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회사가 빚을 갚지 못해도 주주가 잃는 것이 자기가 낸 출자액까지로 묶이는 원칙이에요. 회사의 빚을 주주가 대신 갚을 의무는 없어요. 대신 회사에 물건을 대거나 돈을 빌려준 쪽이 그만큼 위험을 더 지게 돼요.
동업으로 연 가게와 주식 한 주의 차이
친구와 둘이 치킨집을 열었다고 해 볼게요. 장사가 안 돼서 재료값과 임차료가 밀리면, 갚아야 할 돈은 가게 안에서 멈추지 않아요. 남은 빚은 나와 친구의 통장까지, 때로는 살고 있는 집까지 따라와요.
주식을 한 주 산 사람은 사정이 달라요. 그 회사가 무너져 빚만 잔뜩 남겨도, 주식을 산 사람이 더 내야 할 돈은 없어요. 주식값이 0원이 되는 자리에서 손실이 멈춰요.
무한책임은 회사 재산이 모자라면 개인 재산까지 따라가는 쪽이고, 유한책임은 이미 낸 돈에서 손실이 끊기는 쪽이에요. 같은 '망했다'인데 뒷일이 완전히 달라져요.
그래서 이 원칙이 정해 주는 것은 '얼마를 벌 수 있나'가 아니에요. '최대 얼마까지 잃을 수 있나'를 미리 못 박아 두는 장치예요.
칸막이 하나가 왜 큰돈을 모았을까요
잃을 수 있는 금액에 천장이 생기면 무엇이 달라질까요. 얼굴도 모르는 사람이 벌이는 사업에 돈을 넣기가 훨씬 쉬워져요.
천장이 없을 때는 돈을 넣기 전에 그 회사가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빚이 얼마인지를 끝까지 확인해야 해요. 확인이 어려우면 아예 넣지 않게 되고요. 천장이 생기면 확인할 것이 줄어요. 최악의 경우가 얼마인지 이미 정해져 있으니까요.
그러면 작은 돈을 여러 곳에 나눠 넣을 수 있게 돼요. 그렇게 모인 작은 돈들이 혼자서는 만들지 못할 큰 자본이 돼요. 한 사람이 다 떠안던 위험을 여러 사람이 조각으로 나눠 지는 구조로 바뀐 거예요.
공짜는 아니에요. 주주가 덜 지게 된 위험은 없어진 게 아니라 자리를 옮겼어요. 회사에 물건을 대거나 돈을 빌려준 쪽이 그만큼 더 지게 됐거든요. 이 칸막이를 세우자는 논의에서도 바로 그 점이 반대의 근거로 나왔어요.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법인격과는 다른 이야기예요
자주 섞이는 이웃이 하나 있어요. 법인격은 회사가 주주와 별개의 인격으로 취급된다는 이야기이고, 유한책임은 그 회사가 진 빚을 주주가 어디까지 떠안느냐는 이야기예요. 앞의 것이 회사라는 그릇을 만들고, 뒤의 것이 그 그릇 밖으로 손실이 새지 않게 막아요.
한국 상법에는 주주의 책임이 자기가 가진 주식의 인수가액을 한도로 한다고 적혀 있어요. 주금을 다 낸 주주라면 회사 채권자에게 더 갚을 것이 없다는 뜻이에요. 다만 모든 회사에 이 칸막이가 서 있지는 않아요. 합명회사처럼 구성원이 회사 빚에 한도 없이 책임지는 형태도 있어요.
실제 자리에서 칸막이가 얇아지기도 해요. 작은 회사가 돈을 빌릴 때 은행이 대표자에게 개인 보증을 요구하면, 그 보증만큼은 칸막이 밖이에요. 회사를 껍데기로만 세워 두고 개인 일에 쓴 경우에는 법원이 칸막이를 걷어 내기도 하고요.
이 원칙이 언제 처음 생겼는지는 한 해로 못 박기 어려워요. 나라가 특별히 내준 설립 허가나 의회의 특별법으로 세운 일부 회사는 그 전에도 주주의 책임이 제한되기도 했거든요. 다만 동인도회사 같은 초기 무역 회사부터 그랬는지는 학자들 사이에서도 해석이 갈려요. 19세기 영국에서 달라진 것은 칸막이를 얻는 방법이었어요. 특별한 허가를 받아야 얻던 것이, 등록 절차만 밟으면 되는 것으로 바뀌었어요.
흔한 오해
유한책임 덕분에 회사가 망해도 그 회사에 돈을 빌려준 쪽은 손해를 보지 않는다.
주주가 덜 지게 된 위험은 없어지지 않고 자리를 옮겨요. 회사 재산이 모자라면 돈을 빌려준 쪽이 못 받는 부분을 떠안게 돼요.
주식회사의 대표라면 회사 빚을 개인 재산으로 갚을 일이 생기지 않는다.
대표가 회사 대출에 개인 보증을 섰다면 그 보증에 따라 개인이 갚아야 해요. 주주로서 지는 책임과 보증인으로서 지는 책임은 다른 이야기예요.
일상에서 만나요
주식을 산 회사가 문을 닫아 주가가 0원이 돼도, 그 회사가 남긴 빚을 주주들이 나눠 갚지는 않아요.
친구와 동업으로 연 가게가 빚을 남기면 개인 통장까지 따라오는데, 주식회사에서는 주주로서 지는 책임에 한해 그 길이 막혀 있어요.
그러니까 한마디로
회사가 망해도 주주가 잃는 것은 자기가 낸 돈까지라는 원칙이고, 그 대신 남은 위험은 돈을 빌려준 쪽으로 옮겨 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