껐다고 해요. 독성도 없고 불도 붙지 않는다는 시연이었어요. 뒷날 프레온-12로 불리는 물질이에요. 미즐리는 몇 해 전 휘발유에 납을 넣자고 제안한 바로 그 사람이기도 해요. 1931년 R-12가 시판됐고 1932년 R-11, 1936년 R-22가 뒤따랐어요. 당대 기준으로 프레온은 명백한 안전 개선이었어요.

청구서는 44년 뒤에 날아왔어요. 1974년 마리오 몰리나와 F. 셔우드 롤런드가 네이처에 논문을 실었어요. 스프레이와 냉장고, 에어컨에서 새어나간 CFC가 성층권까지 올라가 오존을 부순다는 내용이었어요. 역설이 여기 있어요. 안전해서 고른 성질, 즉 아무것과도 반응하지 않는다는 바로 그 점 때문에 CFC는 분해되지 않고 성층권까지 올라갔어요.

1985년 조지프 파먼 등이 남극 상공 오존이 최대 70%까지 사라졌다고 보고했고, 같은 해 20개국이 빈 협약에 서명했어요. 1987년 9월 몬트리올 의정서가 서명되고 1989년 1월 발효했어요. 유엔 역사상 처음으로 모든 회원국이 비준한 조약이 됐어요.

여기서 두 문제를 섞지 않는 게 중요해요. 오존층 파괴와 지구온난화는 원인도 결과도 다른 별개 문제예요. 몬트리올 의정서가 겨눈 것은 앞의 문제였어요. 오존 파괴력이 큰 CFC부터 선진국에서 1996년까지 걷어냈고, 파괴력이 작은 HCFC인 R-22는 과도기 냉매로 좀 더 쓰다가 선진국 2020년·개도국 2030년 일정으로 밀어냈어요.

2010년 미국과 유럽에서 신제품에 R-22를 쓰지 못하게 되자 그 자리를 R-410A가 채웠어요. R-410A는 HFC라서 오존은 깨지 않아요. 오존 문제는 여기서 풀린 거예요. 그런데 100년 기준 온난화지수가 IPCC 4차 보고서로 2,088, 6차 보고서로 2,285예요. 같은 물질도 보고서 판본에 따라 값이 달라지고요.

그래서 2016년 10월 키갈리에서 같은 조약이 같은 자리를 다시 손봤어요. 이번엔 오존이 아니라 온실가스로서 규제하는 거예요. 2019년 1월 발효했고, 2011~2013년 생산·소비를 기준으로 85% 이상 줄이는 것이 목표예요. 완료 시점은 나라 그룹마다 달라요. 21세기 말까지 0.4~0.5℃의 온난화를 피할 수 있다는 추정이 따라붙는데, 문헌마다 범위가 달라요. 2020년 12월에는 미국이 AIM Act로 같은 방향을 법에 넣었어요.

지금 시장이 옮겨가는 곳은 R-32와 R-454B, 프로판, 이산화탄소예요. 다만 새 냉매가 더 안전한 냉매는 아니에요. R-32와 R-454B는 약가연성, 프로판은 가연성으로 분류돼요. 가정용 분리형 에어컨의 프로판 충전 한도가 150g에서 최대 988g으로 올라간 것도 안전해졌다는 뜻이 아니라, 안전 설계 조건을 붙여 허용 범위를 넓혔다는 뜻이에요. 100년 전 프레온을 고른 이유가 바로 '안 타고 안 독한 것'이었다는 걸 떠올리면, 지금의 전환도 같은 종류의 거래예요.

여기서 기억할 것 문제를 풀면 다음 문제가 나타나는 구조 — 이 기계의 역사에서 두 번 반복된 자리이고, 지금 세 번째가 진행 중이에요.

한국의 에어컨, 금성사 GA-111에서 9·15 정전까지

그사이 기계 자체도 바뀌었어요. 1981년 도시바가 인버터로 압축기 회전수를 바꾸는 가정용 에어컨을 상용화했어요. 업무용은 그 전해에 나왔어요. 켜고 끄기를 반복하는 대신 필요한 만큼만 돌리는 방식이에요. 1982년에는 다이킨이 실외기 한 대로 여러 실내기의 냉매 유량을 따로 조절하는 방식을 내놨어요. 이후 일본식 인버터·히트펌프 방식이 아시아와 유럽의 표준이 됐어요. 참고로 냉매가 흐르는 방향을 뒤집으면 같은 기계가 난방기가 돼요. 한국의 벽걸이 에어컨 상당수가 이미 냉난방 겸용인 이유예요.

