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원료에서 판매까지 이어지는 공급망의 여러 단계를 한 회사가 직접 맡는 것이에요. 남에게 맡기던 앞뒤 단계를 회사 안으로 들이는 일을 가리켜요. 그 단계의 회사를 인수해 들이기도 하고, 설비를 새로 지어 스스로 하기도 해요.
빵집이 제분소를 들인다면
동네 빵집이 밀가루를 도매상에서 사 온다고 해 볼게요. 값이 오르면 그대로 얻어맞고, 물건이 늦게 오면 그날 빵을 못 구워요. 그래서 어떤 빵집은 아예 제분기를 들여 밀을 직접 빻기 시작해요.
다만 두 걱정이 똑같이 풀리지는 않아요. 밀 값 자체가 오르는 것은 제분기를 들여도 그대로예요. 안으로 들이면 제분소·도매상이 중간에 붙이던 이윤은 빠질 수 있지만, 빻는 데 드는 비용은 이제 빵집이 직접 져요. 대신 물건이 언제 오느냐는 제 손에 쥐게 돼요.
여기에는 두 갈래 길이 있어요. 돌아가던 제분소를 하나 사서 식구로 만드는 길, 그리고 창고 옆에 기계를 놓고 처음부터 스스로 하는 길이에요. 둘 다 수직 계열화예요. 남의 회사를 사는 쪽만 이 이름으로 부르는 것이 아니에요.
방향도 두 쪽이에요. 밀을 향해 거슬러 올라가는 쪽이 있고, 손님을 향해 내려가는 쪽이 있어요. 빵집이 배달을 제 차로 하고 직영 매장을 열면 손님 쪽, 곧 판매 쪽 단계까지 안으로 들어온 셈이에요. 원료 쪽으로 올라가면 후방 통합, 손님 쪽으로 내려가면 전방 통합이라고 해요.
'단계'가 무엇인지가 핵심이에요
공급망은 여러 단계로 이어져 있어요. 자석에 쓰는 희토류를 예로 들면, 미국 의회조사국은 이 공급망을 다섯 단계로 나눠 세어요. 캐고, 열일곱 가지를 하나씩 갈라내고, 산화물을 금속으로 바꾸고, 합금으로 만들고, 자석으로 찍어 내요.
단계마다 필요한 설비와 기술이 서로 달라요. 캐는 일과 갈라내는 일은 다른 공장이고 다른 나라에 있을 수도 있어요. 그래서 어느 산업을 누가 많이 만드느냐를 말할 때는 어느 단계인지를 함께 밝혀야 답이 돼요.
헷갈리는 이웃이 하나 있어요. 수직 계열화는 공급망의 위아래 단계를 한 회사 안에 모으는 것이고, 수평 결합은 같은 단계에 있는 경쟁자끼리 옆으로 묶는 것이에요. 빵집 둘이 하나가 되면 수평 결합, 빵집이 제분소를 들이면 수직 계열화예요.
아웃소싱과는 방향이 반대예요. 아웃소싱은 안에서 하던 일을 밖에 맡기는 쪽이고, 수직 계열화는 밖에 맡기던 일을 안으로 들이는 쪽이에요.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늘 이득은 아니에요
안으로 들인다고 언제나 남는 장사가 되지는 않아요. 이득이 나려면 두 가지 전제가 필요해요. 앞뒤 단계의 물량이 서로 맞아야 하고, 그 단계에 필요한 기술과 설비를 감당할 수 있어야 해요.
제분기가 하루의 절반을 놀면 그 비용은 고스란히 빵집이 져요. 게다가 안에서 사면 값을 견줄 데가 없어져요. 밖에서 살 때는 여러 곳의 견적을 대 볼 수 있지만, 안에서 만들면 그 값이 싼지 비싼지 알기 어려워요.
실제로 되돌린 예가 있어요. 1920년대에 완성된 미국의 한 자동차 공장은 철광석과 석탄을 배로 실어 와 유리와 강철까지 안에서 만들고 완성차를 내보냈어요. 그런데 1999년과 2000년, 미국의 두 자동차 회사는 부품 부문을 통째로 떼어 독립 회사로 내보냈어요.
어느 쪽이 옳다기보다 그때그때 나은 편이 달라지는 거예요. 제분에 얹히는 값이 널뛰고 공급이 자주 끊긴다면 제분소를 들이는 편이 나을 수 있어요. 값이 안정되고 파는 곳이 여럿이면 사서 쓰는 편이 나을 수 있어요.
흔한 오해
수직 계열화는 다른 회사를 사들이는 것을 뜻한다.
인수도 한 방법이지만 그것만은 아니에요. 그 단계를 스스로 짓고 사람을 뽑아 시작해도 같은 일이에요. 남에게 맡기던 단계를 제 안으로 들였는지가 기준이에요.
여러 단계를 안으로 들이면 중간에 남던 마진이 사라지니 원가가 낮아진다.
새로 떠안은 단계의 설비와 인건비도 회사 몫이 돼요. 그 단계의 물량이 모자라 설비가 놀면 오히려 값이 올라가요. 게다가 안에서 사면 값을 견줄 상대가 없어져요.
일상에서 만나요
빵집이 밀가루를 사 오는 대신 제분기를 들여 직접 빻고, 직영 매장에서 직접 팔아요.
전지판(모듈)만 만들던 태양광 회사가 그 바로 앞 단계인 셀 공장을 새로 지어 이어 붙여요.
그러니까 한마디로
남에게 맡기던 공급망의 앞뒤 단계를 회사 안으로 들이는 일이고, 인수만이 아니라 스스로 짓는 것도 여기에 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