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 이야기

표준시의 역사

철도가 먼저 쓴 곳과 전신이 먼저 흔든 곳, 그리고 법이 맨 뒤에 온 순서

  • 읽는 데 약 20분
  • 1840 – 2024
  • 챕터 9개
  • 그림 4장
  • 출처 15건

비행기가 착륙하고 방송이 끝나면 주머니 속 휴대폰이 혼자 시각을 바꿔요. 아무도 손대지 않았는데 화면의 숫자가 한 시간 뒤로 물러나 있어요. 우리는 이걸 당연하게 여겨요. 지구를 세로로 자른 칸이 있고, 칸을 넘으면 시각이 바뀐다고요.

그런데 그 칸은 하늘에 그어져 있는 게 아니에요. 사람이 합의해서 그은 선이에요. 게다가 이 선은 해가 실제로 머리 위에 오는 시각과 일부러 어긋나 있어요. 서울과 부산은 해가 가장 높이 뜨는 시각이 몇 분 다른데, 두 도시의 시계는 같은 숫자를 가리켜요. 그 어긋남을 다 같이 감수하기로 한 약속이 표준시예요.

이상한 점이 하나 있어요. 이 약속을 바꾸는 데는 물건이 거의 들지 않아요. 공장을 새로 짓거나 상자를 새로 만들 필요가 없고, 시계 바늘만 돌리면 돼요. 그런데도 자리를 잡는 데 수십 년이 걸렸고, 어떤 나라는 지금도 옮겼다 되돌렸다 해요. 왜 그런지 보려면, 도시마다 시계가 다른 것이 정상이던 시절로 돌아가야 해요.

한눈에 보는 연표

철도가 밀다

  1. 1840 그레이트웨스턴 철도, 모든 역에 런던 시각을 씀
  2. 1847 영국 철도청산소가 그리니치 시각을 권고
  3. 1852 그리니치 천문대, 전신선으로 시보를 보내기 시작

나라가 정하다

  1. 1868 뉴질랜드, 정부가 전국에 표준시를 시행
  2. 1879 스웨덴, 동경 15도를 나라 표준으로 삼음
  3. 1880 영국, 법령상 시간의 정의에 관한 법률 제정

대륙과 세계

  1. 1883 미국·캐나다 철도들이 정오를 두 번 맞음
  2. 1884 워싱턴 국제 자오선 회의, 결의 일곱 개 채택

법이 뒤따르다

  1. 1911 프랑스, 그리니치라는 말 없이 그리니치 시각을 채택
  2. 1918 미국 표준시법 — 철도의 체계가 연방법이 됨
  3. 1961 한국, 표준 자오선을 동경 135도로 다시 바꿈

지금

  1. 2024 카자흐스탄, 두 시간대를 하나로 합침

도시마다 시계가 다른 것이 정상이던 시절

옛날 사람들은 시계를 해에 맞췄어요. 해가 하늘에서 가장 높이 올라온 순간을 정오로 삼는 거예요. 이 방식은 어느 마을에서나 쓸 수 있었어요. 막대기 하나를 세워 그림자가 가장 짧아지는 때를 보면 되니까요.

다만 해가 남중하는 시각은 장소마다 달라요. 동쪽에 있는 마을이 먼저 정오를 맞고, 서쪽 마을은 조금 뒤에 맞아요. 경도가 조금만 달라져도 값이 달라지죠. 게다가 지구가 도는 속도는 계절에 따라 조금씩 흔들려서, 실제로 해가 남중하는 순간을 그대로 쓰면 하루 길이가 들쭉날쭉해요. 그래서 한 해 평균을 내 고른 하루를 쓰는 방식이 자리 잡았고, 이것을 그 지역의 지방평균시라고 불러요.

중요한 건 이게 불편하지 않았다는 점이에요. 옆 도시까지 하루가 걸리는 세상에서는 몇 분의 차이가 눈에 띄지 않아요. 도착해서 그 도시의 시계를 보면 그게 그곳의 시각이었어요. 마을마다 시계가 다른 것은 고장이 아니라 정확한 상태였어요. 틀린 시계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어요.

시계를 맞추는 방법도 마을마다 있었어요. 광장의 큰 시계를 보거나, 종소리를 듣거나, 항구에 세워 둔 시각 신호구가 떨어지는 것을 보면 됐어요. 시계와 안경을 만드는 장인이 자기 가게 앞에 그 지방의 시각을 걸어 두기도 했고요. 시각은 마을이 스스로 관리하는 살림이었어요.