한국의 첫 장면은 그보다 앞선 1968년이에요. 금성사, 오늘의 LG전자가 제너럴일렉트릭과 기술제휴로 텔레비전만 한 창문형 룸에어컨 GA-111을 내놨어요. 출시 연도는 자료마다 일치하지만 출시 월과 모델명 표기는 매체마다 조금씩 달라요. 삼성전자는 1970년대 중반부터 에어컨을 만들기 시작했고, 금성은 1979년 벽걸이형, 1983년 국내 첫 스탠드형으로 이어갔어요.

다만 이때 에어컨은 관공서와 다방, 일부 부유층의 물건이었지 가정의 물건은 아니었어요. 한국갤럽 조사로 보면 가구의 냉방기 보유율은 1993년 6%, 1996년 14%, 1998년 24%, 2001년 36%였어요. 그러다 2012년 74%, 2016년 80%, 2018년 87%가 됐어요. 2018년이 확인되는 마지막 시점이에요. 이 값은 가구가 한 대라도 갖고 있는가를 물은 것이지 가구당 대수가 아니에요. 인터넷에 도는 '한국 보급률 98%, 세계 1위' 같은 표는 원자료를 찾을 수 없어요.

기기의 모양도 바뀌었어요. 1990년대에 시장이 창문형에서 스탠드형으로 넘어갔고, 2000년 LG전자가 휘센을, 2002년 7월 삼성전자가 하우젠을 내놨어요. 2000년대에는 두 회사 합계 점유율이 90%를 넘는 구도가 굳었어요. 다만 이 숫자는 어느 시점에 금액으로 세느냐 수량으로 세느냐에 따라 달라져요. 어쨌든 에어컨은 여름에 잠깐 다는 기계에서 사철 거실 한구석에 서 있는 가구가 됐어요.

그 무게가 드러난 날이 2011년 9월 15일이에요. 추석 연휴가 끝난 9월 중순인데 전국이 30도를 넘었어요. 가을 날씨를 전제로 짠 수요 예측이 328만 1,000kW 어긋났고, 여름이 끝났다고 보고 발전기 정비를 이미 시작한 뒤였어요. 오후 2시 20분 예비전력은 83만 8,000kW까지 떨어졌어요. 안정 유지 기준은 400만kW예요. 오후 3시 11분부터 7시 56분까지 4시간 45분 동안 전국 곳곳에서 통보 없는 순환정전이 벌어졌어요. 전력거래소는 지역을 100만kW씩 돌려가며 끊었어요. 지식경제부 장관이 물러났고 피해보상액은 약 70억원이었어요.

중요한 건 원인이에요. 이 사건은 발전 설비가 모자라서가 아니라 수요 예측과 정비 일정, 공급능력 집계가 어긋난 관리 실패로 정리됐어요. 9월에도 에어컨이 켜졌다는 사실이 방아쇠였지만, 무너진 것은 수요를 읽고 정비 일정을 짜고 공급능력을 세는 일이었어요.

지금 한국의 전력 피크는 겨울 저녁이 아니라 여름 오후에 찍혀요. 2024년 8월 20일 최대전력이 97.1GW로 역대 1위가 됐고, 2026년 9월 현재까지 그 기록이 그대로예요. 해마다 새로 쓰이는 게 아니에요. 한편 2025년 8월 25일에는 104.3GW라는 더 큰 숫자가 나왔는데, 이건 시장 밖 태양광까지 합친 총수요 기준 실시간 추정이라 최대전력과는 잣대가 다른 통계예요. 두 숫자를 한 문장에 놓고 비교하면 틀려요.

여기서 기억할 것 한국은 이 이야기의 압축판이에요. 25년 만에 보유율이 6%에서 87%까지 올랐고, 그 무게가 여름 오후의 전력망에서 가장 먼저 드러났어요.

