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생물 집단에서 특정 형질을 가진 개체의 생존과 번식을 유리하거나 불리하게 만드는 환경적 요인이에요. 포식자나 기후 변화, 질병 등이 여기에 해당해요. 자연선택이 어떤 방향으로 일어날지 결정하는 역할을 해요.
체를 흔들어 알갱이를 거르는 과정과 같아요
주방에서 굵은 소금과 고운 모래가 섞인 가루를 촘촘한 체에 밭쳐 흔드는 장면을 떠올려 보세요. 구멍보다 작은 모래알은 아래로 훌훌 빠져나가지만, 굵은 소금 알갱이는 위에 그대로 남아요. 체의 구멍 크기가 어떤 알갱이가 아래로 통과할지 결정하는 기준이 되는 셈이에요.
자연에서도 똑같은 걸러내기 작업이 밤낮없이 일어나요. 주변에 날렵한 매가 번식하기 시작하면, 눈에 잘 띄는 색을 지닌 들쥐는 쉽게 잡아먹혀 사라져요. 반대로 흙과 색깔이 비슷한 털을 가진 들쥐는 눈에 덜 띄어 살아남고 새끼를 낳을 확률이 높아지죠.
여기서 매의 사냥 실력이나 날카로운 눈처럼, 특정 형질을 가진 생물의 생존을 위협하거나 돕는 환경의 조건을 자연이 가하는 선택압이라고 불러요. 체가 알갱이를 가려내듯, 환경이 생물들의 번식 성공률을 냉정하게 걸러내는 힘이에요.
환경이 달라지면 거름망의 기준도 바뀌어요
선택압은 고정된 바위가 아니라 환경에 따라 끊임없이 방향을 바꾸는 바람과 같아요. 어떤 환경에서는 최고의 장점이었던 날개가 다른 환경에서는 오히려 큰 짐이 될 수도 있어요.
영국의 공업 도시 주변에 살던 후추나방의 이야기가 대표적이에요. 옛날 숲의 나무줄기가 밝은색 이끼로 덮여 있을 때는 하얀 날개를 가진 나방이 새들의 눈을 피해 살아남기 유리했어요. 하지만 공장의 매연으로 나무줄기가 온통 까맣게 물들자 상황이 완전히 뒤집혔죠.
검은 나무 위에서는 오히려 하얀 나방이 새들의 눈에 너무 쉽게 띄는 치명적인 약점이 되었어요. 이제는 검은 날개를 가진 나방이 살아남는 쪽으로 선택압의 방향이 정반대로 전환되었고, 결국 숲에는 검은 나방이 대부분을 차지하게 되었어요.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생물이 스스로 변하는 게 아니에요
선택압을 마주했을 때 생물이 '살아남기 위해 일부러 몸을 바꾼다'고 오해하기 쉬워요. 기린이 높은 나뭇잎을 먹으려고 목을 늘렸거나, 세균이 살아남으려고 약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하는 식이죠.
하지만 생물은 원하는 대로 유전자를 바꿀 수 없어요. 유전자 돌연변이는 우연히 무작위로 먼저 발생해요. 우연히 목이 조금 긴 기린이나, 우연히 약에 반응하지 않는 돌연변이 세균이 원래 집단 속에 섞여 있었던 거예요.
병원에서 쓰는 항생제도 사람이 만들어 낸 아주 강력한 선택압이에요. 내성은 사람 몸이 약에 익숙해지는 일이 아니라 미생물 쪽에서 일어나는 변화예요. 사람 몸이 변하는 게 아니라, 약효를 견디는 저항성 세균만 환경에서 살아남아 번식하는 현상이에요.
흔한 오해
생물은 환경의 선택압을 받으면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 몸의 유전자를 바꾼다.
돌연변이는 우연히 무작위로 먼저 생겨나요. 선택압은 그 다양한 개체들 중에서 환경에 알맞은 형질을 가진 개체만 살아남도록 걸러내는 필터 역할을 할 뿐이에요.
항생제를 자주 복용하면 약에 익숙해진 사람 몸에 내성이 생긴다.
달라지는 쪽은 사람이 아니라 균이에요. 항생제라는 강력한 선택압 속에서 약을 견뎌낸 돌연변이 세균만 살아남아 번식하는 과정이에요.
일상에서 만나요
남극의 혹독한 추위라는 선택압 속에서 두꺼운 지방층을 지닌 펭귄이 더 잘 살아남아 번식했어요.
높은 곳의 잎을 먹는 데 유리해 목이 긴 기린이 더 많은 새끼를 남겼다는 설명이 흔해요. 다만 수컷끼리 목으로 싸우는 경쟁이 더 중요했다는 설명도 있어 여러 견해가 있어요.
농약 살포라는 강력한 선택압 속에서 우연히 저항력을 지닌 해충들만 살아남아 번식했어요.
그러니까 한마디로
환경이 생물의 생존과 번식에 영향을 주는 거름망이며, 어떤 형질이 다음 세대로 이어질지 방향을 정해줘요.