이 평화는 무언가가 사람보다 빨라지는 순간 깨졌어요. 기차는 몇 분의 차이를 눈에 보이게 만들었거든요. 아침에 출발한 열차가 점심 전에 몇 도시를 지나가면, 그 도시들의 시계가 서로 다르다는 사실이 곧바로 문제가 돼요. 출발 시각이 어느 도시의 시각인지 정하지 않으면 시간표를 쓸 수가 없어요.

1841년 영국 그레이트웨스턴 철도의 시간표에는 이런 안내가 붙어 있었어요. 이 철도의 모든 역에서는 런던 시각을 쓰며, 런던 시각은 레딩보다 약 4분, 배스와 브리스톨보다 11분, 브리지워터보다 14분 빠르다고요. 승객은 시간표를 읽다가 자기 도시의 시계가 기차와 다르다는 사실을 배웠어요.

여기서 기억할 것 시계가 제각각인 것이 문제가 되려면, 먼저 사람보다 빠른 것이 나타나야 했어요.

시각을 만든 곳과 시각을 퍼뜨린 곳은 달랐어요

1840년 11월, 그레이트웨스턴 철도가 모든 역에서 런던 시각 하나만 쓰기로 했어요. 서로 다른 지방평균시를 하나로 맞춘 이른 기록이에요. 이유는 단순했어요. 열차 시각표를 만들려면 출발역과 도착역이 같은 시계를 봐야 하거든요.

다른 회사들도 곧 따라왔어요. 1847년에는 여러 철도 회사의 정산을 맡던 업계 기구인 철도청산소가 모든 역에서 그리니치 시각을 쓰라고 권고했고, 그해 말 영국 철도 전반이 그 시각으로 갈아탔어요. 이때 붙은 이름이 철도 시각이었어요. 정부가 정해 준 것이 아니라 업계가 자기들끼리 정한 규격이었죠.

그런데 그 시각을 만든 곳은 철도가 아니었어요. 그리니치 왕립천문대였어요. 1852년 천문대에 셰퍼드 모터 시계가 설치됐고, 문에 걸린 시계가 그리니치 시각을 대중에게 직접 보여 준 첫 시계가 됐어요. 그 시각은 전신선을 타고 런던과 에든버러, 글래스고 같은 도시로 나갔어요. 역장들은 그리니치에서 오는 전신 신호를 보고 역 시계를 맞췄고요. 시각을 정한 것은 철도였지만, 시각을 만들어 나른 것은 천문대와 전신이었어요.

1855년 무렵에는 영국의 공공 시계가 거의 다 그리니치 시각으로 맞춰져 있었어요. 시청과 교회의 시계까지요. 그러니 이때 영국은 사실상 하나의 시각을 쓰는 나라였어요. 다만 법은 달랐어요. 법정 문서에 적힌 시각은 여전히 각 지방의 평균시로 읽혔거든요.

이 어긋남을 정리한 것이 1880년 8월 2일 제정된 법률이에요. 이름이 「법령상 시간의 정의에 관한 법률」이고, 조문이 딱 두 개예요. 전문은 이렇게 시작해요. 법령과 증서에 나오는 시간 표현이 그리니치 시각을 가리키는지 각 지방의 평균 천문시를 가리키는지에 대한 의문을 없애는 것이 타당하므로. 나라가 한 일은 새 시각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다들 이미 쓰고 있던 것을 법의 언어로 받아 적는 일이었어요.

여기서 기억할 것 다들 쓰고 있는 것과 법이 인정하는 것 사이에는 30년 넘는 틈이 벌어질 수 있어요.

「세계 최초」가 하나가 아닌 이유

표준시 이야기에서 가장 자주 어긋나는 자리가 「최초」예요. 서로 완전히 다른 사건들이 같은 이름으로 뭉뚱그려지거든요. 축을 갈라 놓으면 주인공이 각각 달라져요.

한 철도 회사가 자기 노선 전체에 하나의 시각을 쓴 것을 최초로 친다면 1840년 영국 그레이트웨스턴 철도예요. 한 나라의 철도들이 서로 합의해 공통 시각으로 갈아탄 것을 친다면 1847년 영국의 철도청산소고요. 여기까지는 회사들끼리의 약속이에요.

정부가 나라 전체에 하나의 표준시를 시행한 것을 최초로 친다면 답이 바뀌어요. 1868년 11월 2일 뉴질랜드예요. 뉴질랜드 정부 백과사전은 이것을 정부가 전국 규모로 표준시를 시행한 세계 최초의 사례라고 적어요. 다만 뉴질랜드가 고른 값은 그리니치보다 11시간 30분 빠른 시각이었어요. 한 시간의 정수배가 아니었죠.