가장 더운 곳의 28억 명, 그리고 앞으로 볼 것

2018년 5월 국제에너지기구가 '냉방의 미래'를 냈어요. 건물 부문에서 가장 빠르게 늘어나는 에너지 수요가 냉방이라는 보고서였어요. 기준 시나리오 전망으로 세계 건물용 에어컨은 16억 대에서 2050년 56억 대가 되고, 냉방 전력은 6,000TWh를 넘어요. 인도에서는 전력 첨두부하 중 냉방 비중이 10%에서 45%로 오른다는 전망도 있었어요. 전부 전망치예요.

실제로 확인된 값은 이래요. 2022년 세계가 냉방에 쓴 전기는 약 2,100TWh로 전 세계 전력의 약 7%였어요. 2000년의 두 배가 넘어요. 온실가스 비중은 기관마다 갈려요. 유엔환경계획은 냉매와 전력을 함께 세어 약 7%로 보고, Our World in Data는 IEA 자료를 바탕으로 약 3.2%로 봐요. 무엇을 냉방에 넣는지, 전기의 간접배출을 어떻게 배분하는지, 냉매 누출을 포함하는지에 따라 두 배 넘게 벌어지는 거예요. 한 값만 골라 '냉방은 세계 온실가스의 몇 퍼센트'라고 말할 수 없는 숫자예요.

그런데 이 전기를 쓰는 사람이 고르게 있는 게 아니에요. 2023년 IEA 논평 기준으로 가구 보유율은 미국과 일본이 90% 이상, 동남아시아가 15%, 인도와 아프리카가 5%예요. 세계에서 가장 더운 지역에 사는 28억 명 가운데 냉방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은 열 명 중 한 명이에요. 세계보건기구는 2000년부터 2019년까지 폭염 관련 사망자를 연평균 약 48만 9,000명으로 추정하는데, 이건 사인에 적힌 숫자가 아니라 초과사망 추정치예요.

한계선도 오해가 많아요. 2010년 한 논문이 사람이 버틸 수 있는 습구온도의 이론적 상한으로 제시한 35℃가 자주 인용되는데, 이건 완전히 건강하고 쉬고 있는 사람을 가정한 값이에요. 2022년 실험에서는 젊고 건강한 성인도 그보다 5~10℃ 낮은 데서 한계에 닿았어요. 2003년 유럽과 2010년 러시아 폭염 때 습구온도는 28℃를 넘지 않았어요.

그리고 첫 장의 그 열이 돌아와요. 에어컨은 실내에서 뺀 열에 자기가 쓴 전기의 열까지 얹어 바깥에 버려요. 파리 도심을 대상으로 한 모의실험에서는 거리 기온이 0.5℃ 올랐고, 피닉스를 대상으로 한 다른 모의실험에서는 야간 지상 기온이 1℃ 넘게 올랐어요. 도시도 기후도 기기 구성도 다른 별개 모형이라 두 값을 평균 내면 안 되고, 둘 다 실측이 아니라 모델 결과예요. 다만 방향은 같아요.

마지막으로 무엇을 지켜볼지만 적어 둘게요. 첫째, 냉매 전환이에요. 값싼 가연성 냉매로 옮겨가는 만큼 충전량 한도와 시공 규정, 정비 인력 교육이 함께 따라오는지를 봐야 해요. 둘째, 효율이에요. 2023년 12월 COP28에서 71개국 이상이 서명한 글로벌 쿨링 서약은 2050년까지 냉방 배출을 68% 줄이고 새로 파는 에어컨의 세계 평균 효율을 50% 올리자고 했어요. 법적 구속력이 없는 자발적 서약이에요.

셋째, 기계 밖의 해법이에요. 2021년 4월 발표된 글로벌 쿨링 프라이즈는 기존 에어컨보다 기후 영향이 5분의 1 이하인 가정용 냉방기를 요구했고 두 팀이 공동 수상했는데, 아직 시제품 단계예요. 햇빛 아래에서도 열을 하늘로 내보내는 복사냉각 소재는 100~150W/m² 수준의 성능이 보고되지만 습도와 구름이 있으면 성능이 크게 떨어져요. 그리고 바드기르가 하던 일, 즉 처마와 두꺼운 벽과 맞바람으로 더위를 늦추는 건축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넓은 땅과 낮은 층수를 요구해요.

