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시진(時辰)은 옛 동아시아에서 하루를 열두 개로 나누어 시간을 재던 전통 시간 체계의 기본 단위예요. 오늘날의 2시간이 옛날의 '1시진'에 해당하며, 자·축·인·묘 등 십이지의 글자로 차례대로 이름을 붙여 생활 속 시간 기준으로 삼았어요. 각 글자에는 쥐·소·호랑이 같은 띠 동물이 상징으로 짝지어져 있어요.
하루를 12조각으로 나눈 지혜
옛날 사람들은 스마트폰이나 초침이 째깍거리는 손목시계 없이도 태양의 높낮이와 그림자의 길이로 시간을 척척 알아챘어요. 해가 뜨고 지는 하루 24시간을 열두 덩어리로 큼직하게 쪼갰는데, 이 한 덩어리를 1시진(時辰)이라고 불렀답니다.
1시진은 지금의 시간으로 치면 2시간에 해당해요. 그래서 하루 24시간은 12시진이 되지요. 이 열두 개의 시간에는 자·축·인·묘·진·사처럼 십이지의 글자가 차례대로 이름으로 붙었어요. 각 글자에는 쥐(자), 소(축), 호랑이(인), 토끼(묘), 용(진), 뱀(사)처럼 우리에게 친숙한 띠 동물이 짝지어져 있답니다.
한밤중인 밤 11시부터 새벽 1시까지는 '자시', 해가 머리꼭대기에 뜨는 낮 11시부터 오후 1시까지는 '오시'가 되었죠. 다만 옛 시진은 그 지역의 해 위치를 기준으로 했기 때문에, 오늘날 한국 표준시로 바꾸면 자시는 약 30분 늦은 밤 11시 30분~새벽 1시 30분 무렵에 해당해요. 굳이 분이나 초 단위까지 빡빡하게 쪼개지 않아도, 농사를 짓고 밥을 먹고 잠자리에 드는 일상생활에는 이 2시간 단위로도 충분히 넉넉했답니다.
당시 사람들에게 시간은 초 단위로 쫓기는 대상이 아니라, 자연의 리듬과 계절의 순환에 맞추어 흘러가는 여유로운 마디였던 셈이에요.
우리가 매일 쓰는 말 속에 남아 있는 흔적
조선 시대의 시간 체계는 박물관에만 갇혀 있는 낡은 옛날이야기가 아니에요. 우리가 지금도 시계를 보며 당연하게 쓰는 수많은 단어들 속에 고스란히 살아 숨 쉬고 있거든요.
대표적인 말이 바로 낮 12시를 뜻하는 '정오'예요. 정오는 오시(午時)의 한가운데라는 뜻에서 나온 말이에요. 마찬가지로 한밤중인 밤 12시를 가리키는 '자정' 역시 자시(子時)의 한가운데라는 뜻이랍니다.
더 나아가 정오 이전의 시간을 '오전(午前)', 정오 이후의 시간을 '오후(午後)'라고 부르는 것도 모두 오시를 기준으로 앞과 뒤를 나눈 표현이에요. 즉, 우리는 매일 아침과 낮을 구분할 때마다 무의식중에 옛 조상들의 시간 단위를 부르고 있는 셈이죠.
이 밖에도 축시(새벽 1시~3시)를 닭이 우는 때라는 뜻의 '계명(鷄鳴)', 유시(오후 5시~7시)를 해가 지는 때라는 뜻의 '일입(日入)'이라고 부른 것처럼, 시진마다 자연 현상에 따른 별칭도 있었답니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2시간보다 더 세밀한 시간
그렇다면 옛날 사람들은 2시간보다 더 짧은 시간은 전혀 재지 못했을까요? 왕실이나 관청에서는 천문 관측과 국가 의례, 그리고 군사 작전을 위해 훨씬 정밀한 시간 구분이 꼭 필요했어요.
그래서 하루를 더 잘게 나눈 각(刻)이라는 단위를 함께 사용했어요. 물시계의 눈금(새김)을 뜻하는 말에서 유래했답니다. 오랫동안은 하루를 100각으로 나눠 1각이 약 14.4분이었고, 조선 후기 시헌력을 들여온 뒤로는 하루를 96각으로 나눠 1각이 딱 15분이 되었어요. 우리가 흔히 '촌각을 다툰다'거나 '일각이 여삼추'라고 할 때의 그 '각'이 바로 이 단위예요. 96각법에서는 1시진(2시간)이 딱 8각으로 나뉘었죠.
또한 해가 진 뒤의 어두운 밤 시간은 따로 '경(更)'이라는 5단계 단위로 나누어 군사들이 순찰을 돌고 성문을 여닫았어요. 경의 길이는 밤이 길고 짧은 계절에 따라 달라졌어요. 사극에서 흔히 듣는 '삼경(대략 밤 11시~새벽 1시)'이 바로 깊은 밤을 알리는 신호였답니다.
이처럼 조상들은 1시진이라는 큰 틀 아래에 각(刻)과 경(更), 점(點) 같은 세밀한 보조 단위들을 촘촘히 엮어 상황에 맞게 유연하고 과학적인 시간 생활을 누렸답니다.
흔한 오해
1시진은 오늘날의 1시간과 똑같은 시간 길이이다.
1시진은 오늘날의 2시간에 해당해요. 하루 24시간을 12개로 나누었기 때문에 옛날의 한 시간 마디는 지금의 2배 길이였어요.
오전과 오후라는 단어는 서양의 AM, PM을 번역한 외래어 표현이다.
말 자체는 낮 11시~오후 1시를 뜻하는 전통 시간인 '오시(午時)'를 기준으로 그 앞과 뒤를 가리키는 한자어예요. 근대에 서양식 12시간제를 쓰면서 AM·PM에 대응하는 말로 자리 잡았어요.
일상에서 만나요
사극에서 '자시(밤 11시~새벽 1시)에 북쪽 성문에서 만나자'며 접선 시간을 정하는 장면
낮 12시를 '정오', 밤 12시를 '자정'이라고 부르는 일상적인 시간 표현
'일각이 여삼추(15분이 3년 같다)'처럼 15분을 뜻하는 '각(刻)'이 들어간 속담
그러니까 한마디로
시진은 하루 24시간을 십이지에 맞춰 2시간씩 12개로 나눈 전통 시간 단위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