그래서 축이 하나 더 갈려요. 그리니치에서 정수 시간만큼 떨어진 값을 나라 표준으로 삼은 것을 최초로 친다면 1879년 1월 1일 스웨덴이에요. 동경 15도의 시각을 나라 전체가 쓰기로 했고, 이것이 지금 우리가 쓰는 한 시간짜리 칸의 모양이에요. 법으로 못 박은 것을 친다면 1880년 영국이고요.

미국이 앞서는 축은 따로 있어요. 대륙 하나를 여러 개의 칸으로 나누고, 그 칸들을 한날한시에 동시에 켠 것이에요. 그게 1883년 11월 18일이에요. 그 전까지의 사례는 모두 「나라 하나에 시각 하나」였어요. 여러 개의 칸을 한 체계로 묶은 것은 미국이 처음이고, 지금 우리가 지도에서 보는 세로 줄무늬의 모양이 여기서 나왔어요.

마지막 축은 국제 합의예요. 1884년 워싱턴에서 열린 회의가 그 자리인데, 이 회의가 무엇을 결의했는지는 널리 알려진 이야기와 꽤 다릅니다. 그건 뒤에서 원문을 열어 보기로 해요.

축을 이렇게 갈라 놓으면 서로 다투던 나라들이 각자 제자리에 앉아요. 그러니 수식어 없는 「최초」는 이 이야기에서 거의 언제나 틀린 문장이 돼요. 무엇의 최초인지를 붙여야 답이 하나로 정해져요.

여기서 기억할 것 「최초」를 여러 축으로 갈라 놓아야, 뒤에 나올 나라들이 서로 다투지 않고 각자 제자리에 앉아요.

뉴질랜드의 시계를 흔든 것은 기차가 아니라 전보였어요

표준시 이야기는 대개 철도로 시작해요. 그런데 정부가 나라 전체의 시각을 처음 정한 나라에서는 방아쇠가 달랐어요.

그 무렵 뉴질랜드는 섬 곳곳에 전신선을 깔던 중이었어요. 1868년 1월 무렵에는 비마오리 인구 22만 명 가운데 약 74%가 전신을 쓸 수 있었어요. 그런데 남쪽 끝 인버카길과 북섬의 네이피어는 지방시가 34분이나 달랐어요. 전신국마다 여는 시각과 닫는 시각이 자기 지방시를 따르다 보니, 급한 전보가 다음 날에야 닿는 일이 생겼어요.

체신장관 존 홀이 나섰어요. 그는 자치권을 가진 지방의회에 명령할 수는 없었어요. 하지만 전신국과 우체국은 자기 관할이었죠. 1868년 1월, 그는 모든 전신국에 웰링턴 평균시로 열고 닫으라고 지시했어요. 우체국은 같은 건물을 쓰는 곳이 많아 자연히 따라갔고요. 사람들은 그 시계가 정확하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 자기 시계를 거기에 맞추기 시작했어요.

반발은 오타고에서 나왔어요. 그때 가장 부유하고 인구가 많던 지방이에요. 그곳 신문은 웰링턴의 결정을 통치자들의 변덕이라고 불렀어요. 사정을 더 나쁘게 만든 실수도 있었어요. 더니든 사람들은 시계를 20분 돌리라는 안내를 받았는데 실제로 맞는 값은 17분이었거든요. 오타고가 내세운 논리는 자치권만이 아니었어요. 웰링턴이 나라의 한가운데가 아니니 그곳 시각을 기준 삼으면 다른 도시들이 더 크게 어긋난다는 것이었어요. 밀려난 쪽의 반론에도 계산이 들어 있었어요.

1868년 9월 2일 하원에서 결론이 났어요. 더니든 출신 의원이 크라이스트처치 시각을 쓰자고 발의했고, 홀이 「크라이스트처치」를 「뉴질랜드」로 바꾸는 수정안을 냈어요. 정부 과학자 제임스 헥터가 동경 172도 30분을 권고했는데, 이 선은 크라이스트처치 바로 서쪽을 지나요. 결과적으로 오타고의 주장이 거의 받아들여진 셈이었어요. 10월 31일 관보에 실렸고, 11월 2일 정오에 웰링턴 시계와 전국의 시계가 동시에 12시를 쳤어요. 뉴질랜드는 1946년 1월 1일에 이 기준을 동경 180도로 다시 옮겨요.

여기서 기억할 것 「나라가 아니라 철도였다」는 첫 번째 균열이 여기서 생겨요. 여기서는 전신이었고, 나선 사람은 장관이었어요.

정오가 두 번 온 날

미국은 사정이 달랐어요. 나라가 훨씬 넓었고, 철도가 훨씬 많았어요.