넷째, 첨두부하예요. 1년에 전기를 얼마나 썼는지보다 가장 더운 날 오후 한 시간에 얼마를 한꺼번에 끌어 썼는지가 전력망을 정해요. 발전소와 송전망은 그 한 시간에 맞춰 지어야 하니까요.

1902년의 손님은 종이였어요. 지금 이 기계가 밀어 올리는 것은 도시의 전력 피크이고, 갈라놓는 것은 누가 더위를 견딜 수 있는가예요. 무엇을 위해 만들었는가와 무엇이 되었는가 사이의 거리, 그게 이 이야기예요.

여기서 기억할 것 관전 포인트는 네 곳이에요. 냉매 전환의 안전 규정, 효율, 기계 밖의 해법, 그리고 첨두부하.

흔한 오해

오해

'air conditioning'이라는 말은 윌리스 캐리어가 만들었다.

사실

1906년 노스캐롤라이나의 방직 기술자 스튜어트 크레이머가 애슈빌 총회 연설에서 처음 썼어요. 실에 미리 물을 먹이던 water conditioning에 빗댄 말이라, 뜻도 '식힌다'가 아니라 '실 뽑기 좋게 공기를 손질한다'였어요. 크레이머는 남부 목화 공장 150곳가량을 설계했고 습도 조절 특허를 60건 넘게 가졌어요.

오해

1929년 클리블랜드 클리닉 참사는 염화메틸 냉매가 터진 사고였다.

사실

그날 불이 난 것은 지하에 쌓아둔 질산셀룰로스 X선 필름이에요. 백열등 열에 필름이 발화해 유독 가스가 퍼졌고 123명이 죽었어요. 같은 시기에 실제로 염화메틸 누출 사망 사고가 잇따랐기 때문에 두 이야기가 섞여 잘못 인용돼요.

오해

에어컨이 미국 남부와 선벨트의 인구 폭증을 만들었다.

사실

남부가 커진 것은 맞아요(전국 인구 비중 1950년 24% → 2000년대 30%). 그런데 2007년 글레이저와 토비오는 1980년 이전 성장의 주역을 생산성 향상, 그 뒤를 탄력적인 주택 공급으로 봤어요. 남부 집값이 소득보다 느리게 오른 것은 햇볕이라는 쾌적성에 대한 지불의사가 늘지 않았다는 뜻이라는 거예요. 항공·군수 산업, 냉전기 연방 투자, 짐 크로 체제의 종식, 노동권법, 모기 방제도 함께 작용했어요.

오해

프레온 때문에 지구가 더워졌다.

사실

오존층 파괴와 지구온난화는 원인도 결과도 다른 문제예요. CFC와 HCFC는 성층권 오존을 부수는 물질이라 몬트리올 의정서로 규제됐어요. 그 대체재로 쓰인 HFC는 오존은 깨지 않지만 강력한 온실가스라서, 2016년 키갈리 개정으로 이번엔 온실가스로 다시 규제하게 된 거예요. 두 규제는 다른 문제를 겨눈 서로 다른 조치예요.

그래서 한마디로

에어컨은 1902년 브루클린의 석판인쇄소에서 태어났어요. 풀려던 문제는 더위가 아니라 습도였고, 첫 손님은 사람이 아니라 종이였어요. 'air conditioning'이라는 말조차 목화 공장 기술자가 실을 다루려고 붙인 이름이었어요. 이 기계는 극장과 사무실을 거쳐 집으로 들어왔고, 창을 열 수 없는 유리 건물을 낳았고, 전력 피크가 겨울 저녁에서 여름 오후로 옮겨간 자리에 함께 서 있어요. 안전하려고 고른 냉매가 오존을 부수고, 오존을 지키려고 고른 냉매가 온실가스가 되면서 같은 조약이 두 번 같은 자리를 손봤어요. 지금은 가장 더운 곳에 사는 28억 명 중 열에 한 명만 이 기계를 쓸 수 있어요.

참고 자료

본문의 연도와 숫자는 아래 자료를 근거로 씁니다. 틀린 곳을 찾으시면 알려주세요.

