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지금 들어오려는 회사는 앞에 두고 있는데 이미 들어와 있는 회사는 다시 치르지 않아도 되는 부담이에요. 돈으로 당장 살 수 없는 시간과 경험이 여기에 들어가기도 해요. 산업의 성질에서 저절로 생긴 것도 있고, 안전 확인이나 특허처럼 제도가 세운 것도 있고, 이미 들어와 있는 회사가 전략으로 쌓은 것도 있어요.
돈이 아무리 많아도 다음 달부터 만들 수는 없어요
반도체 공장 하나를 새로 짓는다고 해 볼게요. 땅과 건물과 장비에 들어가는 돈이 아주 커요. 이 돈은 물건을 하나 더 만들 때마다 드는 변동비와 성격이 달라요. 문을 열기도 전에 통째로 먼저 치러야 하는 돈이에요.
이미 안에 있는 회사도 들어올 때는 같은 돈을 치렀어요. 다만 그 돈은 이미 지나간 자리라 지금 다시 치르지 않아요. 장벽은 지금 이 자리에서 양쪽을 나란히 놓고 재요. 지금 들어가려는 쪽만 이 돈을 앞에 두고 있다는 뜻이에요.
돈을 다 마련했다고 끝이 아니에요. 같은 장비를 들여놓아도 처음 만든 판에서 쓸 만한 칩이 나오는 비율은 낮아요. 그 비율은 만들어 보면서 조금씩 올라가요. 만든 양이 쌓일수록 하나당 원가가 내려가는 이 관계를 학습곡선이라고 불러요.
먼저 들어온 회사는 그 곡선을 이미 몇 해에 걸쳐 내려와 있어요. 새로 들어온 회사는 같은 길을 처음부터 걸어야 하고, 그동안은 원가가 더 높아요. 이 차이는 돈을 더 넣는다고 하루아침에 메워지지 않아요.
항공기 쪽에는 시간이 하나 더 붙어요. 새 기종을 팔려면 항공 당국에서 안전을 확인받는 절차를 통과해야 하는데, 여기에 여러 해가 걸려요. 앞의 입장료로 치면 돈만이 아니라 시간도 함께 내야 하는 셈이에요.
저절로 생긴 담과 세워 놓은 담
장벽은 크게 몇 갈래로 나눠 볼 수 있어요. 하나는 그 산업의 성질에서 저절로 생기는 담이에요.
큰 초기 투자와 학습곡선이 여기 들어가요. 쓰는 사람이 늘수록 그 물건의 쓸모가 커지는 네트워크 효과도 마찬가지예요. 뒤에 들어온 쪽은 같은 물건을 내놓아도 쓸 사람이 적어 쓸모가 덜해 보여요. 누가 막아선 것이 아닌데도 뒤에 온 쪽만 더 무거운 짐을 지는 거예요.
다른 하나는 제도가 세운 담이에요. 면허를 받아야 영업할 수 있게 해 둔 것, 특허로 한동안 남이 못 쓰게 해 둔 것, 정해진 규격과 인증을 통과해야 팔 수 있게 해 둔 것이 여기 들어가요.
이 담을 나쁜 것으로만 읽으면 안 돼요. 아무나 비행기를 만들어 팔 수 없게 해 둔 절차는 안전을 확인하려고 세운 것이고, 배출 기준은 환경을 지키려고 세운 것이에요. 남이 못 들어오게 하려고 세운 담과, 다른 목적으로 세웠는데 결과적으로 담이 된 것은 갈라서 봐야 해요.
세 번째 갈래도 있어요. 이미 들어와 있는 회사가 값을 낮게 유지하거나, 유통망을 미리 묶어 두거나, 광고로 이름값을 쌓아 일부러 문턱을 높이기도 해요. 산업의 성질도 제도도 아닌, 회사의 전략이 만든 담이에요.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나가기 어려운 것과는 다른 이야기예요
가장 자주 뒤바뀌는 것이 방향이에요. 진입 장벽은 들어가기 어렵게 만드는 것이고, 퇴출 장벽은 나가기 어렵게 만드는 것이에요. 철거와 퇴직에 큰돈이 한꺼번에 드는 설비는 뒤쪽에 속해요.
둘이 같은 돈에서 함께 나오기도 해요. 문을 열기 전에 치른 큰돈 가운데 그 산업에서만 쓸 수 있는 설비처럼 접을 때 되팔기 어려운 몫이 크면, 들어오기도 어렵고 한번 들어오면 나가기도 어려운 산업이 생겨요. 땅처럼 되팔 수 있는 몫이 크면 사정이 달라요. 다만 두 장벽이 언제나 함께 오는 것은 아니에요.
규모의 경제와도 갈라 두어야 해요. 규모의 경제는 많이 만들수록 하나당 원가가 내려가는 성질이에요. 이 성질이 만드는 진입 장벽은 아직 적게 만드는 새로 온 쪽만 하나당 원가가 높아지는 상태고요. 규모의 경제는 원가가 움직이는 방식이고, 진입 장벽은 그것을 포함한 여러 원인으로 생긴 문턱이에요.
독점과도 층위가 달라요. 독점은 한 회사가 시장을 거의 다 차지한 상태를 가리키고, 진입 장벽은 그런 상태가 쉽게 무너지지 않게 붙잡아 두는 조건 쪽이에요. 장벽이 높다고 꼭 독점이 되는 것도 아니에요. 몇 안 되는 회사가 나란히 남아 있는 산업도 있어요.
흔한 오해
진입 장벽은 돈만 넉넉하면 넘을 수 있다.
돈으로 당장 사기 어려운 것이 함께 있어요. 만든 양이 쌓여야 내려가는 원가, 안전을 확인받는 데 걸리는 여러 해가 그런 것이에요.
진입 장벽은 언제나 이미 들어와 있는 회사가 남을 막으려고 세운 것이다.
안전을 확인받는 절차나 배출 기준처럼 다른 목적으로 세웠는데 결과적으로 담이 된 것도 있어요. 산업의 성질에서 저절로 생기는 것도 있고요.
진입 장벽이 높은 산업은 나가기도 쉽다.
들어가기 어려운 것과 나가기 어려운 것은 다른 이야기예요. 다만 문을 열기 전에 치른 큰돈이 접을 때 되찾기 어려운 산업에서는 둘이 함께 나타나기도 해요.
일상에서 만나요
새 여객기를 팔려면 항공 당국에서 안전을 확인받는 절차를 통과해야 하는데, 여기에 여러 해가 걸리는 일이에요.
메신저를 새로 내놓아도 친구들이 다 다른 곳에 있어서 쓸 사람이 모이지 않는 일이에요.
그러니까 한마디로
지금 들어오려는 회사만 앞에 두고 있는 부담으로, 산업의 성질에서 저절로 생긴 것도 있고 안전이나 특허처럼 제도가 세운 것도 있고, 이미 들어와 있는 회사가 전략으로 쌓은 것도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