표준시 이전 북아메리카에는 지방시가 144개 넘게 있었어요. 철도 회사들은 저마다 본사가 있는 도시의 시각으로 열차를 굴렸고, 1880년대 초에도 철도 시각이 80개쯤 됐어요. 역 대합실에는 회사마다 다른 시계가 여러 개 걸려 있었어요. 승객의 회중시계는 그중 어느 것과도 맞지 않았고요.

해법을 제안한 사람들은 여럿이었어요. 찰스 다우드가 1870년에 나라를 네 개의 칸으로 나누는 안을 소책자로 냈고, 캐나다 철도 기사장 샌퍼드 플레밍이 1876년에 24시간제에 기반한 국제 공통 시각을 제안했어요. 1879년에는 클리블랜드 애비의 제안으로 표준시 위원회가 만들어졌는데, 이유가 뜻밖에도 일기예보였어요. 관측 시각이 제각각이면 예보를 만들 수 없거든요.

여기서 흔히 놓치는 대목이 있어요. 미 의회도서관 법률도서관의 서술에 따르면, 통일된 시각을 요구하는 압력이 커지자 철도 회사들은 정부가 개입해 자기들 수익을 깎을까 봐 걱정했고 그래서 스스로 안을 만들었어요. 철도가 나라를 앞지른 것이 아니라, 나라가 손대는 것을 앞질러 막으려 했다는 이야기예요.

1883년 10월 11일 시카고의 한 호텔에서 철도 회사들의 모임인 일반시각협의회가 윌리엄 앨런의 안을 표결로 채택했어요. 서경 75도, 90도, 105도, 120도의 시각을 한 시간씩 차이 나게 쓰기로요. 시행일은 11월 18일 정오였어요. 그날 여러 도시에서 정오가 두 번 왔어요. 먼저 해가 만든 정오가 오고, 시계를 되돌린 뒤 철도가 정한 정오가 다시 왔거든요.

모두가 반긴 건 아니었어요. 인디애나폴리스의 한 신문은 이제 사람들이 철도 시각에 맞춰 결혼하고 철도 시각에 맞춰 죽어야 할 것이라고 썼어요. 해와 달과 별도 철도협의회의 명령을 무시해 보겠지만 결국 굴복할 거라고요. 과장이었지만, 그 신문이 짚은 것은 진짜였어요. 이제 하루의 눈금을 긋는 쪽이 회사라는 사실이요.

여기서 기억할 것 철도가 먼저 움직인 동기 가운데 하나가 국가를 앞질러 막는 것이었다는 서술이 있어요.

워싱턴 회의는 시간대를 만들지 않았어요

널리 도는 이야기가 하나 있어요. 1884년 워싱턴에서 열린 국제 자오선 회의가 세계를 24개의 시간대로 나눴다는 거예요. 영국 철도 인프라를 관리하는 회사의 홈페이지에도 그렇게 적혀 있어요. 그런데 회의록 원문을 열면 다른 이야기가 나와요.

회의는 1884년 10월 1일 미국 국무부에서 시작했고, 표결에는 25개국이 참여했어요. 채택된 결의는 일곱 개예요. 기준 자오선을 하나만 두자, 그것을 그리니치 천문대의 자오선으로 하자, 경도는 거기서 동서로 180도씩 세자, 「만국일」을 채택하자, 만국일은 기준 자오선의 평균 자정에 시작해 0시부터 24시까지 세자, 천문일과 항해일도 자정에 시작했으면 좋겠다, 각과 시간의 십진 분할 연구를 재개했으면 좋겠다. 일곱 개 어디에도 시간대는 없어요.

오히려 반대에 가까워요. 네 번째 결의에는 단서가 붙어 있어요. 만국일은 편리하다고 여겨지는 용도에 쓰이며, 필요한 곳에서 지방시나 다른 표준시를 쓰는 것을 방해하지 않는다고요. 오스만 대표는 이 단서를 확인받고서야 찬성했어요. 자기 나라에서는 해가 지는 순간을 하루의 시작으로 세는 방식이 농사와 기도 시각에 얽혀 있어서 버릴 수 없다고 설명하면서요.

시간대에 가장 가까이 갔던 안도 있었어요. 영국 대표 스트레이치가 마지막 회기에 낸 결의안인데, 지구를 도는 자오선들을 10분이나 그 정수배 간격으로 두고 시각을 세자는 내용이었어요. 그런데 그는 표결을 요청하지 않았어요. 모두의 견해에 맞는 정확한 표현을 찾기가 극히 어렵고, 어차피 지방 시각을 정하는 일은 각 지역에 맡겨야 한다는 이유로 직접 철회했어요. 러시아 대표도 15도 간격의 24개 자오선 같은 안을 언급했지만, 각국이 아직 검토하지 않았으니 의견을 내기 어렵다고 했고요.