  1. 1876-1902: 세상을 바꾼 발명 williscarrier.com (캐리어 사사) 1902년 설비의 설계 목표 상대습도 55%와 냉방 능력의 얼음 환산치
  2. 자주 묻는 질문 — 캐리어와 공기조화의 시작 williscarrier.com (캐리어 사사) 새킷-윌헬름스 인쇄소 의뢰 내용, 1914년 게이츠 저택, 1930년대 가정용 설비 가격
  3. 1903-1914: 세계의 날씨를 만드는 사람들 williscarrier.com (캐리어 사사) 피츠버그 승강장 착상 일화 — 회사 기록 계열 자료
  4. 윌리스 캐리어 Wikipedia 1906년 특허 808,897호, 1911년 습공기 계산식, 1915년 창업과 자본금
  5. 방직 경영자 스튜어트 크레이머와 공기조화 North Carolina Department of Natural and Cultural Resources 1906년 'air conditioning' 명명, 1895년부터의 가습 장치, 특허와 공장 설계 규모
  6. 존 고리 Wikipedia 황열 병실의 얼음 대야, 1844년 제빙 성공, 1851년 미국 최초 제빙기 특허
  7. 프레더릭 튜더 Wikipedia 1806년 첫 얼음 수출과 손실, 1833년 캘커타 항해의 적재량과 잔량
  8. 바람잡이 탑(바드기르)과 야즈드 역사도시 Wikipedia · UNESCO 바드기르의 증발냉각 원리, 도울라트 아바드 정원의 33.8m 탑
  9. 에어컨의 세기 (1984) American Heritage 1881년 백악관 냉방 장치의 얼음 소비량과 도달 온도, 1948~1953년 룸에어컨 판매량
  10. 1928년 하원 본회의장의 냉방 U.S. House of Representatives, History, Art & Archives 발주와 가동 시점, 첫 석 달 필터에 걸린 먼지 약 227kg
  11. 휴회 열병 — 의회의 여름 휴회 관행 U.S. House of Representatives, History, Art & Archives 냉방 이후에도 여름 휴회 관행이 남았다는 사료
  12. 밀람 빌딩 Wikipedia 1928년 개관, 임대료 10~15% 프리미엄, 냉동기의 60년 가동
  13. 미국을 시원하게 만든 사람, 윌리스 캐리어 HistoryNet 1922년 원심식 냉동기, 1924년 허드슨 백화점, 1925년 리볼리 극장
  14. 싱가포르 초기 냉방의 역사 BiblioAsia, 싱가포르 국립도서관위원회(NLB) 1930년 캐피톨 극장, 1938년 알함브라 극장, 1937년 가정용 설치비와 숙련공 일당
  15. 냉매 Wikipedia 1920년대 냉매의 위험성, 프레온 계열의 등장과 저GWP 냉매로의 전환
  16. 클리블랜드 클리닉 참사 Encyclopedia of Cleveland History, Case Western Reserve University 1929년 참사의 실제 원인이 질산셀룰로스 X선 필름 화재라는 기록
  17. 블록버스터(오락) Wikipedia '블록버스터'의 어원과 여름 성수기가 자리 잡은 시기
  18. 레버 하우스 Wikipedia 1952년 개관, 열리지 않는 유리 커튼월과 전면 냉방
  19. 레빗타운(뉴욕) Wikipedia 초기 모델의 기본 사양이 복사난방과 텔레비전이었다는 사실
  20. 자동차 에어컨 Wikipedia 1939년 패커드의 공장 장착 카에어컨과 판매 대수, 중단 시점
  21. 선벨트의 부상 (NBER Working Paper 13071) Edward L. Glaeser & Kristina Tobio, NBER (2007) 남부 인구 비중 24%→30%, 주택가격·소득 비교, 주택 공급 중심의 설명
  22. 긴 무더위의 끝: 에어컨과 남부 문화 (1984) Raymond Arsenault, Journal of Southern History '에어컨이 남부를 바꿨다'는 서사의 출발점이 된 논문
  23. 미국 주별 역사 인구 Wikipedia (미국 인구총조사 기반) 애리조나·플로리다·미국 전체의 1940년 대비 2020년 인구
  24. 오존층 파괴 Wikipedia 1974년 몰리나·롤런드 논문, 1985년 남극 오존 관측
  25. 몬트리올 의정서 Wikipedia 1987년 서명과 1989년 발효, 키갈리 개정과 회피 온난화 추정치
