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파킨슨의 법칙은 어떤 일에 시간이나 예산 같은 자원이 주어지면, 실제로 필요한 양보다 일이 불어나 주어진 자원을 다 채우는 경향을 말해요. 기한이 길어지면 여유가 생기기보다, 불필요한 잡무와 고민이 그 빈틈을 채우며 일이 주어진 시간만큼 늘어나기 쉬워요.
왜 방학 숙제는 항상 마지막 날에 끝날까요?
한 달짜리 방학 숙제를 받았을 때를 떠올려 보세요. 계획표에는 첫 주부터 매일 조금씩 하겠다고 적어두지만, 신기하게도 숙제는 개학 전날 밤에야 간신히 끝나요. 반대로 선생님이 내일까지 제출하라고 갑작스럽게 내준 숙제는 단 몇 시간 만에 뚝딱 해치우기도 하죠.
이처럼 일은 주어진 시간만큼 저절로 부풀어 오르는 성질이 있어요. 시간이 넉넉하면 여유롭게 끝내는 게 아니라, 자료 조사에 너무 많은 시간을 쓰거나 글꼴을 바꾸는 식의 불필요한 꾸미기에 매달리게 돼요. 결국 주어진 시간을 빈틈없이 다 채울 때까지 일의 부피가 커지는 거예요. 마감 직전까지 미루다 몰아서 하는 '학생 증후군'은 비슷하지만 다른 현상이에요. 파킨슨의 법칙은 미루기가 아니라 일 자체가 늘어나는 쪽이에요.
시간뿐만 아니라 지갑 속 돈이나 스마트폰의 저장 용량도 마찬가지예요. 월급이 오르면 저축이 늘어날 것 같지만 지출이 늘어나 통장이 비고, 저장 공간이 넉넉한 새 스마트폰을 사도 금세 사진과 앱으로 가득 차요. 쓸 수 있는 여유가 생기면 우리는 무의식중에 그 공간을 모두 채워버려요.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영국 해군에서 발견한 법칙
이 법칙은 영국의 역사학자 시릴 노스코트 파킨슨이 1955년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실은 풍자 에세이에서 처음 등장했어요. 그는 영국 해군 기록에서 기이한 사실을 하나 짚어냈죠. 1914년부터 1928년까지 대형 전함인 주력함은 67퍼센트 줄었는데, 해군 본부 관리 인원은 오히려 78퍼센트 늘어났던 거예요.
일감이 줄어들었는데 왜 일하는 사람은 더 늘어났을까요? 파킨슨은 관리자가 경쟁자를 만들기보다 부하 직원을 늘려 조직 내에서 힘을 키우고 싶어 하기 때문이라고 풍자했어요. 부하 직원이 둘 늘어나면 그들에게 일을 배분하고 결재하고 보고받느라 서로를 위한 새로운 일거리가 끝없이 만들어진다는 거예요. 관료제를 비꼰 관찰에서 나온 경험칙이라, 언제나 들어맞는 과학 법칙은 아니에요.
파킨슨의 원래 관찰과는 별개로, 비슷한 현상으로 연말 예산 소진도 자주 이야기돼요. 예산을 아껴서 남기면 다음 해 예산이 깎이는 구조를 가진 조직에서는, 연말마다 남은 돈을 다 쓰기 위해 불필요한 지출을 늘리는 일이 벌어지기도 해요.
팽창하는 일과 시간을 줄이는 법
파킨슨의 법칙에 휘말리지 않으려면 시간과 자원을 배정하는 방식을 바꿔야 해요. 가장 좋은 방법은 진짜 마감일보다 훨씬 앞선 자체 마감일을 정하는 거예요. 일주일 뒤에 끝내야 할 보고서라면 '오늘 퇴근 전까지 초안을 완성하겠다'처럼 마감 시간을 억지로 좁혀놓는 것이죠.
시간을 상자처럼 정해두고 그 안에만 집중하는 '타임박싱'도 효과적이에요. '오후 2시부터 3시까지 딱 1시간 동안만 이메일 답장을 쓰겠다'고 시간을 가두면, 쓸데없이 문장을 고치며 낭비하는 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어요. 상자의 크기를 줄이면 불필요하게 늘어난 부분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어요. 다만 꼭 필요한 시간보다 지나치게 줄이면 품질이 떨어지거나 일을 끝내지 못할 수 있어요.
완벽주의를 내려놓고 '완료'를 먼저 목표로 삼아보세요. 시간이 많다고 해서 결과물의 품질이 시간에 비례해 정직하게 올라가는 것은 아니에요. 적절한 마감 압박은 군더더기 업무를 털어내고 진짜 핵심에만 집중하게 만드는 가장 좋은 도구가 돼요.
흔한 오해
시간을 넉넉하게 줄수록 일의 질과 완성도가 무조건 높아진다.
시간이 지나치게 많으면 본질과 상관없는 사소한 고민이나 다듬기에 시간을 쓰게 되어, 오히려 효율이 떨어지기 쉬워요.
일상에서 만나요
하루면 될 보고서에 마감을 2주 주었더니, 2주 내내 서식 다듬기와 추가 조사, 확인 회의를 덧붙이며 시간을 다 채웠어요.
연말에 남은 예산이 깎이지 않도록 필요 없는 물품을 한꺼번에 구매하는 조직의 모습이에요.
그러니까 한마디로
일은 필요한 시간만큼만 걸리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시간을 모두 채울 때까지 늘어나는 경향이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