그럼 그리니치는 왜 뽑혔을까요. 회의에 제출된 표가 근거였어요. 그때 이미 세계 선박 톤수의 72%가 그리니치 기준으로 경도를 재고 있었고, 나머지 28%가 열 개 자오선으로 흩어져 있었어요. 많이 쓰는 쪽으로 모이는 것이 갈아타는 비용이 가장 적었죠. 프랑스 대표는 바로 그 점을 지적했어요. 그리니치의 유일한 장점은 그 주위에 모인 이해관계이지 과학의 이유가 아니라고요. 프랑스는 기준 자오선 표결에서 기권했어요.

여기서 기억할 것 회의가 정한 것은 경도의 0도와 만국일이었어요. 우리가 쓰는 칸은 그 뒤에 나라마다 따로 그은 거예요.

먼저 바꾸는 쪽이 손해인데, 누가 값을 냈을까

표준시는 이상한 물건이에요. 바꾸는 데 물건이 거의 안 들어요. 컨테이너 규격을 바꾸려면 상자를 새로 만들어야 하지만, 시각은 바늘만 돌리면 되니까요. 그런데도 자리 잡는 데 수십 년이 걸렸어요. 이유는 비용이 물건이 아니라 합의에 있었기 때문이에요.

앨런이 1884년 워싱턴 회의에 낸 문서에 이 구조가 그대로 적혀 있어요. 철도 경영자는 대중이 쓰지 않는 시각을 자기 노선에 쓰려 하지 않아요. 손님이 못 알아들으니까요. 반대로 대중은 일상의 습관을 크게 바꾸는 시각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아요. 앨런은 이 태도가 불합리하다고 주장할 수는 있겠지만 그것이 사실이며 무시할 수 없다고 덧붙였어요. 양쪽 다 상대가 먼저 움직이기를 기다리는 상태였어요.

표준이 이런 모양인 것은 쓰는 사람이 많을수록 값이 커지기 때문이에요. 나 혼자 다른 시각을 쓰면 이웃과 어긋나 손해고, 다 같이 쓰면 이득이에요. 그러니 누군가는 아무도 안 쓰는 시각을 먼저 쓰는 손해를 감수해야 해요. 미국에서는 철도가 그 값을 냈어요. 안을 만든 뒤 회사 직원들이 도시 정부를 찾아다니며 설득했고, 신문들이 시계 맞추는 법과 새 칸의 지도를 실었어요.

일단 자리를 잡으면 이번에는 반대 힘이 붙어요. 시행 열한 달 뒤인 1884년 10월 9일, 미국과 캐나다 철도 경영자들이 필라델피아에 모여 워싱턴 회의로 보낼 결의를 만장일치로 채택했어요. 내용은 기준 자오선을 그리니치가 아닌 다른 곳으로 옮기지 말아 달라는 것이었어요. 옮기면 자기들 표준 자오선이 정수 도에서 어긋나는데, 다른 표준으로 바꾸려면 얻어내기 매우 어려운 양의 입법이 필요하다는 이유였어요. 표준이 굳는 데 한 해도 걸리지 않은 거예요.

밀려난 쪽에도 같은 힘이 작용했어요. 프랑스는 1884년에 기권한 뒤 1911년 3월 9일에야 법을 바꿔요. 그 조문이 재미있어요. 프랑스의 법정시는 파리 평균시에서 9분 21초 늦춘 시각이라고 적혀 있어요. 계산하면 그리니치 시각과 같지만, 조문에 그리니치라는 말은 한 번도 나오지 않아요. 프랑스 법이 협정세계시를 직접 기준으로 삼은 것은 1978년 시행령부터였어요. 미국도 마찬가지로 늦었어요. 철도가 만든 체계가 연방법이 된 것은 1918년 3월 19일이고, 시간대 경계를 정할 권한은 주간통상위원회에 넘어갔어요.

여기서 기억할 것 이 편의 경제 논리예요. 값이 싸다고 빨리 바뀌는 게 아니라, 같이 움직여야 하는 것이 느리게 바뀌어요.

시계는 지금도 조용히 옮겨 다녀요

표준시가 한 번 정해지면 끝나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아요. 한반도의 기준 자오선은 네 번 바뀌었어요. 국가기록원 정리에 따르면 1908년 4월 1일 동경 127도 30분으로 정해졌다가, 1912년 1월 1일 동경 135도로 바뀌었고, 1954년 3월 17일 다시 127도 30분으로 돌아왔다가, 1961년 8월 7일 135도로 되돌아왔어요. 바뀔 때마다 근거가 되는 법령이 따로 만들어졌고요. 표준시는 기술의 문제이면서 동시에 누가 정하느냐의 문제였어요.