  26. R-410A Wikipedia R-22 대체 경위와 IPCC 보고서 판본별 100년 기준 GWP
  27. IEC 60335-2-40 개정과 프로판 충전량 한도 NaturalRefrigerants.com · ACHR News 가정용 분리형 에어컨의 R-290 충전 한도 150g → 최대 988g 상향
  28. 가변 냉매 유량 방식(VRF) Wikipedia 1982년 다이킨의 방식 도입 등 인버터·다실 제어의 계보
  29. 인버터 구동 에어컨, 1980-1981 (IEEE 마일스톤) Engineering and Technology History Wiki 도시바의 인버터 에어컨 상용화 시점
  30. LG 에어컨 연혁 · 삼성 하우젠 브랜드 출범 LG전자 뉴스룸 · 전자신문 · ZDNet Korea 1968년 GA-111, 1979년 벽걸이형, 1983년 스탠드형, 2000년 휘센과 2002년 하우젠
  31. 가구 내 냉방기 보유율 조사 (1993~2018) 한국갤럽조사연구소 한국 가구 냉방기 보유율 시계열. 보유 여부이지 가구당 대수가 아님
  32. '9·15 순환단전' 1주년, 교훈과 과제 — 이해와 오해 전기신문 정전 시각과 지속 시간, 수요 예측 오차, 예비전력, 피해보상액
  33. 역대 최대전력 수요 순위 (전력거래소 EPSIS 인용 보도) 파이낸셜뉴스 · 이데일리 · 아주경제 2024년 8월 20일 97.1GW가 1위이며 이후에도 유지되고 있다는 순위표
  34. 총수요와 최대전력은 다른 통계다 — PPA·자가용 태양광의 반영 전기신문 · 경향신문 (전력거래소 설명 인용) 총수요 104.3GW가 실시간 추정치이며 최대전력과 직접 비교할 수 없다는 설명
  35. 냉방의 미래 (2018) International Energy Agency 세계 에어컨 대수와 냉방 전력의 2050년 기준 시나리오 전망
  36. 더워지는 세계에서 시원함을 유지하는 데 드는 에너지 (2023) International Energy Agency 국가별 가구 보유율 격차와 28억 명 가운데 10명 중 1명이라는 접근성 수치
  37. 냉방은 세계 온실가스의 약 3%를 차지한다 (2024) Hannah Ritchie, Our World in Data 2022년 냉방 전력 약 2,100TWh와 배출 비중 약 3.2% 추정
  38. 글로벌 쿨링 서약 (COP28) UN Environment Programme · Cool Coalition 참여 규모와 2050년 배출 68% 감축·효율 50% 향상 목표, UNEP의 약 7% 추정
  39. 기후변화, 더위, 건강 (팩트시트) World Health Organization 2000~2019년 전 세계 폭염 관련 사망 연평균 추정치(초과사망 추정)
  40. 열 스트레스로 인한 기후변화 적응 한계 (PNAS, 2010) Steven C. Sherwood & Matthew Huber 습구온도 35℃라는 이론적 상한이 처음 제시된 논문
  41. 젊고 건강한 성인의 습구온도 35℃ 한계 검증 (J Appl Physiol, 2022) Daniel J. Vecellio 등 실제 한계가 이론값보다 5~10℃ 낮게 측정됐다는 실험 결과
  42. 에어컨으로 인한 도시 환경의 인위적 가열 (JGR Atmospheres, 2014) Salamanca 등 피닉스 모의실험에서 야간 지상 기온 1℃ 이상 상승
  43. 파리 같은 도시에서 에어컨은 기온을 얼마나 올릴 수 있나 (Int. J. Climatology, 2013) C. de Munck 등 파리 도심 모의실험의 거리 기온 상승폭 0.5℃와 조건별 범위
  44. 20세기 미국의 기온-사망 관계 변화 (JPE, 2016) Barreca, Clay, Deschenes, Greenstone, Shapiro 폭염일이 사망률에 미치는 영향의 세기 전·후반 비교 추정
  45. 글로벌 쿨링 프라이즈 RMI · India Department of Science and Technology 기존 대비 기후 영향 5분의 1 이하를 요구한 대회와 공동 수상 결과
  46. 주간 복사냉각 Wikipedia 복사냉각 소재의 성능 범위와 습도·구름에 따른 성능 저하
제작 2026-09-05 갱신 2026-09-05 검증 2026-0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