공식 표준시를 쓰지 않는 곳도 있어요. 인도 아삼의 차 농원은 공식 시각보다 한 시간 앞선 시계를 씁니다. 영국 통치기부터 이어진 관행이에요. 인도는 나라 전체가 하나의 표준시를 쓰는데, 동쪽 끝과 서쪽 끝은 해 뜨는 시각이 약 2시간 차이가 나거든요. 2018년 인도 국립물리연구소 연구진은 나라를 두 개의 표준시로 나누자는 안을 학술지에 발표했어요. 재미있는 건 경계선을 고른 방식이에요. 철도역이 적은 구간이라 열차 시각을 사람 손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이유로 서벵골과 아삼의 경계를 골랐어요. 시간대 경계와 철도의 관계는 지금도 끝나지 않았어요.

반대 방향으로 간 나라도 있어요. 카자흐스탄은 2024년 3월 1일 두 개의 시간대를 하나로 합쳐 협정세계시보다 5시간 빠른 시각으로 통일했어요. 정부가 든 이유 가운데 하나는 원래 쓰던 시각이 실제 태양시와 맞지 않아 생체리듬에 좋지 않다는 것이었어요. 그런데 동부에서는 겨울에 해가 너무 일찍 지게 됐어요. 오스케멘에서는 동지 무렵 일몰이 오후 3시 30분쯤이었어요. 2024년 12월 조사기관 데모스코프의 여론조사에서 통합에 반대한다는 응답이 53%, 찬성이 22%였고, 같은 달 아스타나 법원은 동부 주민들이 낸 소송을 기각했어요.

시계와 해가 어긋나는 대가는 실제로 측정되기도 해요. 2019년에 나온 한 연구는 미국 시간대 경계를 이용했어요. 경계 양쪽은 사는 방식이 비슷한데 시계만 한 시간 다르거든요. 이 연구는 저녁에 자연광이 한 시간 더 있으면 평균 수면이 19분 줄어든다고 추정했어요. 어느 칸에 들어가느냐가 사람의 하루에 실제로 닿는다는 뜻이에요.

유럽연합에서는 다른 종류의 교착이 보여요. 2018년 9월 12일 집행위원회가 계절별 시각 변경을 끝내자는 안을 냈어요. 공개 의견수렴에는 약 460만 건이 들어왔고 그중 84%가 폐지에 찬성했어요. 그런데 회원국들이 어느 시각에 고정할지를 두고 합의하지 못하면서 안은 멈춰 섰어요. 바꾸자는 데는 뜻이 모였는데, 어디로 바꿀지에서 모이지 않은 거예요.

여기서 기억할 것 지금 벌어지는 논쟁도 결국 같은 자리예요. 누가 먼저,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

다음 장면은 어디를 보면 될까

앞일을 맞힐 필요는 없어요. 대신 이 이야기가 알려 준 규칙에 비춰, 무엇을 보고 있으면 시계가 움직이는 것을 먼저 알아챌 수 있는지만 정리해 볼게요.

첫째, 누가 비용을 내는지 보세요. 표준을 바꾸려면 아무도 안 쓰는 시각을 먼저 쓰는 쪽이 있어야 해요. 미국에서는 철도가 냈고, 뉴질랜드에서는 우체국과 전신국이 냈어요. 지금 어떤 나라에서 시간대 논의가 나온다면, 그 값을 낼 만한 조직이 있는지부터 보면 돼요.

둘째, 되돌리는 비용을 보세요. 표준은 굳는 데 오래 걸리지만 굳고 나면 푸는 것도 오래 걸려요. 미국 철도들이 시행 한 해도 안 돼 「바꾸려면 입법이 다시 필요하다」고 말한 것처럼요. 어떤 제안이 나왔을 때 실제로 움직일지 보려면, 그 제안이 얼마나 좋은지보다 얼마나 많은 법과 시스템을 다시 건드려야 하는지를 세는 편이 잘 맞아요.

셋째, 자연과의 어긋남이 어디까지 견뎌지는지 보세요. 표준시는 처음부터 해와 어긋나기로 한 약속이에요. 스웨덴은 시행 초기에 나라 안에서 30분이 넘는 어긋남을 감수했어요. 문제는 그 폭이 얼마까지냐예요. 카자흐스탄 동부의 이른 일몰이나 인도 북동부의 이른 일출은 그 한계선 근처에서 벌어지는 일이에요.

넷째, 합의의 모양을 보세요. 유럽연합의 사례가 보여 주듯, 바꾸자는 데 다수가 동의해도 어디로 바꿀지에서 갈리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요. 표준은 다수결이 아니라 한 점으로 모이는 문제거든요. 앞으로 어떤 나라가 시간대를 손댄다면, 그 나라가 목표 지점을 하나로 좁혔는지를 보면 돼요.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요. 이 이야기에서 시각을 바꾼 쪽도, 지킨 쪽도 우스운 이유로 그러지 않았어요. 오타고는 자기 지방이 무시당한다고 느꼈고, 오스만 대표는 기도 시각을 지켜야 했고, 프랑스는 자기 자오선을 내놓는 것이 과학이 아니라 힘의 문제라고 봤어요. 시계 바늘을 돌리는 일에는 물건 값이 거의 안 들어요. 그런데도 사람들이 그렇게 오래 다툰 이유가 여기 있어요.

여기서 기억할 것 예측이 아니라 관전법이에요. 누가 값을 내는가, 되돌리는 값은 얼마인가, 어디까지 견디는가, 목표가 하나인가.

흔한 오해

오해

1884년 워싱턴 회의가 세계를 24개 시간대로 나눴다.

사실

회의록 원문에 채택된 결의는 일곱 개이고, 시간대를 정한 것은 하나도 없어요. 정한 것은 기준 자오선을 하나 두자, 그것을 그리니치로 하자, 경도는 동서로 180도씩 세자, 만국일을 채택하자, 만국일은 기준 자오선의 평균 자정에 시작해 0시부터 24시까지 센다, 천문일과 항해일도 자정에 시작했으면 좋겠다, 각과 시간의 십진 분할 연구를 재개했으면 좋겠다까지예요. 네 번째 결의에는 필요한 곳에서 지방시나 다른 표준시를 쓰는 것을 방해하지 않는다는 단서가 붙어 있고요. 시간대에 가장 가까웠던 영국 대표의 결의안은 표결에 부쳐지지도 못하고 제안자가 철회했어요.

오해

표준시를 처음 쓴 것은 1883년 미국 철도다.

사실

무엇의 최초인지에 따라 답이 달라져요. 한 철도 회사가 노선 전체에 하나의 시각을 쓴 것은 1840년 영국 그레이트웨스턴 철도, 한 나라의 철도들이 합의해 공통 시각으로 간 것은 1847년 영국 철도청산소예요. 정부가 나라 전체에 표준시를 시행한 사례로는 1868년 뉴질랜드가 세계 최초로 기록돼 있고, 그리니치에서 정수 시간 떨어진 값을 나라 표준으로 삼은 것은 1879년 스웨덴이 앞서요. 미국이 앞서는 것은 대륙을 여러 칸으로 나눠 한날한시에 켠 축이에요.

오해

시간을 통일한 것은 나라가 아니라 철도다.

사실

절반은 맞아요. 영국과 미국에서는 철도가 먼저 움직였고 법은 각각 33년, 35년 뒤에 왔어요. 하지만 뉴질랜드에서 방아쇠를 당긴 것은 전신이었고 명령을 내린 사람은 체신장관이었어요. 스웨덴의 표준시는 국왕의 명령이었고요. 시각 자체를 만들어 배포한 곳도 철도가 아니라 천문대였어요. 그리고 어느 나라에서든 마지막에 시간대의 경계를 그은 것은 법이었어요.

오해

철도가 먼저 나선 것은 나라가 시간 문제에 관심이 없어서다.

사실

미국의 경우는 반대에 가까웠다는 서술이 있어요. 미 의회도서관 법률도서관은 통일된 시각을 요구하는 압력이 커지자 철도 회사들이 정부 개입으로 수익이 깎일 것을 우려해 스스로 안을 만들었다고 적어요. 표준시를 서둘러 만든 동기 가운데 하나가 국가의 개입을 앞질러 막는 것이었다는 이야기예요.

오해

표준시를 바꾸는 데는 시계 바늘 돌리는 것 말고 드는 비용이 없다.

사실

물건을 새로 만들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는 맞아요. 그래서 오히려 이상한 일이 돼요. 거의 공짜인데도 영국에서는 사실상의 표준과 법적 표준이 30년 넘게 갈라져 있었고, 프랑스는 1884년에 기권한 뒤 법을 바꾸는 데 다시 27년이 걸렸어요. 어긋난 시각을 쓰는 대가도 계산돼요. 미국 시간대 경계를 이용한 2019년 연구는 저녁의 자연광이 한 시간 늘 때 평균 수면이 19분 줄어든다고 추정했어요.

그래서 한마디로

표준시는 시계를 해와 일부러 어긋나게 맞추기로 한 약속이에요. 영국과 미국에서는 철도가 먼저 이 약속을 만들었고 법은 각각 33년, 35년 뒤에 따라왔지만, 뉴질랜드에서는 전신이 방아쇠였고 명령을 내린 사람은 체신장관이었어요. 1884년 워싱턴 회의는 흔히 알려진 것과 달리 시간대를 만들지 않았어요. 채택된 일곱 개 결의는 기준 자오선과 만국일을 정했을 뿐이고, 시간대에 가장 가까웠던 결의안은 표결도 못 하고 철회됐어요. 바꾸는 데 물건이 거의 안 드는 규격인데도 자리 잡는 데 수십 년이 걸린 이유는, 혼자 바꾸면 손해고 다 같이 바꿔야 이득인 물건이기 때문이에요. 같은 구조가 지금 인도와 카자흐스탄과 유럽연합에서 되풀이되고 있어요.

참고 자료

본문의 연도와 숫자는 아래 자료를 근거로 씁니다. 틀린 곳을 찾으시면 알려주세요.

  1. 국제 자오선 회의 의사록 전문 (1884년 10월, 워싱턴) International Meridian Conference / Project Gutenberg 전자화 채택된 결의 일곱 개와 표결, 철회된 스트레이치 결의안, 앨런이 제출한 미국 시행 보고, 선박 톤수 표, 프랑스·오스만 대표의 발언
  2. Whose Time is it Anyway? 미국 표준 시간대의 짧은 역사 미국 의회도서관 법률도서관 (In Custodia Legis) 지방시 수, 다우드·플레밍·애비의 제안, 1883년 협의회, 정부 개입 우려, 인디애나폴리스 신문 인용
  3. 뉴질랜드 표준시 NZHistory / 뉴질랜드 문화유산부 체신장관 홀의 지시, 오타고의 반발, 1868년 하원 결의, 헥터의 권고, 관보 고시와 시행
  4. 뉴질랜드 평균시 — Te Ara 백과사전 Te Ara: The Encyclopedia of New Zealand (뉴질랜드 정부) 정부가 전국 규모로 표준시를 시행한 세계 최초의 사례라는 서술, 자오선 172도 30분
  5. 그리니치 평균시(GMT)란 무엇이고 왜 중요한가 Royal Museums Greenwich (그리니치 왕립박물관) 1847년 철도청산소 채택과 「철도 시각」, 1850년대 중반 공공 시계, 셰퍼드 시계와 전신 시보
  6. 철도 시각 180년 Network Rail (영국 철도 인프라 공사) 1840년 11월 그레이트웨스턴 철도의 런던 시각 채택과 1841년 시간표 문구, 전신을 통한 역 시계 동기화
  7. 법령상 시간의 정의에 관한 법률 (1880) legislation.gov.uk / 영국 국립문서보관소 1880년 8월 2일 제정. 전문과 두 개의 조문 원문
  8. 미국 법전 15편 261조 — 표준 시간대 (연혁 주석 포함) 미국 정부출판국 (govinfo) 1918년 3월 19일 표준시법, 1966년 통일시간법, 이후 개정 연혁
  9. 프랑스의 법정시 Observatoire de Paris (파리 천문대) 1911년 3월 9일 법의 문구와 1978년 시행령의 협정세계시 기준 정의
  10. 이달의 기록 — 한국 표준시간 변경 국가기록원 1908·1912·1954·1961년의 기준 자오선 변경과 근거 법령
  11. 인도의 두 표준시 필요성과 시행 방안 Current Science 115권 7호 (2018), 인도 국립물리연구소 동서 일출 차이, 제안 자오선과 경계선, 차 농원의 비공식 시각, 경계를 철도역이 적은 곳으로 잡아야 한다는 서술
  12. Sunset time and the economic effects of social jetlag Journal of Health Economics 65 (2019), Giuntella & Mazzonna 미국 시간대 경계를 이용한 추정. 저녁 자연광 한 시간당 수면 19분 감소
  13. 카자흐스탄, 3월 1일부터 단일 시간대로 Interfax 2024년 3월 1일 시행, 이전 두 시간대와 통합 기준, 정부 결정의 근거
  14. 카자흐스탄 시간대 변경을 둘러싼 반발 RFE/RL 동부의 이른 일몰, 2024년 12월 데모스코프 여론조사, 아스타나 법원의 소송 기각
  15. 계절별 시각 변경 폐지 지침안 — 입법 진행 현황 European Parliament 2018년 9월 12일 제안, 의견수렴 응답 규모와 찬성 비율, 이사회에서 멈춘 경위
제작 2026-09-06 갱신 2026-09-06 검증 2026-0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